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展: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존경을 표하는 두 개의 행렬 서울에 살 때야 제아무리 인기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라도 평일에 휴가 내고 보면 되니 딱히 부담이 없었다. 지방에 오고 나니 서울에 모든 문화 시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실감이 난다. 이 전시도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 예매 사이트에 내가 서울로 올라가는 날 운 좋게도 딱 한 자리 공석이 있어서 냉큼 예약했다.... Continue Reading →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 – 「절필시대: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기억해야 할 이름들, 특히 정종여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 붓을 놓아야만 했거나 잊혀야만 했던 여섯 명의 화가들을 조명한 전시다. 정찬영은 화가로서의 삶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붓을 놓았다. 백윤문은 전성기에 건강을 잃고 화단을 떠나야 했다. 정종여는 북한을 선택했고, 거기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 미술사에서 지워졌었다. 임군홍에 대해서는 월북인지 납북인지 합의를 이루지... Continue Reading →

가짜 수장고를 거닐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아스팔트마저 녹아 버릴 것 같은 날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찾았다. 미술관 자체는 지난해 12월에 개관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번듯한 주차장이 없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주차선 같은 것 없이 관람객들의 암묵적 룰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건설자재 무더기를 위태롭게 지나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지게차와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들이 육중한 재료들을 운반했고,... Continue Reading →

그리스 보물전: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오늘날 우리가 고대 그리스라고 일컫는 대상은 하나의 단일문화권이 아니라 에게해를 연하여 살아온 이질적인 지역과 민족을 아우른 것이다. 트로이, 미케네, 크레타로 대표되는 이들 지역에서는 기원전 3천년 경부터 각종 건축물과 조각들로 그 뚜렷한 흔적을 남겨왔다. 그 후손들은 로마 제국에게 패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수많은 전쟁과 이합집산을 거쳐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일궜다. 이번 전시는 야심차게도 그 최초의 흔적들에서부터 알렌산드로스... Continue Reading →

르네 마그리트: THE REVEALING IMAGE 展 (용인 뮤지엄그라운드)

초현실주의자, 사진가,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초콜릿, 와플, 밀맥주를 뛰어넘는 벨기에의 대표상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친숙한 매개체들로 고도의 지적 유희를 유발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뜨내기들에서부터 저명한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생각할만한 심오한 요소들을 고루 갖춘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마그리트는 그 어려운 과제에 성공한... Continue Reading →

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비트겐슈타인이 이 전시를 봤다면 아마 아시아라는 말 자체에 진저리를 치며 10분만에 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아시아라는 공동체는 없다. 우연히도 인접하게 모여 있는 개별 국가들이 있을 뿐이다. 만일 국가라는 개념에 실체가 있다면 말이다. 상당수의 철학적 문제들이 서로 다른 개체들을 같은 이름으로 부를 때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 전시에 모인 국가들을 아시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가능한 까닭은 이들이...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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