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치오 카쿠의 「인류의 미래: 화성 개척, 성간여행, 불멸, 지구를 넘어선 인간에 대하여」

Michio Kaku, The Future of Humanity: Terraforming Mars, Interstellar Travel, Immortality, and Our Destiny Beyond Earth

죽어야 할 때가 오면 (제발 좀) 죽자.

인구는 증가하고, 환경은 파괴되고, 에너지와 식량은 고갈되고 있다. 결국 인류는 멸망을 향해 갈 수밖에 없다. 설령 우리가 인구를 적절히 통제하고, 환경을 되살리고, 혁신적인 선순환 기술을 개발하여 에너지와 식량 문제를 극복한다고 하더라도 범우주적 시간의 흐름 속에서 인류의 멸망을 피할 길은 없다. 모든 별이 그러하듯, 태양도 수명이 있고, 언젠가는 그 찬란한 빛을 잃고 폭발하게 되어 있기 때문이다. 태양은 수명이 123억 6,500만 년인데, 이미 45억 6,720만 살을 먹었으므로 앞으로 77억 9,780만 년의 시간이 흐르면 우리는 우주의 먼지가 될 운명이다. 지구라는 터전에 발이 묶인 이상 이 운명을 거스를 수는 없다. 물론 태양의 수명과 함께 사라지는 것은 비교적 최선의 시나리오에 가깝다. 그 전에 혜성이 날아와서 지구와 강렬하게 입맞춤하거나, 대지진 또는 화산폭발이 일어나거나, 인류가 스스로 핵무기를 쏘아 올려 자멸할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

미치오 카쿠(Michio Kaku; 加來道雄)는 인류의 멸망이라는 운명을 되돌릴 방법을 우주에서 찾고 있다. 지구를 벗어나 다른 행성, 다른 은하계, 다른 우주에서 새로운 삶을 꾸려갈 시나리오들을 소개하고, 그 희망찬 여정에 많은 후배와 후원자를 참여시키는 것이 이번 저술의 궁극적인 목적이라고 할 수 있다. 대부분 내용은 우주 개발의 역사와 현재, 그리고 미래에 대한 전망으로 채워지는데, 그중 일부는 필연적으로 전작인 「마음의 미래」와 겹친다. 「마음의 미래」는 뇌과학과 인공지능의 최첨단에서 미래 전망을 구체화한 작품인데, 우주 개발이라는 범주 안에서 인공지능은 소프트웨어를 관장하게 될 핵심이므로 겹칠 수밖에 없다. 나는 카쿠가 전작 보여준 전망, 즉 인류가 인공지능 기술궤적의 종착지에 다다르게 될 때 육체의 굴레를 벗고 온전한 정신의 상태로 존재하면서 시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리라는 전망에 감명한 바 있다. 실로 그렇게 될 것이다. 무한한 우주에서 불가능한 임무에 도전하기에는 인간의 육체가 너무나도 취약하다. 뇌과학, 인공지능, 로봇공학은 눈부신 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이들 분야에서 발굴한 지식이 유기적으로 결합한다면, 미지를 개척하기 위한 인간의 욕망은 결국 탈육체화를 부추길 것이다.

나는 카쿠의 이러한 지적인 상상력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해서 지적하고 싶지 않고, 그럴 능력도 없다. 내가 주목하는 대목은 그가 논의를 전개하고 있는 토대다. 카쿠는 인류가 그동안 생을 이어가기 위하여 역경과 맞서고, 답 없는 문제를 풀기 위해 고민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고, 종족을 퍼뜨려온 궤적을 강조하며 앞으로도 인류는 그렇게 할 것이고, 또 그래야만 한다는 전제에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다. 인류는 언젠가 폐기의 수순을 따르게 될 지구를 떠나 새로운 행성 또는 우주에 정착해야 한다는 당위성이 이 책에서 소개하는 찬란한 미래 과학기술의 신세계를 뒷받침하고 있다. 왜 그래야만 할까? 우리는 그렇게 해서라도 종족을 퍼뜨리고 종을 유지할 자격이 있는 걸까?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속 지적생명체가 우리뿐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오늘날 비극의 전조 중에서 극히 일부─환경파괴, 생태계 교란, 온난화, 신종 바이러스의 출현, 국가주의 등─만 보더라도 우리는 지진, 화산폭발, 혜성충돌, 태양폭발 등과 같은 가공할 불가항력이 닥치기 전에 자멸할 것으로 보인다. 과학자들은 그러한 비극의 필연을 끊어내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고 있지만, 과학기술의 긍정적 파급효과는 궁극적 특이점에 다다른 특정한 자멸의 사건을 상쇄하지 못할 것이다. 지금의 속도라면 100년 안에 뇌 신경망 지도와 게놈 구조를 완벽히 도식할 수 있게 되고, 심지어 인공 태양도 만들 수 있겠지만, 그때까지 종을 유지할 수나 있을지조차 회의적이다. 작금의 코로나19에 직면한 인류의 무기력함을 묵도하자면 더더욱 그렇다.

인류의 역사는 어떻게든 생을 연장하고 종족을 보존하기 위하여 지구상의 무수한 보석 같은 생명체들을 멸절해온 과정이나 다름없다. 나도 그 과정을 통해서 생을 얻었고, 또 생을 이어가기 위하여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동참하거나 동조해 왔으니 할 말은 없다. 하지만 앞으로도 그렇게 호모 사피엔스 종을 악착같이 이어가야 하냐고 묻는다면 “아니”라고 답하고 싶다. 다른 행성, 은하, 우주로 가면서까지 이 종을 보존할 가치는 없다. 그 보존이 영생을 가능케 하는 탈육체화에 기반한 것이라면 더더욱 반대한다.

죽어야 할 때가 오면 죽자. 달이나 화성을 전진기지 삼아 더 넓은 우주로 도약하자는 카쿠의 메시지에서 나는 눈부신 우주 시대의 유토피아가 아닌 코르테즈의 망령을 보았다. 달에 보급기지나 중계기를 설치한답시고 발파하다가 달의 공전궤도를 1cm 정도 건드릴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닥쳐올 소멸을 막기 위한 연구의 과정에서 파생되는 잔가지들이 현재의 삶을 예상치 못한 형태로 풍요롭게 해줄 수 있다는 것은 잘 안다. 그 파급효과에 기반한 삶의 질의 개선까지 거부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의도치 않은 파괴와 그 고통의 역습은 지구에서 끝내자. 과학기술의 발전을 가로막는 반지성주의라고 비난한대도 어쩔 수 없다. 해결책은 지구의 테두리 안에서 찾자. 개척이라는 허울 좋은 미명으로 비극의 경계를 굳이 확장하지는 말자.

육체를 벗어난 영생의 기술이라는 것도 현실적인 시나리오지만, 그래서 더 우습고, 더 무섭다. 왜 그렇게까지 오래 존재해야 하는가. 지금까지 인류를 비롯해 지구를 거쳐 간 생명체는 하나같이 이 땅에 태어나 성장하고, 후손을 낳고, 죽고, 후손에 의하여 대체되는 생의 순환 과정을 받아들였다. 영생의 기술은 이 순환고리에 지대한 영향을 미칠 것이 분명하다. 기계 내지 반기계의 형태로, 혹은 순수한 정신의 형태로 생을 영원히 이어갈 수 있다면, 영생 이후 세대는 선대의 영구적 삶을 가능하게 하는 도구로서만 존재 이유를 부여받을 가능성이 크고, 그마저도 아니면 아예 이 세상에 원천적으로 존재할 수 없게 될 것이다. 영생의 기술을 개발하고 수혜한 세대는 진정 후대의 존재 여부나 형태를 결정지을 자격이 있는 것일까? 그러지 말았으면 한다. 새로운 개체가 이 무리를 계속 갱신해 주길 바란다. 카쿠가 누누이 강조하듯, 물리학의 법칙이 전 우주 어디에나 통용되는 것이라면, 먼저 난 자의 소멸과 뒤따르는 자의 채움으로 구성된 생의 순환고리가 미래 사회에도 여전히 통용되는 원칙이 되게끔 지켜주자.

카쿠는 전작 「마음의 미래」에서처럼 인류가 밟게 될 새로운 지평을 보여주었고, 여러 갈래의 선택지도 제시했다. 그가 제시한 선택지들은 매우 지적이고 설득력 있기에, 우리 같은 범인들이 미래 사회를 설계할 때 유용한 지도가 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이러쿵저러쿵 질문을 던지고 생각할 시간을 가졌다는 것 자체가 이 대중지향적 과학저술들의 존재 이유 중 하나를 증언해준다. 많은 사람이 카쿠의 책을 읽고 미래 사회에 대한 건전한 논쟁에 뛰어들면 좋겠다. 각자 이 책을 덮고 떠올린 바가 그 사람의 본원적 가치관이나 다름없다. 언뜻 보면 이 책은 온갖 과학기술 이론이나 현상으로 뒤덮여 있지만, 결국 인류의 삶과 소멸에 관한 이야기다. 이 주제에 대한 견해보다 한 사람의 본질을 더 정확하게 설명해줄 지표는 달리 떠오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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