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재료사와 즉물성 재료로 읽는 미술사다.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지는 않는다. 부제가 암시하듯 회화사에 집중한다. 미술이 물질의 한계를 벗어난 시점부터는 간단히 암시만 하고 마무리한다. 최근에 이소영의 책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 홍세연은 미술재료학을 전공했던 사람이라 그보다는 더 깊게 들어간다. 구체적인 안료와 색깔 하나하나까지 세분하여 설명해 준다. 미술 전공자는 학교에서 이미 배웠을 내용이고, 비전공자라면... Continue Reading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팅의 역사」
모든 역사의 시작, 사람 전설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또 다른 전설적인 큐레이터 11명을 인터뷰하고 그 전문을 실은 책이 어떻게 큐레이팅의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역사란 대단한 위인들의 기념비적 성취들을 쫒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저 사람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들이다. 한 명의 소시민이라도 자신의 삶을 흔적으로... Continue Reading →
마이클 설리번의 「동서미술교섭사」
Michael Sullivan, The Meeting of Eastern and Western Art: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진정한 이해를 위한 첫 걸음 오늘날 교통통신의 발달은 세계화를 가장한 서구화를 향하여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가속화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발로 뛰면서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역성을 일거에 말소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지역성은 대단히 모호한 관념이기 때문에 그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Continue Reading →
로버트 S. 넬슨, 리처드 시프(편저)의 「꼭 읽어야 할 예술 비평용어 31선」
Critical Terms for Art History 편저자들이 내어 놓은 두 개의 서문에서부터 이미 형식주의를 배격하면서 신미술사를 지향할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선언하고 있다. 동시대 미술 비평과 이론 텍스트에서 흔히 사용되지만 누구도 제대로 설명해 주지 않는 31개의 용어들을 각기 하나의 주제로 삼아서 서로 다른 배경과 개성을 지닌 저자들이 에세이를 썼다. 이 저자들은 현재 미술사와 미술비평이라는 유사과학 분야에서 누구보다도... Continue Reading →
제이 에멀링의 「20세기 현대예술이론」
작고, 예쁘고, 새빨간 핸드북에 현대 미술이론의 정수를 담았다. 물론 엄밀히 '미술이론'은 아니다. 미술을 위해서 탄생한 것들이 아님에도 미술계에서 주로 차용하는 이론들이다. 구성면에서는, 이론별로 풀어가지 않고 사람 중심으로 풀어간다. 이는 저자가 아직은 이론과 사상에 있어서 '작가성'을 견고하게 인정하고 있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작가의 죽음'은 작품 분석에서 중요한 관점이지만 비평이론에 있어서 만큼은 작가의 장례식이 도대체 언제쯤 열리게 될지... Continue Reading →
도널드 프레지오시(편저)의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
통상 "꼭 읽어야 할" 같은 어구는 꼭 읽어야 할 필요까지는 없다는 것을 강조해주는 마케팅적 수사일 가능성이 높지만 이번만큼은 다르다. 정말 꼭 읽어야 한다. 미술사 혹은 미술비평이라는 광활한 관념의 사막을 횡단해야 하는데, 그 여정에서 단 한 장의 지도만이 허락되었다면 이 책을 손에 들어야 한다. 미술사의 서막이 올라간 16세기에서부터 가장 최신의 첨예한 논쟁에 이르기까지, 철저하게 해체된 고전에서부터... Continue Reading →
비키 크론 애머로즈의 「예술가의 글쓰기: 시각 예술가를 위한 작문 가이드」
글을 쓰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그것을 타인에게 내어 놓는 것은 더더욱 어려운 일이다. 하물며 시각적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에게 작품을 언어의 형태로 변환하라거나 최소한 변론이라도 해보라고 강요하는 일은 거의 폭력에 가깝다. 하지만 때로는 그 폭력에 당당히 맞서야 한다. 해내야만 한다. 예술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삶이며, 삶은 나와 타자의 소통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 중추가 언어이기...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