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서린 스푸너의 「다크컬처」

Catherine Spooner, Contemporary Gothic 오늘날의 유령은 어디에? 헌책방의 진정한 의미는 책값의 절약 같은 단편적인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외성의 미학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쿰쿰한 서고가 천장까지 닿아 있고, 누리끼리한 책들은 책장에서 미어져 나와 복도까지 장악한다. 사람의 공간에 책을 둔 것이 아니라 책의 공간에 사람이 제멋대로 침입해 굽이굽이 유랑하는 맛이다. 책들은 못내 겨우 사람 하나 비집고... Continue Reading →

[에세이] 기호와 호흡: 이채은의 2022년 회화

다양성이 시대적 화두가 된 세상에서, 그것을 거스르려는 조그마한 움직임일지라도 조리돌림을 각오해야 한다. ‘민주주의=절대선’이라는 제국주의적으로 강요된 등식에 다양성이 무비판적으로 침습되면서 단순한 의견이나 취향의 표명마저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비평의 영토까지 침범한다.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비평은 편파적이고 열의에 차고 정치적이어야 한다.”[1]는 것이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것에 좋은 이유가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고로 무슨... Continue Reading →

[에세이] 혼돈에서 사후생으로: 양은영의 2022년 회화

예술가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작품의 형태로 투사한다. 그 작품은 미술계, 혹은 그 울타리 밖 더 넓은 세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소통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 소통이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많은 예술가가 그 성공의 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듯 짐짓 초연한 표정으로 작업실을 지키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가능성이 완전히... Continue Reading →

손택, 키이우, 이태원 : 타인의 고통

“부디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 수전 손택, 「타인의 고통」 Susan Sontag(2003), Regarding the Pain of Others 무더위 속에서 이 책을 읽고 이제야 글로 정리한다. 진작 썼어야 하는 데 바쁘다는 핑계로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어느덧 낙엽이 쌓인다. 먹고 살기 위한 글에 쫓기다 보면 사적으로 쓰는 글도 일처럼 느껴진다. 미뤄뒀던 글감이 어떤... Continue Reading →

노동집약적 환대,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 (CR Collective, 22.8.4. ~ 8.27.)

지난 8월에 CR Collective(CR콜렉티브)에서 열렸던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여 '비평웹진 퐁'에 게재하였다. 여러 사정으로 정말 오랜만에 본 누군가의 개인전이었는데, 훑어 보자마자 여러 시상이 떠올랐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 졸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비평웹진 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https://view.pong.pub/57

린다 노클린의 「왜 위대한 여성 미술가는 없었는가?」

Linda Nochlin(1971), Why Have There been No Great Women Artists? 가리키는 곳을 보지 말고 그 손가락을 분질러라 「아트뉴스」 紙 1971년 1월호에 실렸던 에세이다. 미술사와 미술비평을 조금이라도 공부해 본 사람이라면 모를 수가 없는 글이다. 그만큼 많이 인용된다. 만약 본인이 미술사를 공부했는데도 린다 노클린(Linda Nochlin)이라는 이름이 생소하다면 자신의 식견이 68혁명 이전 어딘가, 심지어 반 고흐의 노란집 어느... Continue Reading →

롤랑 바르트의 「현대의 신화」

Roland Barthes, Mythologies (1957) "언어의 이름으로 한 사람에게서 그의 언어를 훔치는 것, 바로 이런 행위를 통해 모든 합법적인 살인이 시작된다." 70p "신화의 기능은 사라지게 하는 것이 아니라 변형시키는 것이다." 282p 신화에 거하거나, 벗어나시오 책은 크게 두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앞 장은 바르트(Roland Barthes)가 현대의 신화들을 구체적 실례로 살펴보고 그 내막을 샅샅이 분석한 내용이다. 1950년대 현재,... Continue Reading →

팸 미첨 & 줄리 셸던, 「현대미술의 이해: 모더니즘, 포스트모더니즘을 읽는 8가지 새로운 눈」

Pam Meecham & Julie Sheldon, Modern Art: A Critical Introduction 우리는 인류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 다원주의가 충분히 보장받는 시대를 살고 있다. 다원주의의 본질은 여러 생각과 파편화된 개인이 그 자체로 존중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 따르면, 내가 옳은 만큼 남도 옳다. 18세기에 살롱전을 드나들던 디드로(Denis Diderot)는 계몽주의적 가치를 바탕으로 이 작품 저 작품의 우열을 가릴... Continue Reading →

[미디어 비평] 스펙터클 인 블랙박스

스펙터클 인 블랙박스: 충격을 넘어 블랙박스는 불신을 먹고 자란다 우리나라 운전자들의 블랙박스 사랑은 유별나다. 유럽, 일본 등 해외 주요국의 블랙박스 보급률이 10~20% 수준에 그치는 데 반해 우리나라의 블랙박스 보급률은 90%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1) 자동차를 구매하면 가장 먼저 블랙박스부터 장착하는 것이 상식으로 자리 잡았고, 영업사원에게 말만 잘하면 애초에 블랙박스를 장착한 상태로 신차를 출고해 주기도 한다. 여느... Continue Reading →

성일권의 「비판 인문학 100년사」

동거인께서 <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를 정기 구독하고 있는데, 요즘엔 통 읽지를 않으신다. 어느 날 구독자 사은품으로 이 책이 배송되었다. 재미는 없어 보였지만, 나라도 이걸 읽어서 정기 구독료를 조금이나마 건질 수 있다면 좋겠다는 마음 하나로 책을 폈다. 이 책에는 두 줄의 부제가 달려 있다. “정신분석학에서 실존주의, 인류세까지 / 프로이트에서 푸코, 카스텔까지” 여기서 첫 줄은 사상을, 둘째 줄은 사람을...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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