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전국투어 콘서트(서울)

조용필 콘서트를 관람했다. 이것은 하나의 의무처럼 느껴졌다.

내 차 보조석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나에게 종종 묻는 말이 있다.

“이 차에는 한국 노래는 없나 봐요?”

“딱 두 팀 있어요. 조용필하고 어반자카파.”

내 대답은 항상 이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조용필의 음악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음악적 완성도, 테크닉의 원숙함, 보컬의 기교와 짜임새 등을 떠나서 감정을 움직이는 힘이 느껴진다. 그 힘은 아티스트가 자신의 이야기를 진심을 담아 전할 때 느껴지는 힘이다.

세계 속에서 당당하게 대한민국 대표로 내 놓을 수 있는 아티스트가 한 명 있다면 당연히 조용필이라고 생각한다. 런던 올림픽 당시 폴메카트니가 전야제 공연 피날레를 장식하는 것을 보고 참 부러웠다. 우리 입장이라면 당연히 조용필의 몫이어야 할 것이다. (요즘 문화계가 돌아가는 모습을 보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아 불안하다.)

콘서트장인 잠실실내체육관 앞은 중년의 응원단들이 일찌감치 진을 치고 있었다. 피켓을 들고, 이름을 연호하고, 기념사진을 찍어 주고, 청춘의 추억 속으로 들어간 그들은 진정 순수한 행복을 느끼고 있었다. 혼란스럽고 답답한 세상으로 부터 벗어난 진정한 행복감이 묻어났다. 부모로서, 회사의 중역이나 대표로서 느꼈던 중압감 같은 것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수준 높은 문화생활의 가치란 그런 것이다.

서울 공연은 이틀동안 이어졌고, 나는 둘째 날에 참석했다. 나름대로 전국투어의 대단원의 막을 내리는 의미 있는 공연이었다. 조용필은 방송활동이나, 단독 공연 외의 공연에는 참여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그의 라이브를 듣기 위해서는 1년을 기다려야 한다.

1년에 한 번, 그것도 몰아서 전국투어 라이브를 하는데, 한 번에 두 시간을 내리 거의 쉬지 않고 달려간다. 멘트도 거의 없고 이벤트 시간 같은 것도 없이 계속 노래 위주로 이어간다. 70을 바라보고 있는 거장에게는 체력적으로 많이 무리가 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마지막날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어려움은 별로 느껴지지 않았다. 몸을 많이 움직이지 않으신다는 생각은 했지만, 젊었을 때도 그다지 방방 뛰어다니는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정말 최선을 다해 열심히 노래에 집중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공연은 예상했던대로 히트곡 위주의 예측 가능한 레퍼토리로 진행되었다. 가장 최근인 2013년 Hello 앨범에서도 3곡을 불렀는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어느 날 귀로에서’는 빠져서 아쉬웠다. 다른 노래도 좋지만 역시 조용필은 자신이 만든 노래를 부를 때 가장 빛이 나는 아티스트인 것 같다. 그것이 바로 상술했던 진정성에 대한 감정일 것이다.

공연의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전면에 내세운 무빙스테이지가 인상 깊었다. 보컬, 베이스, 1기타를 실은 무대가 1층 관객석 위로 지나가 2층 정면 관객석 바로 앞까지 움직이는 시스템인데, 가수를 보다 많은 관객들이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배려한 좋은 장치였다. 나는 VIP석이었지만, 역차별로 느껴지지는 않았다. 이동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뒤로 이동한 시간도 전체 공연의 20%에 미치지 않는 수준이었기 때문에 적절한 수준으로 시간을 안배했다고 생각한다. 무대를 기획하고 구성한 많은 사람들의 수고가 고스란히 전해졌다.

아줌마 부대의 때창에 뒤질새라 혼자 열심히 고군분투 했지만 역시 당해낼 수 없었다. 조용필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원조 ‘오빠부대’의 열정에는 따라갈 수가 없었다.

올해 라이브를 보니 앞으로 5년 이상은 거뜬히 현재의 수준으로 충분히 해 내실 것 같다. 더 오래 ‘현역’으로 남아 주시길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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