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조쉬 그로반 내한공연 (Josh Groban Bridge Tour 2019, Seoul, Korea, 잠실실내체육관)

팝페라나 크로스오버 보컬을 좋아하지만 정작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계기는 데뷔한지 15년 가까이 지나서 발매된 <The Stages(2015)> 앨범이었다. 그때 당시 내 관심은 온통 뮤지컬에 꽂혀 있었기에 뮤지컬 명곡들을 다시 부른 이 앨범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고, 이내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의 풍성한 음색에 매료되었다. 이 앨범에서 특히 ‘What I Did for Love’를 가장 좋아했고 뮤지컬 동호회 활동을 하며 이 곡을 스튜디오에서 녹음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그의 앨범들은 나의 플레이리스트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조쉬 그로반은 고교 시절에 주로 연기 쪽으로 공부를 했고 이후 노래에 흥미를 느껴 뒤늦게 정식 훈련에 돌입했다. 그런 배경 탓에 완벽히 정석적인 성악 바리톤이라기 보다는 팝과 절묘하게 절충된 풍성한 음색을 갖게 되었다. 대중의 기호에 딱 들어 맞는 작곡 능력도 갖추고 있지만, 사실상 그의 음악은 중저음의 풍성한 성량과 감미로운 음색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술적 성취는 타고난 재능이 좌우한다’는 슬픈 진리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아티스트이다. 나는 지난 몇 년 간 ‘노래 목소리 이상형’으로 늘 그를 꼽고 있다. 물론 오를 수 없는 산이다.

이번 내한공연은 작년에 발매된 <Bridge> 앨범의 프로모션으로 진행되었는데, 팝페라 앨범 판매량이 미미하다 못해 존재감이 아예 없는 수준인 우리나라가 투어 대상국에 포함되었다는 사실은 놀라운일이 아닐 수 없다. 나는 공연에 임박해서야 투어 사실을 접하고 부랴부랴 예매에 나섰는데, 그때까지도 VIP 석에 빈 자리가 많이 보여서 흥행에 대한 걱정이 앞섰다. 현장에서도 빈 자리가 보이기는 했지만 (예컨대 내 오른쪽 자리) 다행히도 우려할 수준은 아니었다.

인적 구성 면에서, 드럼, 기타, 베이스, 건반, 타악기 세션은 조쉬와 함께 날아왔고, 20인조 오케스트라와 코러스 팀은 우리나라에서 조달하였다. 오케스트라는 생각보다 사운드가 밋밋해서 조쉬의 성량에 너무 많이 파묻히는 느낌이었다. 40~50명 수준으로 구성되었더라면 훨씬 좋았을 것이다(아마도 티켓은 훨씬 비싸졌겠지). 무대가 좁은 상황에서 세션과 오케스트라를 한꺼번에 수용해야 하니 코러스는 세션 앞으로 들락날락 거릴 수 밖에 없었다. 코러스가 서면 무대가 좁다는 것이 확연히 느껴졌다. 세션 중에서는 기타리스트가 가장 인상적이었는데, 그는 연주와 함께 직접 코러스를 넣기도 하고 연주가 없는 대목에서는 오케스트라를 지휘하기까지 한다. 조쉬의 소개에 따르면 데뷔 당시부터 함께 투어를 했으며 실질적인 음악 감독 역할을 수행한다고 한다. 카리스마와 능글맞은 제스쳐를 겸비한 멋진 아티스트였다.

공연은 시종 조쉬가 주도적으로 진행했고, 생각보다 ‘토크’의 비중이 많았다. 확실히 성악 교육을 받은 아티스트인지라 발음이 또렷해서 빠르게 말해도 귀에 쏙쏙 박히는 느낌이었다. 고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음악을 접했던 계기, 일약 스타덤에 올랐던 ‘The Prayer’ 공연 에피소드, 최근 사회적인 이슈나 현대인들이 겪는 고민들에 이르기까지 음악과 삶에 대한 진중한 생각들을 꺼내보였다. 확실히 노래와 인상에서 느껴지는 느낌 그대로 바른 생각이 박힌 청년(형)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초대가수로는 예고되었던대로 소향이 등장하였는데, 조쉬와의 호흡은 썩 적절하다고 볼 수 없었다. ‘All I Ask of You’ 와 모두 예상했던대로 ‘The Prayer’, 두 곡을 함께 했는데, 소향 특유의 ‘찍어 올리기’ 신공 탓에 화음이 절묘하게 딱딱 떨어지지 않다보니 묘한 불안감이 전해졌다. 조쉬는 포근한 성량으로 상대를 감싸주는 보컬인데, 소향은 메마르고 기교적인 보컬이라 따로 노는 느낌은 더욱 배가되었다.

초대가수에 대한 나의 기호와는 별개로, 조쉬는 최고의 보컬 컨디션으로 CD 수준 이상의 라이브 실력을 과시하였다. 이 날은 조쉬의 생일이었지만, 정작 선물을 받는 것은 관객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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