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그 제너의 「소소한 일상의 대단한 역사」

나는 어려서부터 잡학박사를 꿈꿨다. 아는 척하기를 워낙 즐겼기 때문이다. 혹자는 ‘이야기하고 싶은 욕망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고 하는데, 내게는 그 말이 ‘아는 척하고 싶은 욕망은 죽음과 맞닿아 있다’로 들렸다. 지금까지는 그럭저럭 아는 척하고 싶은 욕망을 억누르지 않고 행복하게 살아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아는 척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인터넷과 아카이브의 시대에 유용한 정보는 도처에 산재하고, 내가 내뱉은 말을... Continue Reading →

칼 세이건의 「코스모스」

어떤 책이 고전으로 숭상을 받기 시작하면 오히려 피하고 싶어진다. 똑같은 사람이 되어 버릴까봐 두렵기 때문이다.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코스모스(Cosmos)도 대중 과학서로서 고전 중의 고전인지라 역시나 피하고 싶었지만, 여러 저자들의 손가락이 계속 이 한 지점을 향하고 있는 바람에 피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전세계 6억명의 시청자가 감동했던 동명의 전설적인 다큐멘터리와 동시에 기획된 서적이다. 매체가 매체이니... Continue Reading →

게오르크 W. 베르트람의 「철학이 본 예술」

예술은 아름답지만 엄청난 수고를 요한다. 칼 발렌틴 예술이 대체 무엇이관대 이토록 많은 언설을 낳는가? 역사적으로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했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하나의 정의가 세워지면 이내 그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전복이 이루어졌다. 한때는 종교였던 것이 2000년쯤 지나자 예술로 포장됐다. 누군가에게는 숭고한 예술이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저열한 공예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의 예술관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예술 작품들이... Continue Reading →

황정수의 「일제강점기 조선미술교류사: 일본 화가들 조선을 그리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에서 활동했던 일본인 화가들을 추적한 기록물이다. 엄정한 의미의 미술사는 아니다. 특정 시대의 미술을 통시적으로 아우르지 않는다는 말이다. 일제 강점기에 조선과 인연을 맺은 일본인 화가를 공시적으로 다루되, 화파나 경향을 토대로 계보학을 수립하려 애쓰지 않고 분절적인 에피소드를 자유롭게 나열해 놓았다. 45장으로 촘촘하게 분절되어 쓰인 이야기들은 각각 나름대로의 기승전결을 갖추고 있는 소논문 내지 에세이다. 가장 중요한... Continue Reading →

이주희의 「강자의 조건: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지적인 사람으로 보이고 싶은 사장이 예하 임원들에게 선물할법한 책이다. 물론 이 책을 받은 부서장이 이 책의 메시지에 따라 관용과 포용의 자세를 내면화하여 부하들을 대하게 될지는 전혀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그리고 설령 그들이 관용과 포용의 정신을 온전히 실천에 옮긴다고 해도 정작 책을 선물했던 사장님이 예쁘게 보아 줄지는 또 다른 문제이다. 관용과 포용의 리더십은 조직 문화 전반의... Continue Reading →

존 버거의 「랑데부: 이미지와의 만남」

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이미지에서 무한한 사유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섬세한 눈, 역사/철학/종교에 대한 방대한 지식, 생각나는 무슨 말이건 내뱉을 수 있는 용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일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섬세한 눈과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떠오른 생각이나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전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Continue Reading →

김겸의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올해 나의 미술사 공부에서 ‘복원’은 가장 관심을 끈 키워드였다. 지난 가을 베네치아 여행에서 스쿠올라 디 산 로코(The Scuola grande di San Rocco)에 방문했을 때 틴토레토의 작품을 전시 현장에서 복원하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틴토레토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의 일환이었다.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di Santa Croce)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켈란젤로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Michelangelo)’라는... Continue Reading →

하선규의 「서양 미학사의 거장들: 감성과 예술을 향한 사유의 시선」

개별 사상가들의 핵심을 추려 모은 책들이 시중에 깔려 있다. 나도 원전을 읽을 용기는 없기 때문에 그런 책들을 많이 읽어 봤지만 사실상 만족했던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유의 세계란 깊고도 넓은데다가 여러 추상적 관념들이 다층적으로 뒤얽혀있는지라, 요점만 모아 놓으면 온전한 맥락에서 괴리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니체 이후로 넘어오면 글의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 어떤 진리를 체감하게끔 의도한... Continue Reading →

이소영의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나는 이소영의 전작인 「실험실의 명화」도 흥미롭게 읽었었다. 그때는 미술사적 지식이 너무나 일천했던 3년 전이었다. 미술과 과학의 접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그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다른 관련 도서들도 추가로 참고하여 ‘예술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회사와 동호회에서 세미나를 했었다. 이번 책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는 재료로 보는 미술사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집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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