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킹키부츠(Kinky Boots, 블루스퀘어 인터파크홀)

그다지 언급할 것이 없는 작품이다. 뮤지컬은 8할이 음악인데 끌리는 넘버가 없다. 전반적으로 90년대 팝 분위기가 물씬나는데 그걸 현대적으로 재해석했다는 느낌은 전혀 없다. 그래서 하라는 작곡은 안하고, 신디 로퍼(Cyndi Lauper) 본인의 예전 히트곡들을 그대로 다시 들고 온 듯한 느낌을 준다. 합창과 듀엣이 특히 너무 약하다. 뮤지컬 특유의 하모니와 배우들이 서로 치고 받는 박진감을 전혀 느낄 수가 없다. 공연장을 나설때 귓가를 맴도는 멜로디 라인 같은 것도 없다. 서정적인 곡들도 기승전결 구조가 희미해서 도대체 어느 부분에서 감동받아야 하는지 확신이 서질 않는다. 총체적으로 별로다. 곡 수 자체도 부족하다.

주인공 찰리 역의 이석훈은 고조된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색함은 다소 보였으나, 배역 자체가 ‘민폐주인공’ 설정이니 제 역할을 다 했다고 봐야한다. 서정적인 발라드에서 장점을 보였던 목소리와 발음은 뮤지컬 무대에서도 통했다. 문제는 롤라 역의 정성화였다. 한국 뮤지컬계의 독보적인 주인공으로 자리매김한 그이지만 드랙퀸 역할은 안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굵고 호소력 짙었던 목소리를 드랙퀸 버전으로 변환시키니 영 불안해서 듣기가 힘들었다. 창법이 자리를 잡지 못해서 마치 안 맞는 옷을 대충 걸쳐 놓은 듯 금새 훌러덩 벗겨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것마저도 드랙퀸의 위태로운 지위와 심리상태를 표현하기 위한 방책이었다면 어쩔 수 없겠지만.

토니상에서 많은 상을 거머쥐고, 국내시장에서도 성공적인 레퍼토리로 안착한 작품이라 기대가 컸던 것일까. <헤드윅>의 존 캐머런 미첼(John Cameron Mitchell)과 <렌트>의 윌슨 저메인 헤르디아(Wilson Jermaine Heredia)가 얼마나 위대한 배우들이었는지 다시 한 번 상기시켜주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의미있는 시간이었다고 자위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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