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갈: 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 展 (해든뮤지움)

올해 우리나라에서 세 개의 샤갈 展이 동시에 펼쳐지는 기이한 현상이 벌어졌다. 같은 작가, 비슷한 작품을 다루더라도 각 미술관(기획사)의 역량과 관점은 제각각이다. M컨템포러리는 천박한 물량공세를, 예술의전당은 잘 정돈된 교과서를 보여주었다. 세 샤갈 展의 마지막 퍼즐인 해든뮤지움은 무엇을 보여주었을까?

서울에서 열린 두 전시와 마찬가지로 판화에 집중하였고, 작품의 주제들도 상당부분 겹쳤기 때문에 큰 특색은 없는 전시였다. 다만 같은 판화라도 샤갈의 정성스러운 ‘손맛’이 느껴지는 대형 채색 석판화가 중심이었고, 모든 작품들이 금박 액자에 정성스럽게 표구되어 원화와 같은 질감을 보여주려 한 노력은 높게 평가할만했다.

과슈, 템페라, 파스텔 등 다양한 매체를 활용한 원화는 네 점이 출품되었는데, 여기서 “오리지널”,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최초로 선보이는”, “진한 감동” 따위를 유난히 강조하는 설명문이 이채로웠다. 서양미술사의 거장을 소개하는 지역 미술관으로서 그 노고를 알아달라는 순수한 열의는 이해하나, ‘원본성’의 지나친 강조는 전시의 주가 되는 판화들을 오히려 스스로 깎아 내리는 결과로 귀결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작품의 미적 가치, 그리고 그것이 삶에 던져주는 특별한 의미들을 원본성이라는 부차적인 정보 속에서 찾으려는 노력은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 대다수 대중들이 아직 원작의 아우라에 열광할 때, 적어도 미술계를 이끌어가는 주체인 기획자는 다른 길을 보여주어야 한다.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의 표면과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 그래야 더 많은 사람들의 일상적 순간들이 아우라를 벗은 작품들로 더 촘촘하게 채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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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갈: 신비로운 색채의 마술사 展 (해든뮤지움)”에 대한 답글 1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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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예술의 진정한 가치는 작품의 표면과 맥락에서 찾아야 한다”고 서술하셨는데 “원작”과 “작품의 표면”을 어떤 개념적 차이를 바탕으로 서술하셨는지 궁금합니다.
    맥락도 큐레이팅의 맥락인지, 작품세계가 발전하는 과정에서의 맥락인지 혹은 또 다른 의미인지 구체적인 설명 부탁드려도 괜찮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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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작품의 표면과 맥락은 사실상 작품의 전부입니다. “표면”은 감각으로 지각할 수 있는 물리적인 모든 것. 대체로 눈에 보이는 물리적 실체겠죠. “맥락”은 제작, 전달, 감상의 맥락인데, 작품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말합니다. 맥락은 작품이 어떻게 생산되었나, 어떤 과정을 거쳐 지금의 모습을 하고 있나, 그것을 보는 자는 어떤 사회문화적/생물학적 배경을 지니고 있나 등을 포함합니다.
      제가 경계하고 있는 “원본성(originality)”의 강조는 물리적 실체로서 현존하는 작품이 세상에서 유일한 것이기 때문에 존중받을만 하다는 신화에 도전하기 위함입니다. 즉, “세상에서 하나 밖에 없는 것=귀하고 위대한 것”이라는 등식에 도전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등식을 공공연한 진실인 것처럼 퍼뜨리는 미술사/비평/전시학의 전략은 귀족/왕족/부르주아의 예술권력에 도전하지 못하게 만드는 역할을 수행해 왔습니다. 이 등식은 다음과 같은 진술을 타당한 것으로 믿게 만듦으로 말미암아 대중이 향유하는 예술에 대해서 부당한 위계구조를 합리화합니다. “이 작품은 어떤 대가가 만든 유일한 것이고, 너희들이 가지고 있는 복제는 원본이 아니므로 의미(아우라)가 없다. 너희는 이 원본을 찾아서 이 먼 곳 유럽(서구 기독교의 성지 & 제국주의의 수도)으로 찾아와야 하고, 그 원본을 계승한 우리의 또 다른 원본들만이 영원토록 규범의 위치를 차지한다.”
      결론적으로, 어떤 작품이 의미가 있는 이유는 그것이 아름답고, 인류가 살아왔던 방식을 증언하며, 우리의 삶에 가치 있는 사유를 던져주기 때문이지, 그것이 유일한 원본이기 때문이 아닙니다. 보다 많은 대중들이 자신만의 비평적 관점을 만들고, 자신만의 평향된 아름다움을 추구하고, 그것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서는 원본성의 권력에 도전해야 합니다. 그리고 미술계의 선도적인 위치에 있는 사람들ㅡ국립미술관, 큐레이터, 평론가, 미술사가ㅡ은 원본성을 무기로 예술권력의 성을 공고히 쌓으려는 자들에 맞써 싸울 의무가 있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의, 더 풍요로운 예술적 경험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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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글쎄요. 원본성이 권력으로 보였을 수도 있겠어요. 하지만 저는 주일님의 의견과는 다르게 공부를하고 연구를 할 것이라면 마땅히 원본은 봐야한다는 주의입니다. 가령 메를로 퐁티가 세잔의 작품을 연관시켜 그의 의견을 개진한 글을, 아무리 글만 읽어봐야 이해할 수 없더군요. 베이컨의 작품을 처음보았을 때의 그 느낌이나 명화라 일컬어지는 작품을 직접 보았을 때. 도판에는 없는 무언가를 보았습니다. 뿐만아니라 도판은 그림 자체가 가지고 있는 고유한 느낌뿐만 아니라 물감의 표현이나 작품의 크기가 전하는 어떤 느낌도 전하지 못해요.

        인상주의를 보러 파리에 가고 현대미술작품을 보기위해 런던이나 미국의 뉴욕으로 떠나는 것은 권력에 순응하는 행위가 아니라 눈을 트이게하는 행동이라고 생각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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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는 작품을 온전히 평가하고 이해하기 위해서 원본을 보아야 한다는 진술을 부정하는 것이 아닙니다. 당연히 정당한 평가를 위해서는 원본을 보아야죠. 제 논점은, 작품의 미술사적 가치 판단은 표면과 맥락에 의거해야 하는 것이지 그 작품이 세상에서 유일하기 때문은 아니라는 점을 말하는 겁니다. 사실상 세상에서 유일하지 않은 작품은 없다시피 하기 때문에 그런 진술 자체가 거의 무의미한 진술이죠. 최소한 미술계의 지적 선도집단인 큐레이터라면 그런 수준 낮은 가치부여를 시도해서는 안되요. 저는 그런 당연한 표현을 공식적 작품 설명으로 강조하는 작태를 비판한 겁니다. 그런 말은 그냥 “나 이 원본을 구하기 위해 엄청 애썼으니까 격려해줘”라는 말과 동의어예요. 유치하지 않습니까? 전시의 격을 떨어뜨리는 짓거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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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본이 유일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라는 설명을 바탕으로 작품의 가치를 논하는 면에 대하여 비판하신거군요. 이런 점이 원본이 아닌 무언가는 의미가 없다는 전제가 되어 대중의 미술 작품 향유를 저해하고 부당한 위계를 형성한다는 점에 논지가 가 있었군요.
            이 부분에 있어 사실 크게 공감이 가지 않아요. 유일하기 때문에 가치가 있다고 피력한 것을 본 기억이나 경험이 잘 없기때문에 그런 것같습니다.

            원본의 유일성이 작품의 가치 판단의 기준이 되어서는 안된다-라는 논지에는 동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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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 아 저 새벽에 글 읽고 댓글 달았는데 생각을 덜하고? 댓글을 단 것 같아서 일단 의견을 보류했었어요.

            큐레이터의 입장에서 작품이 미술사적, 미학적 가치가 있음을 관람객에게 알리는 방식으로서 “원본의 유일성” 에만 천착하는 것에는 회의적이에요.

            하지만 원본의 유일성이 것이 미술시장에서 작품의 가격의 형성과 관련하면
            꼭 회의적으로 봐야하는 것도 아니어서요. 가령 살아있고 지속적으로 동일한모티프의 작품을 생산해내는 작가와 그 작가가 죽었고, 더이상 작품이 생산되지 않는 작품에 대해서 가격이 다를 수 있겠죠. 어느정도 작가의 네임벨류와 작품의 시장성이 인정받은 작가의 경우에요. 원본이기에 가치가 있고 중요하다-라는 전제가 성립이 되지 않는다면 미술시장에서는 문제가 될 수 있고요…ㅎㅎ 가령 천경자 위작사건도 논란이 된 작품이 위작으로 판명나면 그림값이 하락할 수 있기때문에 그렇게 이해관계있는 사람들이 진짜라고 주장했겠지요.
            자기 작품을 알아보지 못하는 작가가 없는데, 천경자 본인이 이런 작품을 그린적이 없다고 했음에도 진짜라고 판명난 슬픈 사건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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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원본성의 이야기가 작가성으로 넘어갔군요. 전 법정이 예술에 가하는 모든 판단을 부정합니다. 어떻게 법정이 작품의 진본성을 가려낼 수 있다는 것인지….. 친자확인소송도 아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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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논란이 된 작품은 감정을 거쳤는데 국내 감정단과 해외 감정단의 감정이 불일치한다고 들었어요. 한 작가의 작품이 위작논란에 쌓이면 다른 작품의 진품여부도 영향을 받고 신뢰도가 하락하여 작품 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데 암튼 좀 슬픈 사건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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