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알렉산더 지라드의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는 검색을 해도 도통 나오지 않는다. 추측컨데, 유년 시절에 유럽으로 이주하였고, 영국왕립건축학교를 졸업하였고, 뉴욕에서 개인 디자인 사무실을 차린 때가 고작 25살인 것을 보면, 아마도 금수저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시는 금수저 디자이너가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하면 어떤 성과들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는 전자제품, 가구, 텍스타일은 물론, 예쁘다는 것 외에는 쓰잘데기 없는 잔망스러운 소품들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으로 디자인 감각을 발휘하였고, 손 댄 대부분의 영역에서 그야말로 대성공을 거두었다. 심지어 순수 예술과 주택 설계까지도 훌륭하게 소화해내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어쩌면 그는 현대 산업 디자인계의 다 빈치 같은 존재라고 보아도 무방할 정도이다.

물론 시작부터 어느 정도 기업적 성격을 띄고 작업을 시작했으므로, 지라드의 모든 결과물들이 100% 온전한 그의 창조물이라고 보기는 힘들 것이다. 하지만 알렉산더 지라드의 나무 로고가 붙은 모든 제품들이 공통적으로 지니고 있는 세련미와 독특한 색감, 그리고 유려함과 키치 사이에서의 절묘한 균형감각을 볼 때, 지라드 만의 고유한 손길은 분명히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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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포크아트 소품에 대한 디자이너의 남다른 애정이 인상에 남는다. 유럽과 남미 전역의 서민적인 장식품과 장난감들을 광범위하게 수집하고, 그것을 남다른 안목으로 재해석하여 각종 제품으로 승화시키는 과정은 취미와 일의 경계가 허물어진 천재의 모습을 보여준다. 엄청나게 잘하는데 즐기기까지 했기 때문에 알렉산더 지라드의 이름은 디자인의 역사에 남았고, 오늘날 이 작고 먼 나라까지 그의 작품과 수집품들이 대거 날아오는 결과로 이어졌다.

포크아트 관련 전시의 기획자로 여러 갤러리의 초청을 받아 성공적으로 전시를 추진했고, 그 자신의 소장품들을 주제로 한 특별전을 기획하기도 했다던 대목에서는 좋아하는 일에 온전히 매진하면서 짜릿한 쾌감을 느꼈을 그의 정력적인 표정이 그려지는 듯 했다. 한 번 뿐인 인생, 그렇게 살아야 하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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