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단 호크의 「이토록 뜨거운 순간」

Ethan Hawke, THE HOTTEST STATE (1996) 치기어린 20대의 사랑이야기다. 대학을 중퇴한 배우 윌리엄이 어느 라이브 주점에서 사라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진다. 사라는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매우 섬세한 여인인데, 윌리엄에 본능적으로 끌리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번번이 그의 사랑을 밀어낸다. 여기서 그녀가 밀어내는 방식은 섹스를 거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의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사랑하면서도 섹스를 거부하는 상황은... Continue Reading →

존 버거의 「G」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괴감마저 드는 소설이다. ‘콜라주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앞뒤 문단이 서로 분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로 급속히 선회한다. 두 개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짧은 문단 단위로 계속 병치되기도 한다. 인물들이 망상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문맥상 필요도 없는 그러한 망상을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묘사하는지 의문이다. 혹여 나중에... Continue Reading →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Conclave): 신의 선택을 받은 자」

거룩한 성의를 걸친 종교계의 흑막을 열어 젖히는 이야기는 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로마 가톨릭은 지난 2000년 간 박해의 상징으로, 시대의 율법으로, 구습의 망령으로, 혹은 평화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적절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찬란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기에, 그 내막에 대한 궁금증도 더불어 커져간다. 종교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신비를 동반하며 그 생명을 유지하기... Continue Reading →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출2014, 역2017)」

사람은 참으로 잔인한 면이 있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봉착한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 하면서도 내심 즐긴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극한상황에 대한 대리체험 욕구라고 하기에는 좀 더 고약하다. 아마 이 고통을 겪는 것이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주는 희열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재인식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을 다룬 영화나... Continue Reading →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출1985, 역2002)」

대학교때 까지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주로 집어 들던 소설들은 전쟁, 민주화 운동 등 급박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인물들의 고뇌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식으로 성찰을 하다가 이내 '그래도 지금은 평화로운 시대여서 참 다행이야'라는 막연하고 비겁한 결론으로 귀착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읽기에 비하여 감성적 읽기를... Continue Reading →

로런스 블록의 「빛 혹은 그림자: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2017)」

S유통사의 CF와 <빈방의 빛>으로 촉발된 에드워드 호퍼 열풍이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소설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마치 연극처럼 어떤 이야기들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전에도 언급한 바 있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상으로 풀어낸 것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빛 혹은 그림자>는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로런스 블록(Lawrence...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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