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일권의 「비판 인문학 100년사」

동거인께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정기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엔 통 읽지를 않으신다. 어느 날 구독자 사은품으로 이 책이 배송되었다. 재미는 없어 보였지만, 나라도 이걸 읽어서 정기 구독료를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책을 폈다. 이 책에는 두 줄의 부제가 달려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실존주의, 인류세까지 / 프로이트에서 푸코, 카스텔까지” 여기서 첫 줄은 사상을, 둘째 줄은 사람을... Continue Reading →

이영준의 「페가서스 10000마일」

한 번 더 갔다 오세요. ‘기계비평가’라는 정체성을 앞장서서 개척하고 있는 이영준의 본격적인 기계비평서로서, 「기계비평」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이번에는 기계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계, 육중한 컨테이너선에만 집중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평론을 전개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5년에 걸쳐 끈질기게 컨테이너선 승선을 요청했고, 어렵사리 승낙을 얻어 상하이에서부터 사우샘프턴까지 10,000마일의 여정을 완주했다. 그가 탑승한 ‘CMA CGM... Continue Reading →

조슈아 스펄링, 「우리 시대의 작가: 존 버거의 생애와 작업」

Joshua Sperling, A Writer of Our Time: The Life and Work of John Berger 이야기꾼의 시대는 끝났나? 주인공의 이름은 부제에 숨었다.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들어가곤 하는 초상사진도 없다. 주인공의 첫 번째 소설 제목을 딴 ‘우리 시대의 작가’라는 찬사만이 전면에 드러났다. 새삼 그가 우리와 동시대에 함께했음이 실감 난다. 동시에 그가 벌써 평전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오래 전에... Continue Reading →

류병학의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바로잡아야 할 것은 연대가 아니라 자세다. 우선 이 글의 제목에는 오류가 있다. 공식적으로 이 책은 류병학과 정민영, 두 저자의 공저고, 엮은이로 박준헌이 끼어 있다. 정민영은 「미술세계」 편집장으로서 류병학의 섭외와 의제 설정에 관여하였고, 이 책에서는 서문과 마지막 장(고양이와 방울과 쥐)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서문은 류병학을 소개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장도 류병학의 논의에 대한 보충이므로 분량상 차지하는 지분은 미미하다(내용이... Continue Reading →

캐롤 던컨의 「권력의 미학: 18세기 회화부터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로 본 사회, 정치, 여성」

Carol Duncan (1993), The Aesthetics of Power 그 작품은 누구에게 충성하고 있는가? "이론상으로 미술관은 모든 방문객의 정신적인 함양을 위해 헌정된 공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위 있고,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엔진이다."- 253p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캐롤 던컨(Carol Duncan)의 저서는 「미술관이라는 환상」 하나뿐이었는데, 작년 말에 「권력의 미학」이 뒤늦게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전엑스포 개최하던 당시 발표되었던 책이 30여 년... Continue Reading →

이영준의 「기계비평」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이 증거로서 기능하려면 천 마디 말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293p 우리나라에서 기계비평의 시작을 알린 저작이다. 저자는 기계를 향한 남다른 애정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지만, 이내 테크놀로지를 저버리고 대학원 미학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때 하이데거에게 빠져서 그간 애지중지했던 기계 모형(프라모델) 컬렉션을 박살 내버리기도 했지만, 이내 사진비평을... Continue Reading →

고동연, 신현진, 안진국의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도록 ‘예술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지만, ‘비평의 위기’에 비하면 허상에 가깝다. 이브 미쇼(Yves Michaud)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두 가지 함의를 전하는데, 첫째는 예술의 위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예술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이 어쩌면... Continue Reading →

[에세이] 전시장의 토르소: 비평적 전시문화를 위하여

"시간이 흐르고 초기의 매력이 점점 약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아예 새로 태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작품 그 자체만 남아 폐허의 형태로 서 있게 되는 때다."1) "진짜 귀중품들은 아주 꼼꼼한 탐사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과거의 연관관계로부터 벗어난 상들이 일종의 귀중한 물건들로─수집가의 갤러리에 있는 파편 혹은 토르소─ 나타나는 곳은 현재 우리의 성찰이... Continue Reading →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John Berger(1996), Photocopies “그리기의 충동은 눈에서보다 손에서 온다.”38p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람에 대하여 묘사하기를 즐기는 사람은 아마도 두 종류로 나뉠 것이다: 휴머니스트이거나 외로운 사람이거나. 휴머니스트는 모두를 사랑한다. 외로운 사람은 모두를 갈망한다. 둘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우리 마음속에는 휴머니스트와 외로운 사람이 조금씩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둘이 싸워서 누군가는 이기게 되어 있는데, 누가 이겼는지에... Continue Reading →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이후: 동시대 미술과 역사의 울타리」

Arthur C. Danto(1997), After the End of Art: Contemporary Art and the Pale of History "단토 선생님, 열등감은 아니길 바라요" 1. 개관 철학자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동반경을 넓힌 아서 단토(Arthur C. Danto)가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바라보며 남긴 유명한 테제를 담은 책이다. 그 테제란 ‘예술의 종말’이다. 여기서 예술의 종말이란, 예술의 제작과 그것에 대한 열광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술사의...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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