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아이다(AIDA) (샤롯데씨어터)

아이다를 보았다. 진작에 보았어야 하는 작품인데, 이제서야 보았다.

아이다를 처음 접한 것은 10년 전 쯤인 것 같다. 이 작품을 언젠가 꼭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OST를 먼저 들었다. 꼭 보았어야 하는 이유는, 이 작품이 내 두 가지 취향의 완벽한 접점에 위치하기 때문이다. 첫째는 뮤지컬이라는 장르 그 자체이고, 둘째는 엘튼 존이 작곡한 작품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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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씨어터에 올때마다, 티케팅하고 엔제리너스에서 라떼 한 잔 하는 것이 정해진 루틴이 되어 버렸다. 하지만 여전히 엔제리너스의 라떼는 만족스럽지 않다.)

10년 전 쯤 부터 엘튼 존을 듣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에는 그에 대해서 아는 게 없었고, 그냥 팝의 전설이시라는 정도로 알았다. 언제나 그래왔듯, 레전드는 한 번쯤 들어봐야 한다는 의무감으로 듣기 시작했던 것이었는데, 그의 탄탄한 짜임새와 교과서적인 구성, 그리고 무엇보다도 팝, 홍키통키, 컨트리, 락앤롤 등 장르를 넘나드는 작곡 및 연주 실력에 매료되었다. 무엇보다도 대중을 사랑하고, 대중의 눈높이에 맞는 노래만을 장인정신으로 만들어온 그 정신이 그의 음악에 심취하게 되었던 요인이었다. 내가 태어나지도 않았던 시기부터 시작된 그의 음악 세계를 시대 순으로 한장 한장 곱씹어 가면서 정독하듯 듣고 다녔다. 그의 거칠지만 굵직한 음색도 왠지 모르게 나와 비슷한 느낌이 들어서 마음에 들었고, 후반기 음악으로 갈수록 세월의 무게와 삶에 대한 철학마저 느껴지는, 심지어 속절없는 시간의 야속함마저 느껴지는 그 걸쭉한 목소리가 좋았다.

뮤지컬을 사랑했고, 엘튼 존의 음악을 사랑했기에 아이다는 반드시 보아야 하는 작품이었고, 언젠가 볼 날을 기다리며 OST를 엄청 듣고 다녔다. 네러티브 속에 희석되긴 했지만 엘튼 존의 곡임을 명백하게 느낄 수 있는 교과서적인 팝의 기승전결 구성과 장르를 아우르는 폭넓은 스펙트럼이 역시나 마음에 들었고, 빨리 공연 속에서, 생생한 맥락 속에서 이 노래들을 만날 수 있기를 고대했었다. 그랬던게 10년도 전이었는데, 왜 이제서야 아이다를 보게 된 걸까. 한국에서도 그동안 몇 차례 공연이 있었는데… 사실 왜 그동안 아이다를 보지 못했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마 시기와 돈의 문제가 뒤섞인 원인이었던 것으로 어렴풋이 추정할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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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롯데씨어터 앞, 석촌 호수는 가을이 절정이었다.)

그동안 어떤 문화콘텐츠를 보면서 흘렸던 눈물보다 이 작품을 보면서 더 많은 눈물을 흘린 것 같다… 남자 혼자, 그것도 아주 잘 보이는 정중앙 여섯 번째 자리에 앉아서 초록색 손수건으로 연신 눈물을 찍는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했다. 사실 그렇게 슬픈 작품은 아니었는데.. 아마 음악만 듣고 지낸 세월이 너무 많다 보니 그동안 청각으로만 누적시켰던 감동을 한번에 폭발시킨 것 같다. 노래야 줄줄 외울 정도로 엄청 들어왔으니, 그냥 배우들의 연기와 감정에만 온전히 집중 할 수 있어서 그랬던 것 같기도 하고. 한 곡을 제외하고는 한글 노래로 처음 듣는 거였는데, 한글화도 제법 잘 된것 같다. 감정을 거슬리는 부분이 없었다. 노래 보다는 오히려 대사의 한글화가 더 문제였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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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보니 감동의 원인은 여러 가지 심리적 기제의 복합적 작용으로 인한 것인데, 확실한 것 하나는, ‘나 참 많이 컸다’는 자의식인것 같다. OST를 한창 듣고, 뮤지컬 블로그를 야심차게 운영하던 그때는 “내가 포스팅하고, 듣고, 공부하고 있는 이 작품들을 언제나 실제로 볼 수 있을까”라는, 일종의 기약을 할 수 없던 시기였다. 그런데 이 작품을 알게 된지 10년이나 지나서, 이렇게 VIP 석에서 여유 있게 감동에 빠져 있구나… 라는 자의식이 또 다른 감동을 불러왔다고나 할까. 사실 어찌보면 당연한거고, 별것도 아닌 건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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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의 또 다른 중요한 의미가 하나 있는데, 브로드웨이 초연의 라마데스 역할이었던 아담 파스칼이 내가 정말 좋아하던 목소리의 배우라는 사실이다. 렌트의 로저로 처음 그를 알게 되었는데, 걸쭉하면서도 시원시원한 락 보이스가 참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뮤지컬 동호회 활동을 하면서 몇 번 그의 노래를 불렀는데, 그 때마다 회원들의 반응이 좋았다. 나와 잘 어울리는 목소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래서 지금까지 두 번 스튜디오 녹음할 기회가 있었는데, 두 번 다 그의 노래를 불렀다. 이제는 좀 더 클래식하고 안정적인 목소리로 변화하고 싶지만, 여전히 그의 목소리가 좋고, 그의 노래를 부를때 내 안의 (안 그래도 과잉인) 감정이 한껏 살아 올라오는 것을 느낀다. 서양인에게서 느끼기 힘든 특유의 ‘뽕끼(?)’가 어려 있는 목소리라 그런 것 같기도 하고…

We all lead such elaborate lives
wild ambitions in our sights
How an affair of the heart survives
days apart and hurried nights
Seems quite unbelievable to me
I don’t want to live like that
seems quite unbelievable to me
I don’t want to love like that
I just want our time to be
slower and gentler, wiser, free
We all live in extravagant times
playing games we can’t all win
Unintended emotional crimes
Take some out, take others in
I’m so tired of all were going through
I don’t want to live like that
I’m so tired of all were going through
I don’t want to love like that
I just want to be with you
Now and forever , peaceful, true
This may not be the moment
to tell you face to face
But I could wait forever
for the perfect time and place
AIDA & RADAMES
We all lead such elaborate lives
We don’t know whose words are true
Strangers, lovers, husbands, wives
Hard to know who’s loving who
AIDA
Too many choices tear us apart
I don’t want to live like that
RADAMES
Too many choices tear us apart
I don’t want to love like that
I just want to touch your heart
May this confession
RADAMES & AIDA
Be the star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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