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라이온 킹 인터내셔널 투어 – 서울 (Musical The Lion King,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라이온 킹이 13년만에 다시 우리나라를 찾았다. 일본 극단 시키가 선보였던 첫번째 라이온 킹은 여러 모로 잡음이 많았다. 국내 최초의 뮤지컬 전용 극장 개관작이 일본 극단에 의한 브로드웨이 라이센스 뮤지컬이라는 점이 비판의 요지였다. 개관작의 전통에 따라 지금까지도 샤롯데씨어터에서는 창작 뮤지컬이 공연되었던 적이 없다. 덧붙여, 최고가 티켓이 10만원 이하로 책정되었던 것도 시장교란이라는 측면에서 암암리에 국내 뮤지컬 업계에 공포로 다가왔다.

내 생각에 이런 비판의 이유들은 딱히 설득력이 없었다. 관객 입장에서야 국적과 상관 없이 좋은 작품들을 좋은 조건으로 소개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당시의 우리나라 관객들은 이 작품을 그렇게 좋게 평가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첫번째 라이온 킹은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하고 1년 간의 오픈런 공연을 마쳐야 했다.

나는 당시에 뮤지컬에 빠진 가난한 대학생이었는데, 없는 생활비를 쪼개서 1층 앞부분 우측 구역의 티켓을 구해 첫번째 라이온 킹과 함께 했다. 내용이야 특별할 것이 없지만, 애니메이션 속 장면을 무대에서 시각적으로 구현하는 방식이 신기했고, 굳이 완벽한 동물 외형을 재현하겠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인간과 동물의 결합체로 묘사한 개체들이 마음에 들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았던 요소는 아프리카 분위기를 한껏 살린 합창들이었다. 무슨 뜻인지 알턱이 없지만 묘하게 주술적이면서도 그루브 넘치는 합창들은 시의적절하게 감정을 끌어올리며 인간의 목소리를 능가하는 악기는 없다는 사실을 단언한다. 특히 One by One은 오랫동안 내 휴대전화 벨소리로 활용되었다.

13년이 흘러 다시 만난 라이온 킹은 나 자신이 그동안 얼마나 수준 높은 작품들을 많이 접했었는지를 되새기게 했다. 이 작품을 온전히 감상하는데 있어서 본질적 요소인 ‘생경하고 놀라운 경험’이 내게는 없었기 때문에 그저 외부자로서 관조하는 수준에 머물 수 밖에 없었다.

그래도 확실히 본토 배우들의 역량이 탁월해서 라이온 킹의 재림을 정당화해주었다. 차원이 다른 압도적인 성량이 주는 몰입감 탓에 대사 장면들을 모두 송스루로 바꿔줬으면 하는 마음까지 들었다. 이 작품이 원래 이렇게 노래가 적었었나? 무대 위 배우가 노래를 부르고 있다는 지각의 차원을 넘어, 실존적 인물이 선율을 가지고 놀면서 자기 이야기를 건내고 있다는 이런 느낌은 실로 오랜만이었다. 사실 모든 뮤지컬이 그래야 하는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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