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영문판 출간 1951 / 국문 번역 1974 / 개정 1999, 2016

유물론적 관점에서 써내려 간 예술사의 역작이다. 예술사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서 문학과 조형예술을 동시에 들고 나왔으며, 상호 간의 긴밀한 관계도 조명하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문학과 미술의 비중은 4:6정도 된다. 뒤로 갈수록 조형예술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다가 마지막 4권에서는 다시 문학의 비중이 높아진다.

미술사의 동인은 무엇인가? 혹자는 미술 자체에 변화의 동력이 내재되어 있다고 하고, 혹자는 시대의 사상과 철학이 새로운 조형욕망을 부추긴다고 한다. 심지어 더러는 미술사 전반에 걸쳐 절대정신 같은 것이 있어서 마땅히 그렇게 되어야 하는 변화의 주기에 따라 새로운 예술이 등장한다고도 한다.

저자인 아르놀트 하우저(Arnold Hauser)는 미술사의 동인을 사회, 경제, 정치적 변화에서 찾고 있다. 철저한 유물론자인 그는 역사의 흐름 속에서 간과하기 쉬운 생산 수단, 정치적 주도권, 사회 계층, 재화의 교환방식 등에 특별한 관심을 기울이며, 그 안에서 예술에 대한 영향요인들을 찾아낸다. 이러한 사회적 변화가 미술사의 가장 유효한 독립변수라는 전제를 바탕으로 19세기에 위세를 과시했던 낭만주의자들의 그럴싸한 추정들을 철저하게 배격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노력을 기울이는 부분은 ‘민중이 주도하는 예술사’라는 낭만을 깨부수는 것이다. 오늘날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시의 형태나 미술 양식의 다수에 민중, 서민, 농민들이 주도적으로 기여했다는 주장, 그리고 그 작품들 속에서 민중의 순수한 정신 세계를 찾아 볼 수 있다는 낭만주의자들의 주장을 제시한 후 그것들을 배격하는데 상당한 지면을 할애한다. 예를 들어 브뤼헐의 순박한 농민화는 일견 민중의 삶을 예찬하기 위한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귀족들에게 제공하는 이국적이고 원시적인 볼거리였다는 것이다. 그 점에서 그의 작품들은 <베리공의 매우 호화로운 기도서(1410~1416)>와 세계관을 공유한다.

이 책을 통해서 새롭게 알게 되는 사실들이 참 많았다. 성상파괴운동의 저의, 바로크 시대 플랑드르와 홀란트의 차이점, 17세기 네덜란드 미술 시장의 형성, 고딕 예술의 운동성, 메너리즘이 르네상스 보다 더 길고 지배적이었다는 사실, 메너리즘과 중세미술의 정서적 유대, 신구 지배계층(왕, 기사, 성직자, 부르주아)의 긴장관계, 독일의 문화지식층이 현실도피적/사변적 태도로 내몰린 이유 등은 이 책에서만 느낄 수 있는 백미라 할 만하다. 폭넓은 시야로 쓰여진 미술사가 개론으로서의 의미는 가질지 몰라도, 기본적인 사실관계들과 통시적 흐름에 대한 안목을 갖춘 사람들에게는 이렇게 한 가지 관점에 온전히 집중한 미술사가 더 요긴할 때가 있을 것이다. 보들레르가 “비평이란 편파적이고 열의에 차고 정치적이어야 한다”고 말한 것은 이러한 ‘편향된 미술사’의 가치를 알았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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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손에 들린 책은 1999년에 개정 1판을 찍었다. 이후 약 20년의 시간이 흘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번역의 경직성은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당시에는 원전의 맛을 살리기 위해서 최대한 저자의 어투를 존중했겠지만, 이제는 문장을 다시 손 볼 때가 되었다. 너무 긴 문장들은 중간중간 자르고, 수식구조를 간명하게 고쳐야 한다. 부정을 부정해서 긍정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현지 발음을 준용한 외래어 표기도 존중하고 싶지만, 너무나 일반화되어버린 이탈리아, 카라바조, 미켈란젤로 마저도 이딸리아, 까라바조, 미껠란젤로가 되어야 하는지 의문이다. 창비 설립자의 번역을 길이길이 보전하고 싶은 마음은 알겠으나, 지금까지 보전해 온 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본다.

정말 힘든 읽기였다. 도저히 네 권을 연속으로 읽을 수는 없어서 다른 책과 병행했더니 결국 6개월이 넘게 걸렸다. 이제 이 네 권의 책은 가까운 서고에 자리를 잡고, 미술에 얽힌 다양한 사회 계층과 사상적 배경이 궁금해질 때마다 번번히 소환될 것이다. 그렇게 소환될 일이 자주 있을 것 같지는 않지만, 진정한 ‘예술 민주화’를 위하여 대중의 시야를 될 수 있는 한 넓여야 한다는 저자의 마지막 가르침은 자주 인용하게 될 것 같다.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에 대한 답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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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좀 뜬금없는 질문이지만 두번째 사진에 나온 까페의 커피 맛 어때요~? 컵홀더 디자인이나 빨대에 깃발모양으로 걸려있는 종이나 처음보는 곳이라 궁금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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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ㅎㅎㅎㅎ 강남역 근처에 ‘화실’이라는 카페인데 말그대로 아뜰리에 컨셉이죠. 미술 관련 오브제들이 널려 있고.. 미술 클래스도 있는듯? 미술인 기분 내고 싶을때 갈만한…. 커피 맛은… 별로 언급할게 없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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