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셔널지오그래픽 특별展 – Photo Ark: 동물들을 위한 방주 (전쟁기념관 특별전시실)

사진작가 조엘 사토리(Joel Sartore)가 각 국의 동물 보호 기관을 돌아다니며 찍은 ‘희귀동물 증명사진’들이 출품되었다. 이 사진들을 증명사진이라고 지칭할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이 동물들이 아직은 이 지구 상 어딘가에 분명 존재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것이 작업의 명시적 의도이기 때문이다. 두 번째 이유는 형식면에서, 출품된 대부분의 사진이 렌즈와 눈을 맞춘 동물들의 정적인 순간을 포착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든 사진은 무채색의 간이 스튜디오에서 촬영되어 증명사진 특유의 정제된 감각, 즉 주변 환경과 괴리된 피사체의 독립적 존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현실 세계 속에서 모든 개체는 주변 환경과 어우러지며 ‘세계 내 존재’로서 실존을 증명받는다. 존재를 둘러싼 환경을 인위적으로 거세해버리면 거기에는 하나의 ‘아이콘’만 남는다. 이 아이콘은 먹고, 마시고, 자고, 싸며 생존을 위하여 분투하는 개별 주체의 특수성을 설명해주지 못하고, 그저 하나의 상위분류체계를 대변하는 하이퍼링크로 치환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Photo Ark 전은 보호가 필요한 각 종(種)의 아이콘들을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자리였다. 포착된 순간들이 절묘하고, 선예도가 뛰어나며, 포커스를 적절히 통제했다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가 없다. 그러한 세세한 사진 기법 따위는 애시당초 이번 전시의 감상 기준에서 제외되기 때문이다. 사진을 찍는데 동물들이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았는지, 전시의 수익이 동물을 보호하는 실효적인 프로그램으로 얼마나 재분배되는지, 사진만 찍었을 뿐인데도 ‘방주’가 될 수 있는지는 관심의 대상이 아니다. 초점은 그저 이 동물들을 기억해달라는 것, 그리고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는 것뿐이다. 관람객에게 동물보호단체로의 기부나 봉사활동, 생태계를 파괴하는 특정 소비 행태의 중단을 요구하지도 않는다. 마치 우리가 이 동물들을 기억하고 관심을 갖기만 하면 그 작은 관심들이 모여서 저절로 희귀동물들의 왕성한 번식과 밀렵 중단이 일어나기라도 할 것 처럼.

물론 그런 이상적인 결과, 즉 관심과 보호의 유의한 인과관계는 쉽게 목격되지 않을 것이다. 희귀동물들을 보호하기 위해 현장에서 땀 흘리는 자들과 우리(국내의 관람객들)의 관계망은 터무니 없을 정도로 느슨하고 듬성듬성하다. ‘나보다 더 힘 있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가져줬으면’ 하는 소망은 별똥별에 대고 비는 소원만큼이나 무기력해 보인다.

그래도 작은 눈덩이에서 마을을 덮는 거대한 눈사태가 시작된다는 것이 사실이라면, 한 달에 다섯 명 남짓 읽을까 말까 한 이 글에 작은 소망을 담아 본다.

“사라져가는 생물 종을 유지하는 일에 관심을 가져주세요!”

“정말 필요하다면, 내가 낸 세금을 그 일에 조금 써도 좋습니다! 일부러 찾아서 기부할 생각 따위는 전혀 없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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