도쿄 우에노 미술 여행3 – 도쿄도미술관 퐁피두센터 타임라인 1906-1977 전

이번에는 도쿄도미술관에서 열린 퐁피두 센터 타임라인 특별전으로 이동했다. 근현대 미술은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지만 퐁피두 센터 특별전은 네임벨류가 높고, 주제 면에서 희소성이 있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온 이상 놓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국립박물관 직원에게 티켓 관련 문의를 하니, 박물관 티켓을 들고 가면 미술관에서 100엔을 할인해 준다고 한다. 큰 돈은 아니지만 안물어 봤으면 쏠쏠한 혜택을 놓칠뻔 했다. 도쿄국립박물관에서 도쿄도미술관까지는 100미터가 채안되는 거리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공공미술관-박물관이 협력 할인을 해주고 있다는 점이 지역의 문화적 고양에 크게 한 몫을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퐁피두 센터 타임라인 전, 정식 명칭은 “퐁피두 센터의 명작들: 타임라인 1906~1977”. 이 특별전은 그 이름이 강조하고 있듯, 각 연도별로 대표적인 작품을 하나 씩 전시했다는 점에서 다른 특별전과 차별화 되고 있었다. 내셔널갤러리전, 루브르전 등과 같이 특정 미술관의 소장품을 순회시키는 형태의 전시회는 기존에 흔하게 볼 수 있는 유형이지만, 이처럼 하나의 미술관을 선정하여, 각 연도별로 하나의 작품만을 선정하여 연도순으로 정리한 것은 드문 형태였다. 하나의 연도에 하나의 대표작만을 고르되, 작가가 중복되지 않도록 했다는 점에서 콜렉터의 고민이 느껴졌다. 즉, 콜렉팅된 작품은 한 연도를 대표해야하며, 전체 대상 기간에 활동했던 대표작가가 누락되지 않아야 하며, 작품 유형도 회화, 조각, 제품 등 다양한 유형을 포괄해야 하며, 심지어 같은 회화라고 하더라도 짧은 시간의 흐름 속에서 화풍의 변화를 느낄 수 있어야 하므로, 고려해야 할 것이 많았을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피카소, 샤갈, 마티스, 콜더, 르코르뷔지에 등 다방면의 거장들이 촘촘하게 등장하였고, 작품유형도 회화에서부터 실험적 가구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과시하면서 이러한 본연의 목적이 충분히 달성되었다고 평가할 수 있었다.

구성 면에서 인상적이었던 것은 해당 연도의 대표 작가와 작품에 보다 집중할 수 있도록 작품별로 충분한 공간을 확보하고 있었던 점이었다. 약 4미터 높이의 판넬에, 작가의 간략한 정보와 그가 남긴 명언 한마디가 미니멀리즘하게 제시되어있고, 그 옆에 작품이 실제 작품크기에 비하여 충분히 큰 판넬을 확보한채 놓여져 있었다. 즉, 한 작품을 보기 위해 두 개의 판넬을 마주하게 되는 것이다. 큰 공간 속에 놓여진 명작을 마주하며 작품과 나만 존재하는 것 같은 집중감이 구현되었다. 자연스럽게 동선을 따라가며, “아, 이 시대에 마티스가 활동했구나, 아, 이런 명언을 남겼구나, 이건 이런 예술관을 반영하고 있는 거로군. 그리고 이게 이 해를 대표하는 작품이구나” 이런 식으로 사고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가장 인상깊었던 연도는 1945년이었다. 이 시기는 유럽에 불어닥친 전쟁에 여파로, 퐁피두센터에 단 하나의 새로운 작품도 제시되지 않은 해였다. 아니러니하게도, 아무런 작품이 없던 해의 전시가 가장 인상적이었을 수 있었던 까닭은 바로 우리에게는 샹송의 대명사처럼 여겨지는 에디트 피아프의 ‘라 비앙 로즈’ 때문이었다. 1945년 세션에는 아무런 작품도 없이 빈 벽이 덩그러니 놓여 있었고, 천장에서는 에디트 피아프의 목소리만 아련하게 흘러나오고 있었다. 빈 벽일 수 밖에 없는 공간을 그 해를 대표하는, 누구나 알만한 음악으로 채워놓는다는 발상이 신선했고, 작품의 부재에 대해서 더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하는 계기가 되었다. 전쟁으로 인한 예술의 상실, 그것이 얼마나 큰 손실인가를 직접적 언급 없이 누구나 그냥 몸으로 느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정상적으로 출품된 작품 중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샤갈의 ‘와인잔을 든 두명의 초상화’였다(그림보기). 샤갈의 대표작 중에서도 대표작이기에, 신선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사실 도판으로만 작품을 보아 오면서 그렇게 큰 작품인 줄은 몰랐다. 공간을 가득 채우는 환상적인 인물과 분위기의 화학작용 속에서 진품 작품을 실제로 눈앞에서 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다시 깨달았다. 그리고 나처럼 아직 미술에 대하여 걸음마를 떼고 있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작품의 물리적 크기라는, 어찌보면 작품의 가장 단순한 일개 요소가 관람에 있어서의 인지적 측면, 감성적 측면에서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를 다시 한번 자각하였다.

이렇게 첫날 두개의 특별전 관람을 다리가 터지도록 알차게 마치고, 재래시장인 아메요코로 가서 튀김, 해물탕, 생맥주로 만족스러운 하루를 마무리 했다.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새로운 친구는 즐거운 덤이었다.

단, 현금을 들고 오지 못한 간당간당하고 초초한 마음은 여전했다. 마음 놓고 명화들과 온전히 소통하기 위해서는 이 문제의 해결이 가장 급선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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