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드플레이 내한공연(Coldplay – A Head Full of Dreams Tour / 17.04.15. / 잠실올림픽주경기장)

드디어 이 땅에서 Coldplay를 만났다. 진작 올 법도 하지만 단 한 번도 오지 않았던 그들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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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깔로 좌석을 찾아가는 인터페이스는 직관적이고 친절했다.) 

11월 23일 티켓 예매가 열리자마자 유래 없는 전쟁(피켓팅)이 벌어졌고 오픈 1분도 안되 3층 맨 끝자리까지 매진되었다. 콜드플레이가 국내에서도 인지도 높은 대세 밴드인 것은 음악팬들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지만 이 정도 일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폴 매카트니보다 높은 파괴력이었다. 예매 오픈 첫날 55만명, 둘째날 90만명이 동시접속 했다고 한다. 이 수를 합하면 5천만 국민의 2.9% 수준이다. 12월에 4.16 추가공연 티켓이 오픈된 것을 감안하면 전 국민의 4% 이상이 예매를 시도한 것이다. 이 어마어마한 수 에는 콜드플레이의 골수팬, 전반적인 음악애호가들, 거기에 그냥 사회문화적인 대세에 편승하고 싶은 대중들이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나도 Yellow 시절부터 콜드플레이를 들었던 한 사람으로서 절대 빠지고 싶지 않았고, 인터파크와 예스24를 같이 켜놓고 광클 끝에 스탠딩 한 장을 어렵사리 거머쥘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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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에서 온 낯선 아티스트_Jess Kent에게도 열광적인 환호와 때창을 선보였다. 그게 우리의 저력이다.)

과연 콜드플레이였다. 글로벌 대세 밴드가 라이브에서 보여줄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GDP 수준이 무색할 정도의 처참한 음반 판매량을 보여주는 국가라는 것은 아랑곳하지 않는 듯 했다. 어디서도 원가절감의 노력은 전혀 보이지 않았고, 시시때때로 빵빵하게 터지는 폭죽과 꽃가루는 폭발하는 듯한 4.5만 관객들의 열정을 고스란히 대변해주었다. Adventure of a Lifetime 에서의 대형풍선 퍼포먼스도 그대로 유지되었고, 무대를 횡으로, 종으로 최대한 넓게 쓰는 구성은 스타디움 공연에 적합한 스케일을 보여주었다. 덤으로 손에 손에 옹골차게 들려준 모던한 생수(Designed by 현대카드)와 자일로밴드도 애타게 기다렸던 축제에 참여하는 관객들의 마음을 뿌듯하게 채워준 아이템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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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이 공연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 자일로밴드에 대해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밴드는 RFID나 적외선 통신 등과 같은 무선 수신장치를 내재하여 중앙 컨트롤부에서 원격으로 제어할 수 있는 LED 발광장치이다. 주최 측에서는 아티스트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 플래시 사용과 야광봉 등 자일로밴드를 제외한 응원도구의 반입을 금지한 바 있다. 이 사소한 밴드가 공연에서 발휘하는 힘은 의외로 참 큰 것이었다. 별도로 켜고 끌 필요 없이 자체적으로 다양한 색을 발하는 이 밴드는 공연의 흐름에 따라 최적화된 색과 패턴의 빛을 나타낸다.

각자 자신이 소유한 응원도구를 자신의 의도대로 발광할 수 없다는 것은 개인의 자율성 보다 전체로의 귀속성이 더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전체 속의 나’가 아닌 ‘전체로서의 나’와 직면한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현상은 2002년에 광장에서 붉은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두른 사람이라면 누구나 혈연 같은 끈끈함을 느꼈던 것과 유사한 경험이다. 우리는 콜드플레이를 보면서 열광하지만, 열광하는 옆 사람, 우리 블록 사람, 나아가 4.5만명의 관객을 보며 더 크게 열광한다. 자일로밴드는 같은 공간 안에 있다는 존재성을 재확인 할 수 있게 하는 장치로서 ‘관객의 죽음’, 그리고 ‘관중의 탄생’을 뒷받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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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앞에서 본 프론트맨 크리스 마틴의 마력은 대단했다. 그는 단순히 노래를 잘 만드는 사람이 아니고 시대의 정신을 관통할 줄 아는 아티스트이다. 대단히 혁신적인 노래를 만들거나 완벽한 가창을 선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있어 보이는’ 독특한 감성을 선사한다. 영국 특유의 처연하고 촉촉한 감성, 그리고 지적이면서 어딘지 모르게 상처받기 쉬운 여린 느낌까지… 락계로 한정하여 본다면 커트 코베인의 뒤를 잇는 시대의 아이콘이라 할 만 하다. 만약 그를 모르는 사람이 라이브 음원만 듣는다면 이렇게 노래를 못 부르는 가수가 어떻게 세계 최고 밴드의 프론트맨인지 의구심이 들 법도 하지만, 눈앞에서 갓 잡아 올린 생선마냥 팔팔하게 뛰어노는 모습을 보면 그런 생각은 사라질 것이다. “라이브로 모든 것을 이야기하는 아티스트”, 그것이 콜드플레이가 현재진행형 전설인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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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적으로 최고의 무대는 A Sky Full of Stars 였다. 너나 할 것 없이 지친 줄도 모르고 뛰고 또 뛰었다. 가사 없이 원초적으로 심장을 때리는 비트는 4.5만 관객을 단숨에 들었다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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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구글 포토는 시키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얼토당토 않는 움짤을 만들어서 당황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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