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작가상 2019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코끝이 매콤한 가을이 오면 올해는 ‘올해의 작가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게 올해도 서울관을 찾았다. 올해의 작가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2018년에 이미 주저리주저리 다 썼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올해의 ‘올해의 작가상’은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는데, 첫째로, 이 전시가 막이 오르기 직전에 ‘작년의 작가상’ 유력 후보 중 하나가 자살했다. 나는 2018년의 리뷰에서 그들이 내 취향과는 달리... Continue Reading →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 – 「절필시대: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기억해야 할 이름들, 특히 정종여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 붓을 놓아야만 했거나 잊혀야만 했던 여섯 명의 화가들을 조명한 전시다. 정찬영은 화가로서의 삶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붓을 놓았다. 백윤문은 전성기에 건강을 잃고 화단을 떠나야 했다. 정종여는 북한을 선택했고, 거기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 미술사에서 지워졌었다. 임군홍에 대해서는 월북인지 납북인지 합의를 이루지... Continue Reading →

바바라 크루거_BARBARA KRUGER: FOREVER 展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상업주의의 성전에서 만난 상업주의의 투사 화장이란 먹고 사는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차이화의 기호로만 존재하는 활동이다. 화장은 본질의 차이가 아닌 기호의 차이만을 만들어 낸다. 마스카라를 그리는 행위 자체는 출근해서 일하고 성과를 내고 월급을 받고 식료품을 구매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마스카라를 그린 자와 그리지 않은 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리지 않은 자는 문명화된 행동을 거부하는... Continue Reading →

다큐멘터리-영화 호크니(Hockney, 2014) (KU시네마테크)

진실을 향한 분투 호크니(David Hockney)는 사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초현실주의 등 회화에서 두드러졌던 모든 형식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무려냈다. 그의 일생 자체가 사양미술사에서 시각성의 문제에 관한 모든 연구주제들의 집대성이었다. 호크니가 평생에 걸쳐 투신했던 문제는 인간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평면 회화 속에 가장 정확하게(=진실에 가깝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단일 시점의 원근법으로 세계를 지각하지 않는다. 유동적인 초점의 파편들이... Continue Reading →

가짜 수장고를 거닐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아스팔트마저 녹아 버릴 것 같은 날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찾았다. 미술관 자체는 지난해 12월에 개관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번듯한 주차장이 없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주차선 같은 것 없이 관람객들의 암묵적 룰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건설자재 무더기를 위태롭게 지나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지게차와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들이 육중한 재료들을 운반했고,... Continue Reading →

그리스 보물전: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오늘날 우리가 고대 그리스라고 일컫는 대상은 하나의 단일문화권이 아니라 에게해를 연하여 살아온 이질적인 지역과 민족을 아우른 것이다. 트로이, 미케네, 크레타로 대표되는 이들 지역에서는 기원전 3천년 경부터 각종 건축물과 조각들로 그 뚜렷한 흔적을 남겨왔다. 그 후손들은 로마 제국에게 패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수많은 전쟁과 이합집산을 거쳐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일궜다. 이번 전시는 야심차게도 그 최초의 흔적들에서부터 알렌산드로스... Continue Reading →

베르나르 뷔페 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선을 넘는, 선을 향한 충동 미술사를 통틀어도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처럼 독보적인 시그니처를 보유하고 있는 화가는 드물다. 시커멓고 곧은 선이 강박적일만큼 수직으로 뻗어 있는 화면을 보자면, 뷔페는 어떤 대상을 그리기 위하여 선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선을 긋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서 대상을 잠시 빌리는 것 같다. 뷔페는 자기만의 선을 일관되게 깎고 연마한 끝에 누가 보더라도 그... Continue Reading →

르네 마그리트: THE REVEALING IMAGE 展 (용인 뮤지엄그라운드)

초현실주의자, 사진가,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초콜릿, 와플, 밀맥주를 뛰어넘는 벨기에의 대표상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친숙한 매개체들로 고도의 지적 유희를 유발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뜨내기들에서부터 저명한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생각할만한 심오한 요소들을 고루 갖춘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마그리트는 그 어려운 과제에 성공한... Continue Reading →

제주작가 조명전 「99+1」 展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반쪽짜리 제주정신 제주도를 찾으면 일정이 촉박하더라도 제주도립미술관을 꼭 들른다. 안도 다다오 풍의 모던한 노출 콘크리트 외관을 즐기는 맛도 있지만 제주도 미술담론의 현 주소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가장 크고, 예산이 많고, 권위적인 하나의 제도권 기관이 그 지역의 미술담론을 대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관 10주년을 맞는 제주도립미술관은 도내 미술담론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뜨내기...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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