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공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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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이 드문 고요했던 캠퍼스에서 참새들이 자기 세상을 만난 듯 후두두둑 거리며 떼지어 다니고 있었다.

크고 단단한 가지도 지천인데, 참새들은 아직 파릇한 기운이 감도는 여린 가지에 옹망졸망 모여들었다.

위태롭게 출렁이는 중력과 탄성을 유희로 삼은 것일까?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떠는 사춘기 소녀같은 여린 조류와, 마찬가지로 여린 가지의 조화가 귀엽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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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 한 켠에 물이 흐르지 않아 마치 썩은 것 처럼 보이는 사각지대가 있다.

그곳에서 일광욕을 즐기는 거북이 한 마리를 보았다.

고개는 도도하게 우로 쳐들고, 여기에 균형이라도 맞추듯 왼쪽 뒷다리도 쳐든 모습이 익살스럽다.

녀석은 거북이 아니랄까봐 매우 정적으로, 한 동안 그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그 녀석의 등껍질에 날씬하고 고운 실잠자리가 앉아있었다는 사실은 사진을 다운로드한 후에야 알게 되었다.

그들이 속한 이 병약한 생태계가 아마존의 대자연과 대구를 이룰 수는 없겠지만, 악어와 악어새의 조합을 연상케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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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게도 언덕배기 그늘에서 단잠에 빠져있던 녀석을 깨워버렸다.

낮잠을 자는 게으른 동물은 아름답다.

오죽하면 <비포 선라이즈(1995)>에서는 이런 대사가 나왔을까?

Jesse: Why is it, that a dog, sleeping in the sun, is so beautiful, y’know, it is, it’s beautiful, but a guy, standing at a bank machine, trying to take some money out, looks like a complete moron?

 – Before Sunrise(1995)

100%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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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적도 없고, 제한된 생태계에서 나름대로 먹고 살만한 왜가리들은 투닥투닥 거리는 것이 일이다.

쏘아붙이는 눈빛이 제법 따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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