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G」

정말 이해하기 어려워서 자괴감마저 드는 소설이다. ‘콜라주 소설’이라고 해도 될 정도로 앞뒤 문단이 서로 분절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하나의 이야기를 하다가 아무렇지도 않다는 듯이 다른 이야기로 급속히 선회한다. 두 개의 시공간에서 벌어지는 사건이 짧은 문단 단위로 계속 병치되기도 한다. 인물들이 망상에 빠져들기도 하는데, 문맥상 필요도 없는 그러한 망상을 왜 그렇게 정성스럽게 묘사하는지 의문이다. 혹여 나중에... Continue Reading →

로버트 해리스의 「콘클라베(Conclave): 신의 선택을 받은 자」

거룩한 성의를 걸친 종교계의 흑막을 열어 젖히는 이야기는 늘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특히 로마 가톨릭은 지난 2000년 간 박해의 상징으로, 시대의 율법으로, 구습의 망령으로, 혹은 평화의 또 다른 이름으로 적절하게 옷을 갈아입으며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찬란한 역사를 이어가고 있기에, 그 내막에 대한 궁금증도 더불어 커져간다. 종교는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의 신비를 동반하며 그 생명을 유지하기... Continue Reading →

리처드 플래너건의 「먼 북으로 가는 좁은 길(출2014, 역2017)」

사람은 참으로 잔인한 면이 있다. 육체적/정신적 한계에 봉착한 누군가의 모습을 보는 것을 힘들어 하면서도 내심 즐긴다. 좀처럼 경험하기 힘든 극한상황에 대한 대리체험 욕구라고 하기에는 좀 더 고약하다. 아마 이 고통을 겪는 것이 지금의 내가 아니라는 안도감이 주는 희열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얼마나 안락한 삶을 살고 있는지, 타인의 고통을 통해 재인식하려는 것인지도 모른다. 전쟁을 다룬 영화나... Continue Reading →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출1985, 역2002)」

대학교때 까지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주로 집어 들던 소설들은 전쟁, 민주화 운동 등 급박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인물들의 고뇌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식으로 성찰을 하다가 이내 '그래도 지금은 평화로운 시대여서 참 다행이야'라는 막연하고 비겁한 결론으로 귀착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읽기에 비하여 감성적 읽기를... Continue Reading →

로런스 블록의 「빛 혹은 그림자: 호퍼의 그림에서 탄생한 빛과 어둠의 이야기(2017)」

S유통사의 CF와 <빈방의 빛>으로 촉발된 에드워드 호퍼 열풍이 잔잔하게 이어지고 있다. 이번에는 소설이다.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들이 마치 연극처럼 어떤 이야기들을 연상시킨다는 사실은 전에도 언급한 바 있고, 이에 동의하는 사람은 나 뿐만이 아닌 것 같다. <셜리에 관한 모든 것>이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을 영상으로 풀어낸 것이라면, 이번에 출간된 소설집 <빛 혹은 그림자>는 언어로 풀어낸 것이다. 로런스 블록(Lawrence... Continue Reading →

WordPress.com.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