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버트 리드의 「현대회화의 역사」

Herbert Read, A Concise History of Modern Painting (초1959, 개1968, 개1974, 번1990) 꼴 같지 않게 미학, 비평, 예술철학 같은 묵직한 책들만 읽어대다가 오랜만에 미술사 책을 펼쳤더니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다가 벗어던진 기분이다(물론 실제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뛴 적이 있을 리 만무하고 비유 상 그렇다는 것). 하나의 미술 양식이 새로운 경향을 만나서 변해가는 과정,... Continue Reading →

이브 미쇼의 「예술의 위기: 유토피아, 민주주의와 코미디」

Yves Michaud, La Crise de l'art contemporain (1997)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229p 예술이 아닌, 우리의 위기 이야기는 1990년대 초반 프랑스 현대 미술을 둘러싼 좌우 논쟁으로 시작한다. 현대 미술의 비판자들은 그것이 무분별하며, 공감을 얻지 못하고, 퇴폐적이며, 염세적이라고 까내린다. 옹호자들은 그 비판자들이 여전히 구습에 얽매여... Continue Reading →

올해의 작가상 2019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코끝이 매콤한 가을이 오면 올해는 ‘올해의 작가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게 올해도 서울관을 찾았다. 올해의 작가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2018년에 이미 주저리주저리 다 썼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올해의 ‘올해의 작가상’은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는데, 첫째로, 이 전시가 막이 오르기 직전에 ‘작년의 작가상’ 유력 후보 중 하나가 자살했다. 나는 2018년의 리뷰에서 그들이 내 취향과는 달리... Continue Reading →

존 버거, 「존 버거의 글로 쓴 사진」

John Berger(1996), Photocopies “그리기의 충동은 눈에서보다 손에서 온다.”38p 사람에 대한 관심이 많고, 사람에 대하여 묘사하기를 즐기는 사람은 아마도 두 종류로 나뉠 것이다: 휴머니스트이거나 외로운 사람이거나. 휴머니스트는 모두를 사랑한다. 외로운 사람은 모두를 갈망한다. 둘은 맞닿아 있으면서도 다르다. 우리 마음속에는 휴머니스트와 외로운 사람이 조금씩 각자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 둘이 싸워서 누군가는 이기게 되어 있는데, 누가 이겼는지에... Continue Reading →

아서 단토의 「예술의 종말 이후: 동시대 미술과 역사의 울타리」

Athur C. Danto(1997), After the End of Art: Contemporary Art and the Pale of History "단토 선생님, 열등감은 아니길 바라요" 1. 개관 철학자에서 미술비평가로 활동반경을 넓힌 아서 단토(Authur C. Danto)가 동시대 미술의 변화를 바라보며 남긴 유명한 테제를 담은 책이다. 그 테제란 ‘예술의 종말’이다. 여기서 예술의 종말이란, 예술의 제작과 그것에 대한 열광이 끝난다는 의미가 아니라 미술사의... Continue Reading →

장 코르미에의 「체 게바라 평전」

Jean Cormier, Che Guevara 그가 증명한 인간의 조건 체 게바라(Ernesto Rafael Guevara de la Serna, "Che" Guevara)의 삶을 마주하고서 느끼는 먹먹한 감정이 정확히 누구의 것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봤다. 적어도 혁명가는 아니다. 방관자도 아니다. 제국주의자는 더더욱 아니다. 인정하기 싫지만, 아무래도 변절자에 가깝다. 나는 1956년 11월 25일에 그란마 호에 승선했던 82명의 몽상가들 중 하나였다. 하지만 호기롭게 상륙한 시에라... Continue Reading →

김상근의 「나의 로망, 로마: 여행자를 위한 인문학」

지적인 로마 여행을 꿈꾼다면, 내가 김상근 교수를 처음 본 것은 EBS에서 방영한 <세계테마기행: 이탈리아 르네상스 기행> 편에서였다. 이 여행 다큐멘터리에서 김상근 교수는 다른 배낭여행족들과 달리 깔끔한 차림새로 이탈리아 르네상스의 핵심 거점들을 두루 다니며 인문학적 배경 지식들을 설파한다. 광장을 가득 메운 수많은 군중들의 시선에도 아랑곳 하지 않고, 팔을 휘적거리며 셰익스피어 연극톤으로 역사와 고전에 대하여 웅변하는 모습이... Continue Reading →

오창섭의 「내 곁의 키치: 궤도를 벗어난 사물의 일상」

키치의 인문학 어느 주말에 산책을 하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에 책 몇 권이 버려져 있는 것이 눈에 띄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들춰보니 흥미로운 책들이었고, 상태도 나쁘지 않았다. 「내 곁의 키치」도 그중 한 권이다. 건국대학교 디자인과 교수님이 쓴 것이고, 건국대학교 인근 골목길에 버려져 있으니, 짐작컨대 디자인 분야의 교양과목 내지는 저학년 전공과목 교재로 활용되다가 당초 책 주인이었던 학생이... Continue Reading →

「몸과 미술: 새로운 미술사의 시각」(한림미술관, 이대 기호학연구소)

이 책은 1998년 10월 30일에 한림미술관과 이화여자대학교 기호학연구소가 공동개최했던 국제 심포지엄의 일부를 옮긴 것이다. 발표논문 네 편과 질의응답, 그리고 두 개의 작가론이 실렸다. IMF 구제금융의 충격파가 한창이었던 1998년 당시에 나는 중학교 1학년이었다. 중학교 입학 첫날 교실을 두리번거리다가 온풍기에 붙어 있던 ‘아나바다’ 스티커를 보았던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의 나는 짐승들이 우글거리던 남자 중학교에서 약육강식의 피라미드를 허덕이며 버티고... Continue Reading →

WordPress.com.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