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버거의 「사진의 이해」 (제프 다이어 엮음)

John Berger, Understanding a Photograph "나는 내가 본 것들을 말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181p 존 버거(John Berger)가 평생에 걸쳐 해온 일을 생각하면 이보다 더 적합한 자기소개는 없다. 그는 미술평론가라는 경직된 호칭보다는 그저 본 것을 말하는 사람, 한 사람의 이야기꾼으로 남고 싶어 했고, 이 머나먼 땅에서도 그의 책들이 줄줄이 번역되어 출간되고 있는 것을 보면 그 바람은 충분히 이루어지고... Continue Reading →

에리히 프롬의 「사랑의 기술」

Erich Fromm, The Art of Loving 솔직히 이 책의 제목이 ‘사랑의 기술’이 아니라 ‘애무의 기술’이었다면 훨씬 구미를 자극했으리라고 생각한다. 아마도 이런 천박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 때문에 프롬(Erich Fromm)은 이 책을 써야겠다고 느꼈을 것이다. 사랑은 단순히 어떤 관계로 나아가기 위한 도구도, 욕망을 달성하기 위한 포장도 아닌, 그 자체로 목적이다. 지금까지 인류는 어떤 형태로든 끝없이 사랑을 이어가면서도... Continue Reading →

르네 마그리트: THE REVEALING IMAGE 展 (용인 뮤지엄그라운드)

초현실주의자, 사진가, 그리고...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는 초콜릿, 와플, 밀맥주를 뛰어넘는 벨기에의 대표상품이다. 그의 작품들은 친숙한 매개체들로 고도의 지적 유희를 유발하는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감성적으로 보이고 싶은 뜨내기들에서부터 저명한 철학자들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받아왔다. 장식적인 아름다움과 생각할만한 심오한 요소들을 고루 갖춘 작품을 내놓는다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닌데, 마그리트는 그 어려운 과제에 성공한... Continue Reading →

김훈의 「연필로 쓰기」

몸의 진실성 디지털 시대에 연필로 쓴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흑연심으로 한 글자 한 글자 꾹꾹 눌러쓰는 문장은 키보드로 후다닥 쓴 문장과 다른가? 단지 쓰는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로, 그리고 ‘CTRL+Z’가 없다는 이유로 연필로 쓴 글이 더욱 신중하다거나 사색적이라고 포장할 수는 없다. 붓으로 쓴 글이라면 몰라도, 키보드와 연필은 그 정도로 멀지 않다. 저자가 제목에서 연필을 강조한 까닭은... Continue Reading →

에단 호크의 「이토록 뜨거운 순간」

Ethan Hawke, THE HOTTEST STATE (1996) 치기어린 20대의 사랑이야기다. 대학을 중퇴한 배우 윌리엄이 어느 라이브 주점에서 사라를 만나 불꽃같은 사랑에 빠진다. 사라는 사랑의 상처를 간직한 매우 섬세한 여인인데, 윌리엄에 본능적으로 끌리면서도 중요한 순간에는 번번이 그의 사랑을 밀어낸다. 여기서 그녀가 밀어내는 방식은 섹스를 거부하는 형태로 나타난다. 미국의 혈기 왕성한 20대 초반 젊은이들에게 사랑하면서도 섹스를 거부하는 상황은... Continue Reading →

제주작가 조명전 「99+1」 展 (제주도립미술관, 개관 10주년 기념전)

반쪽짜리 제주정신 제주도를 찾으면 일정이 촉박하더라도 제주도립미술관을 꼭 들른다. 안도 다다오 풍의 모던한 노출 콘크리트 외관을 즐기는 맛도 있지만 제주도 미술담론의 현 주소를 발견하고 싶은 마음이 더 크다. 가장 크고, 예산이 많고, 권위적인 하나의 제도권 기관이 그 지역의 미술담론을 대표해야 한다는 법은 없다. 하지만 아무래도 개관 10주년을 맞는 제주도립미술관은 도내 미술담론에서 그 상징성이 크다. 뜨내기... Continue Reading →

「위대한 전시는 어떻게 탄생하는가?: 최고의 큐레이터들이 답하다」(폴라 마린콜라 엮음)

What Makes A Great Exhibition? Edited by Paula Marincola 폴라 마린콜라(Paula Marincola)가 주도하는 필라델피아 전시지원계획(Philadelphia Exhibitions Initiative)의 일환으로 좋은 전시의 조건에 관한 질문이 던져졌고, 13명의 전문가가 이에 응답했다. 전문가들은 나름대로의 경험과 지식에 의거하여 본질, 장소, 구조, 배치 측면에서 위대한 전시에 관한 생각을 나눴다. 공교롭게도 이 책을 읽는 와중에 위대함과는 정반대에 놓인 전시를 보게 되었다. 그... Continue Reading →

혁명, 그 위대한 고통: ‘20세기 현대미술의 혁명가들’ 展 (a.k.a. 야수파 걸작전) (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색채와 사족의 향연 전시 제목이 이렇게 터무니 없이 긴 것이 이미 사족의 향연을 예고하고 있다. 최근 미술관에서 작품 보다 텍스트에 압도 당하는 경험이 한두번은 아닌지라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이번에는 정말 해도해도 너무했다. 작품이 하나 이상 걸린 화가가 줄잡아 20명은 넘을 터인데, 한 사람도 빼먹지 않고 깨알 같은 신상정보가 붙어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그 신상정보의... Continue Reading →

이채은 개인전, 「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 (송은아트큐브)

시각예술에서 회화의 왕좌가 찬탈당한 역사는 어느덧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진부한 수사(rhetoric)가 됐다. 테리 스미스(Terry Smith)는 1970년경 이후로 어떤 경향도 시각예술에서 지배적 양식이 될 정도의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여기서 ‘경향’을 ‘매체’로 바꿔 써도 이질감이 없다. 수많은 갤러리들과 경매장에서는 여전히 거래의 중심에 서 있지만, 보도지면을 장식하는 각종 비엔날레, 미술상,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미디어와 개념미술을 걷어 내면...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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