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전시장의 토르소: 비평적 전시문화를 위하여

"시간이 흐르고 초기의 매력이 점점 약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아예 새로 태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작품 그 자체만 남아 폐허의 형태로 서 있게 되는 때다."1) "진짜 귀중품들은 아주 꼼꼼한 탐사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과거의 연관관계로부터 벗어난 상들이 일종의 귀중한 물건들로─수집가의 갤러리에 있는 파편 혹은 토르소─ 나타나는 곳은 현재 우리의 성찰이... Continue Reading →

하워드 아일런드 & 마이클 제닝스의 「발터 벤야민 평전: 위기의 삶, 위기의 비평」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책장 꾸미기였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것을 해내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그보다 앞서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고, 책장이 늦게 도착했고, 그중 하나는 파손되어 있었고, 그것을 돌려보내고 다시 받았다. 책장은 대체로 장르별, 주제별 정리를 따랐지만, 그 원칙을 깨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특정인에게 헌정하는 공간이다. 이... Continue Reading →

존 버거의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John Berger, Understanding a Photograph "나는 내가 본 것들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181p 존 버거(John Berger)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적합한 자기소개는 없다. 그는 미술평론가라는 경직된 호칭보다는 그저 본 것을 말하는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어 했고, 이 머나먼 땅에서도 그의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Continue Reading →

[에세이] 오브제로서 인간: 에드워드 호퍼의 ‘일요일(1926)’

“너무 냉랭한 거리는 존재하지 않는 셈이다. 오브제가 눈앞에 보였다. 시간이 정지됐다. 그리고 우리는 우리를 열광시키는 오브제를 예술로 전화(轉化)한 모습을 통해 다시 한 번 경험한다.”에드워드 호퍼(1928) 2019년의 미국도 모르는 내가 1926년의 미국에 대해서 알 턱은 없다. 하지만 그때, 거기에 한 남자가 앉아있었다는 사실은 안다. 아마도 그는 우리를 바라보고 있다. 외로운 그 남자의 눈빛은 경계로 가득하지만 우리를... Continue Reading →

발터 벤야민 & 에스터 레슬리의 「발터 벤야민, 사진에 대하여」

이 두 장의 고양이 사진이 지금까지 내가 찍은 최고의 작품이다. 이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내가 노력한 부분은 사실상 없다. 토속적인 순간을 담고 싶다는 그릇된 이분법적 시선에 이끌려 강릉 사천항에 당도했을 뿐이고, 나와 같은 시공간 속에 이 아기 고양이가 존재했을 뿐이다. 내 노력은 고작 카메라를 켜고, 무릎을 굽히고, 이 아름다운 생명체의 관심을 끌기 위해 괴이한 가성을 내는 정도에...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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