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워드 아일런드 & 마이클 제닝스의 「발터 벤야민 평전: 위기의 삶, 위기의 비평」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책장 꾸미기였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것을 해내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그보다 앞서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고, 책장이 늦게 도착했고, 그중 하나는 파손되어 있었고, 그것을 돌려보내고 다시 받았다. 책장은 대체로 장르별, 주제별 정리를 따랐지만, 그 원칙을 깨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특정인에게 헌정하는 공간이다. 이... Continue Reading →

이브 미쇼의 「예술의 위기: 유토피아, 민주주의와 코미디」

Yves Michaud, La Crise de l'art contemporain (1997)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229p 예술이 아닌, 우리의 위기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프랑스 현대 미술을 둘러싼 좌우 논쟁으로 시작한다. 현대 미술의 비판자들은 그것이 무분별하며, 공감을 얻지 못하고, 퇴폐적이며, 염세적이라고 까내린다. 옹호자들은 그 비판자들이 여전히 구습에 얽매여... Continue Reading →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이후: 동시대 미술과 역사의 울타리」

Arthur C. Danto(1997), After the End of Art: Contemporary Art and the Pale of History "단토 선생님, 열등감은 아니길 바라요" 1. 개관 철학자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동반경을 넓힌 아서 단토(Arthur C. Danto)가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바라보며 남긴 유명한 테제를 담은 책이다. 그 테제란 ‘예술의 종말’이다. 여기서 예술의 종말이란, 예술의 제작과 그것에 대한 열광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술사의... Continue Reading →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Jean Baudrillard, La Société de consommation: Ses mythes ses structures 알고 당할 것인가, 모르고 당할 것인가?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맨 인 블랙박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사고 영상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아침 교양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의 한 꼭지로 출발했는데, 점차 인기가 많아지면서 주말 황금시간대에 단독 편성으로 확대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이지 별의별 교통사고들이 도처에 벌어지고 있다는... Continue Reading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Erich Fromm, The Art of Loving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이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애무의 기술’이었다면 훨씬 구미를 자극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천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프롬(Erich Fromm)은 이 책을 써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다. 사랑은 단순히 어떤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도,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포장도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끝없이 사랑을 이어가면서도... Continue Reading →

미셸 푸코의 「생명관리정치의 탄생: 콜레주드프랑스 강의 1978~79년」

이번 강의는 “사회를 보호해야 한다” 이후 3년이 지나 이루어졌다. 나는 푸코의 관심사 중에서도 특히 통치술이 인간의 신체에 작용하고 그것을 규율하는 방식에 흥미를 느낀다. 이번 강의의 제목은 여지없이 그 관심사를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기 때문에 중간 단계(안전, 영토, 인구; 1977~78)를 건너뛰고 곧장 이리로 달려 왔다. 하지만 내 기대는 무너졌다. 역시 천재들은 우리가 기대하는 대로 움직여주지를 않는다. 이번... Continue Reading →

레이 몽크의 「비트겐슈타인 평전: 천재의 의무」

Rey Monk, Ludwig Wittgenstein: Duty of Genius 철학자의 전기임에도 불구하고 이 책이 흡입력을 가졌던 이유는 단순히 비트겐슈타인에 대해 잘 써놓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의 모습 속에서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와 나는 놀라울 정도로 닮은 구석이 많다. 그의 철학을 온전히 이해할 수 없음에도 묘한 끌림을 느꼈던 이유도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의 말들은 마치... Continue Reading →

게오르크 W. 베르트람의 「철학이 본 예술」

예술은 아름답지만 엄청난 수고를 요한다. 칼 발렌틴 예술이 대체 무엇이관대 이토록 많은 언설을 낳는가? 역사적으로 예술이 무엇인지 정의하려고 했던 시도들은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하나의 정의가 세워지면 이내 그 정의를 무력화시키는 전복이 이루어졌다. 한때는 종교였던 것이 2000년쯤 지나자 예술로 포장됐다. 누군가에게는 숭고한 예술이었던 것이 누군가에게는 저열한 공예품으로 받아들여졌다. 신의 예술관을 추정하는 과정에서 무수히 많은 예술 작품들이... Continue Reading →

미술사/사상사의 칼날 같은 명언들

여러 책과 전시장에서 숱한 명언들을 보아 왔다. 명언은 단 한 문장으로 폐부에 파고드는 진리를 배달하는 것이다. 지식의 망망대해에서 안전하게 진리의 등대를 찾아올 수 있도록 인도하는 한 줄기 빛이다. 그렇게 심금을 울렸던 명언들을 정리하기로 했다. 출처와 시기까지 완벽하게 정리한다면, 나아가 대가들의 1차 자료에서 직접 발췌한다면 더더욱 좋겠지만 내게 그 정도의 시간과 열정은 없는 것 같다. 어떤...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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