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주의하라. 토마스 아퀴나스 미술사라는 '유사과학'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시각과 관념이라는 모호함으로 점철된 미술사를 만들어 온 것은 자명한 진실들이 아니었다. 그것을 향해 가고 싶은 열망에 날카로운 직관과 치열한 논쟁이 더해진 결과였다. 「벌링턴 매거진(Burlington Magazine)」의 리처드 숀(Richard Shone)과 존-폴 스토나드(John-Paul Stonard)가 엮은 「미술사를 만든 책들(The Books that Shaped Art History)」은 미술사에서 가장... Continue Reading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영문판 출간 1951 / 국문 번역 1974 / 개정 1999, 2016 유물론적 관점에서 써내려 간 예술사의 역작이다. 예술사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서 문학과 조형예술을 동시에 들고 나왔으며, 상호 간의 긴밀한 관계도 조명하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문학과 미술의 비중은 4:6정도 된다. 뒤로 갈수록 조형예술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다가 마지막 4권에서는 다시 문학의 비중이 높아진다. 미술사의 동인은 무엇인가?... Continue Reading →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한국어버전 10주년 (세종문화회관)
노래와 춤의 분업, 송스루(Song-through) 형식, 대극장용 연출 등 내가 사랑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대작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어 버전이 처음으로 소개된지 10년만에 초연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린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8년 당시,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에스메랄다 役의 바다는 완전히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날렵하게 무대 위를 누볐고, 아이돌 출신 가수가 아닌... Continue Reading →
기민정 개인전: 돌아와 보니, 이상한 곳이었다 展 (송은아트큐브)
이성과 감성, 여성과 남성, 추상과 구상, 동양화와 서양화 ─ 경계를 재고하고 이내 허무는 것이 예술의 사명이 된지 오래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경계가 여전히 굳건함을 반증한다. 마치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종용하듯 제각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동양화과와 서양화과처럼, 경계는 사고의 내밀한 영역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신체와 행위를 재단한다. 이같은 경계 사이의... Continue Reading →
알렉산더 데만트의 「시간의 탄생: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2015/2018)」
712페이지로 시간에 대한 모든 관념과 문화를 아우르는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모두에게 통일된 형태로 지배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권력의 영속성과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경제/산업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맞물린 결과이다. 실상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고대사에 정통한... Continue Reading →
2018 제4회 미술사학대회 (한국예술종합학교 석관캠퍼스)
미술사학대회는 우리나라 미술사학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두 학회인 서양미술사학회와 한국미술사학회가 매년 공동으로 주최하는 연례 학술대회이다. 4회차를 맞는 올해의 미술사학대회는 「위작, 대작, 방작, 협업 논쟁과 작가의 바른 이름」이라는 주제로 6월 9일(토)에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개최되었다. 미술사에서 작가성(authority)과 원본/위작을 둘러싼 논쟁은 끊임없이 이어져 왔으며, 특히 2016년에 불거진 이른바 '조영남 대작 사건'의 법적 공방이 현재진행형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는 점을... Continue Reading →
미켈란젤로 : 사랑과 죽음 (Michelangelo : Love and Death, 2017)
메가박스에서 수입하고 있는 '스크린 뮤지엄' 다큐멘터리의 다섯 번째 개봉작이다. 내가 본 회차는 '클래식 소사이어티 토크'라고 하는 고고한 수식어를 달고, 전문가에 의한 큐레이션이 덧붙여지는 기획이었다. 르네상스를 대표하면서 동시에 그것을 완성하고, 메너리즘의 문을 열어 젖히기까지한 천재의 삶과 예술을 입체적으로 조망하였다. 내용 면에서는 새로울 것이 없었고, 조르죠 바사리(Giorgio Vasari)와 아스카니오 콘디비(Ascanio Condivi)의 미켈란젤로 전기에서 인용한 나레이션과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Continue Reading →
샤갈 러브 앤 라이프展: 그것은 사랑의 색이다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우리나라에서 세 개의 샤갈 展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각 전시는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비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매우 이상적인 대진운을 타고 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시가 서울에서 유일한 샤갈 展이라면, 혹은 M컨템포러리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展」보다 일찍 개최했다면... Continue Reading →
뜨거운 볕 아래
6월이 온 것을 못 믿을까봐서 그런지 볕이 뜨겁다 못해 따갑다. 볕을 피해 그늘로 몸을 숨긴 청년기의 고양이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표정이 재밌다. 전에도 만났었던 이 녀석의 이름을 찾기 위해 "몸은 초록색이고 머리에 붉은 점이 있는 새" 따위를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어떤 블로거가 친절하게도 청딱따구리라고 알려줬다. 붉은 점은 숫컷에게만 있다. 비둘기, 까치, 참새에는 못미치겠지만, 서울에 꽤...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