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인공지능의 눈부신 발달은 손 하나 까딱하지 않고도 세상을 움직일 수 있을 것만 같은 유토피아적 황홀경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인공지능에 기반한 유토피아의 상이 점차 뚜렷해질수록 그곳에 진정한 의미에서 오늘날의 ‘나’는 없을지 모른다는 불안감도 동반된다. 역사상 모든 기술혁신의 찬란한 열매는 인간소외라는 어두운 그림자도 수반했다. 자동차는 마부를, 기계는 공장의 단순 노무자를, 전구는 가로등 점등사를 밀어냈다. 당시에 직업의 현장에서... Continue Reading →
존 S. 앨런의 「집은 어떻게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었나: 신경인류학이 말하는 우리의 집」
노숙보다 무서운 정신적 노숙 "'집'은 결국 물리적 또는 경제적 의미와는 별개로 정서적 함축성을 지닌 단어이다." 토머스 소얼(225p) 집은 집이로되, 집이 아닌 시대다. 집은 단순히 사람이 들어가 사는 구조물도 아니고, 움직일 수 없는 고가의 재산도 아니고, 행복하고 단란한 보금자리도 아니다. 집은 그 모든 것이 될 수 있고, 그 무엇도 될 수 없다. 오늘날 신자유주의 사회에서 집은... Continue Reading →
마르틴 스코프 & 오신 바타니안 편저, 「신경미학」
알파고와의 대국 이후 인공지능의 대혁명이 우리 눈앞에 곧 펼쳐지기라도 할 것처럼 온 세상이 호들갑을 떨었었는데, 4년이 흐른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그 또한 거품이었음이 자명해 보인다. 시리, 빅스비로 대표되는 인공지능 비서라는 녀석들은 여전히 문맥을 짚어내지 못한 채 검색 대행사무소 노릇만 하고 있다. 인공지능에 의하여 잠식된 일자리도 딱히 꼽기 힘들다. 패스트푸드점의 알바 자리를 날려버린 키오스크가 인공지능이라고... Continue Reading →
에릭 캔델의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빈 태생의 뇌 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이 자신의 전공분야와 미술의 통섭을 모색한 두 번째 연구서다. 첫 번째 시도였던 「통찰의 시대」에 비하면 스케일이 확 줄었다. 전작에서 저자는 유달리 통섭적 창조력이 폭발했던 세기말 빈에서 정신분석, 의학, 예술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했던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간 서양미술사에서 간과되었던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의 미묘한 심리적 양상들이 클림트,...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