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바라 크루거_BARBARA KRUGER: FOREVER 展 (아모레퍼시픽미술관)

상업주의의 성전에서 만난 상업주의의 투사 화장이란 먹고 사는 문제와 전혀 상관없이 순수하게 차이화의 기호로만 존재하는 활동이다. 화장은 본질의 차이가 아닌 기호의 차이만을 만들어 낸다. 마스카라를 그리는 행위 자체는 출근해서 일하고 성과를 내고 월급을 받고 식료품을 구매하는데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하지만 마스카라를 그린 자와 그리지 않은 자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그리지 않은 자는 문명화된 행동을 거부하는... Continue Reading →

다큐멘터리-영화 호크니(Hockney, 2014) (KU시네마테크)

진실을 향한 분투 호크니(David Hockney)는 사실주의, 추상표현주의, 미니멀리즘, 팝아트, 초현실주의 등 회화에서 두드러졌던 모든 형식들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버무려냈다. 그의 일생 자체가 사양미술사에서 시각성의 문제에 관한 모든 연구주제들의 집대성이었다. 호크니가 평생에 걸쳐 투신했던 문제는 인간이 세계를 보는 방식을 평면 회화 속에 가장 정확하게(=진실에 가깝게) 구현하는 것이었다. 사람은 단일 시점의 원근법으로 세계를 지각하지 않는다. 유동적인 초점의 파편들이... Continue Reading →

장 보드리야르의 「소비의 사회: 그 신화와 구조」

Jean Baudrillard, La Société de consommation: Ses mythes ses structures 알고 당할 것인가, 모르고 당할 것인가? SBS에서 방영하고 있는 「맨 인 블랙박스」라는 프로그램이 있다. 블랙박스에서 촬영된 사고 영상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다. 처음에는 아침 교양 프로그램인 「모닝와이드」의 한 꼭지로 출발했는데, 점차 인기가 많아지면서 주말 황금시간대에 단독 편성으로 확대되었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정말이지 별의별 교통사고들이 도처에 벌어지고 있다는... Continue Reading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팅의 역사」

모든 역사의 시작, 사람 전설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또 다른 전설적인 큐레이터 11명을 인터뷰하고 그 전문을 실은 책이 어떻게 큐레이팅의 역사가 될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역사의 의미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역사란 대단한 위인들의 기념비적 성취들을 쫒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실상은 그저 사람들이 살아왔던 이야기들이다. 한 명의 소시민이라도 자신의 삶을 흔적으로... Continue Reading →

가짜 수장고를 거닐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아스팔트마저 녹아 버릴 것 같은 날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찾았다. 미술관 자체는 지난해 12월에 개관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번듯한 주차장이 없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주차선 같은 것 없이 관람객들의 암묵적 룰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건설자재 무더기를 위태롭게 지나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지게차와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들이 육중한 재료들을 운반했고,... Continue Reading →

그리스 보물전: 아가멤논에서 알렉산드로스 대왕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오늘날 우리가 고대 그리스라고 일컫는 대상은 하나의 단일문화권이 아니라 에게해를 연하여 살아온 이질적인 지역과 민족을 아우른 것이다. 트로이, 미케네, 크레타로 대표되는 이들 지역에서는 기원전 3천년 경부터 각종 건축물과 조각들로 그 뚜렷한 흔적을 남겨왔다. 그 후손들은 로마 제국에게 패권을 넘겨주기 전까지 수많은 전쟁과 이합집산을 거쳐 그리스 문명의 황금기를 일궜다. 이번 전시는 야심차게도 그 최초의 흔적들에서부터 알렌산드로스... Continue Reading →

마이클 설리번의 「동서미술교섭사」

Michael Sullivan, The Meeting of Eastern and Western Art: Revised and Expanded Edition 진정한 이해를 위한 첫 걸음 오늘날 교통통신의 발달은 세계화를 가장한 서구화를 향하여 브레이크 없는 질주를 가속화하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을 발로 뛰면서 면밀히 들여다보면 지역성을 일거에 말소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분명히 드러난다. 지역성은 대단히 모호한 관념이기 때문에 그것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Continue Reading →

베르나르 뷔페 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선을 넘는, 선을 향한 충동 미술사를 통틀어도 베르나르 뷔페(Bernard Buffet)처럼 독보적인 시그니처를 보유하고 있는 화가는 드물다. 시커멓고 곧은 선이 강박적일만큼 수직으로 뻗어 있는 화면을 보자면, 뷔페는 어떤 대상을 그리기 위하여 선을 쓰는 것이 아니라, 선을 긋고 싶은 충동을 억누르지 못해서 대상을 잠시 빌리는 것 같다. 뷔페는 자기만의 선을 일관되게 깎고 연마한 끝에 누가 보더라도 그... Continue Reading →

존 버거의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John Berger, Understanding a Photograph "나는 내가 본 것들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181p 존 버거(John Berger)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적합한 자기소개는 없다. 그는 미술평론가라는 경직된 호칭보다는 그저 본 것을 말하는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어 했고, 이 머나먼 땅에서도 그의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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