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슈아 스펄링, 「우리 시대의 작가: 존 버거의 생애와 작업」

Joshua Sperling, A Writer of Our Time: The Life and Work of John Berger 이야기꾼의 시대는 끝났나? 주인공의 이름은 부제에 숨었다.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들어가곤 하는 초상사진도 없다. 주인공의 첫 번째 소설 제목을 딴 ‘우리 시대의 작가’라는 찬사만이 전면에 드러났다. 새삼 그가 우리와 동시대에 함께했음이 실감 난다. 동시에 그가 벌써 평전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오래 전에... Continue Reading →

류병학의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바로잡아야 할 것은 연대가 아니라 자세다. 우선 이 글의 제목에는 오류가 있다. 공식적으로 이 책은 류병학과 정민영, 두 저자의 공저고, 엮은이로 박준헌이 끼어 있다. 정민영은 「미술세계」 편집장으로서 류병학의 섭외와 의제 설정에 관여하였고, 이 책에서는 서문과 마지막 장(고양이와 방울과 쥐)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서문은 류병학을 소개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장도 류병학의 논의에 대한 보충이므로 분량상 차지하는 지분은 미미하다(내용이... Continue Reading →

캐롤 던컨의 「권력의 미학: 18세기 회화부터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로 본 사회, 정치, 여성」

Carol Duncan (1993), The Aesthetics of Power 그 작품은 누구에게 충성하고 있는가? "이론상으로 미술관은 모든 방문객의 정신적인 함양을 위해 헌정된 공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위 있고,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엔진이다."- 253p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캐롤 던컨(Carol Duncan)의 저서는 「미술관이라는 환상」 하나뿐이었는데, 작년 말에 「권력의 미학」이 뒤늦게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전엑스포 개최하던 당시 발표되었던 책이 30여 년... Continue Reading →

이영준의 「기계비평」

"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이 증거로서 기능하려면 천 마디 말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293p 우리나라에서 기계비평의 시작을 알린 저작이다. 저자는 기계를 향한 남다른 애정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지만, 이내 테크놀로지를 저버리고 대학원 미학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때 하이데거에게 빠져서 그간 애지중지했던 기계 모형(프라모델) 컬렉션을 박살 내버리기도 했지만, 이내 사진비평을... Continue Reading →

고동연, 신현진, 안진국의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도록 ‘예술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지만, ‘비평의 위기’에 비하면 허상에 가깝다. 이브 미쇼(Yves Michaud)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두 가지 함의를 전하는데, 첫째는 예술의 위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예술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이 어쩌면... Continue Reading →

[에세이] 전시장의 토르소: 비평적 전시문화를 위하여

"시간이 흐르고 초기의 매력이 점점 약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아예 새로 태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작품 그 자체만 남아 폐허의 형태로 서 있게 되는 때다."1) "진짜 귀중품들은 아주 꼼꼼한 탐사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과거의 연관관계로부터 벗어난 상들이 일종의 귀중한 물건들로─수집가의 갤러리에 있는 파편 혹은 토르소─ 나타나는 곳은 현재 우리의 성찰이... Continue Reading →

하워드 아일런드 & 마이클 제닝스의 「발터 벤야민 평전: 위기의 삶, 위기의 비평」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책장 꾸미기였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것을 해내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그보다 앞서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고, 책장이 늦게 도착했고, 그중 하나는 파손되어 있었고, 그것을 돌려보내고 다시 받았다. 책장은 대체로 장르별, 주제별 정리를 따랐지만, 그 원칙을 깨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특정인에게 헌정하는 공간이다. 이... Continue Reading →

허버트 리드의 「현대회화의 역사」

Herbert Read, A Concise History of Modern Painting (초1959, 개1968, 개1974, 번1990) 꼴 같지 않게 미학, 비평, 예술철학 같은 묵직한 책들만 읽어대다가 오랜만에 미술사 책을 펼쳤더니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다가 벗어던진 기분이다(물론 실제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뛴 적이 있을 리 만무하고 비유 상 그렇다는 것). 하나의 미술 양식이 새로운 경향을 만나서 변해가는 과정,... Continue Reading →

이브 미쇼의 「예술의 위기: 유토피아, 민주주의와 코미디」

Yves Michaud, La Crise de l'art contemporain (1997)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229p 예술이 아닌, 우리의 위기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프랑스 현대 미술을 둘러싼 좌우 논쟁으로 시작한다. 현대 미술의 비판자들은 그것이 무분별하며, 공감을 얻지 못하고, 퇴폐적이며, 염세적이라고 까내린다. 옹호자들은 그 비판자들이 여전히 구습에 얽매여... Continue Reading →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John Berger(1996), Photocopies “그리기의 충동은 눈에서보다 손에서 온다.”38p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람에 대하여 묘사하기를 즐기는 사람은 아마도 두 종류로 나뉠 것이다: 휴머니스트이거나 외로운 사람이거나. 휴머니스트는 모두를 사랑한다. 외로운 사람은 모두를 갈망한다. 둘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우리 마음속에는 휴머니스트와 외로운 사람이 조금씩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둘이 싸워서 누군가는 이기게 되어 있는데, 누가 이겼는지에...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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