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눈뜨다: 아시아 미술과 사회 1960s-1990s 展 (국립현대미술관 과천)

비트겐슈타인이 이 전시를 봤다면 아마 아시아라는 말 자체에 진저리를 치며 10분만에 나가버렸을지도 모른다. 사실상 아시아라는 공동체는 없다. 우연히도 인접하게 모여 있는 개별 국가들이 있을 뿐이다. 만일 국가라는 개념에 실체가 있다면 말이다. 상당수의 철학적 문제들이 서로 다른 개체들을 같은 이름으로 부를 때 발생했다. 그럼에도 이 전시에 모인 국가들을 아시아라는 하나의 이름으로 부르는 것이 가능한 까닭은 이들이... Continue Reading →

에릭 캔델의 「어쩐지 미술에서 뇌과학이 보인다: 환원주의의 매혹과 두 문화의 만남」

빈 태생의 뇌 과학자 에릭 캔델(Eric R. Kandel)이 자신의 전공분야와 미술의 통섭을 모색한 두 번째 연구서다. 첫 번째 시도였던 「통찰의 시대」에 비하면 스케일이 확 줄었다. 전작에서 저자는 유달리 통섭적 창조력이 폭발했던 세기말 빈에서 정신분석, 의학, 예술이 서로 영향을 미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했던 양상을 보여주었다. 그간 서양미술사에서 간과되었던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의 미묘한 심리적 양상들이 클림트,... Continue Reading →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Musical Jekyll & Hyde, 샤롯데씨어터)

우리나라에서 라이선스로 공연한 브로드웨이 뮤지컬 중 가장 큰 성공을 거둔 작품이다. 브로드웨이에서의 변변치 못한 성과와 달리 우리나라에서 이 작품은 잊혀질만하면 우려내는 사골국과 같은 존재이지만 그때마다 흥행에 성공하며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지킬역의 조승우는 이 작품으로 뮤지컬 업계를 넘어서 문화산업 전반의 센세이션을 일으켰으며, ‘조지킬’이라는 애칭 자체를 하나의 고유명사로 만들어버렸다. 지금 왕성하게 문화콘텐츠를 소비하는 3040세대, 특히 여성... Continue Reading →

「큐레이팅을 말하다: 전문가 29인이 바라본 동시대 미술의 현장」(전승보 엮음)

미술과 非미술의 구분은 '미술계'가 그것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달려 있다. 이러한 미술제도 입장의 최전선에 미술관과 전시가 있다. 꿔다놓은 보릿자루라도 미술관에 가져다 놓고 '보릿자루는 내면의 정화를 상징하고 꿔다놓는 행위는 상호호혜적 공동체로의 희구를 상징한다.' 는 둥 그럴싸한 설명을 붙이면 미술작품이 된다는 말이다. 이것이 미술제도의 힘이다. 이 책은 그러한 미술제도의 최선전인 미술관과 전시, 큐레이팅이 어떠한 과정으로 성립되었고, 어떻게 돌아가고... Continue Reading →

데브라 J. 드위트 외 2인의 「게이트웨이 미술사」

학창시절에 새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먼저 정독했던 것이 미술교과서였다. 사회과부도도 나름 재미있었지만 역시나 아름다운 작품들이 컬러 도판으로 등장하는 미술교과서에는 비기지 못했다. 이 책은 그런 미술교과서의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미술의 기본개념, 매체, 역사, 주제를 포괄하는 어른들의 미술교과서로 볼 수 있다. 몇몇 어려운 용어들은 별도의 용어해설 란에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에서 교과서라는 평가가 합당하다는 느낌이다. 원제는 「게이트웨이 미술(Gateways to... Continue Reading →

백현진 展 「노동요: 흙과 매트리스와 물결」(PKM 갤러리)

국립현대미술관의 '올해의 작가상 2017' 후원작가 선정 이력이 말해 주듯이 백현진은 최근 가장 핫한 작가임에 틀림 없다. 내가 그의 작품을 만난 것은 그 올해의 작가상 展 , 그리고 최근의 커피사회 展 에서 한 꼭지 정도뿐이지만, 우리 사회의 고정관념이나 온갖 병리적인 문제들에 대하여 쉽고도 신선한 은유로 접근했던 작가로 기억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번 전시는 쉽지 않았다. PMK 갤러리에서... Continue Reading →

민정기 개인전: Min Joung-Ki 展 (국제갤러리)

같은 풍경이라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다르게 읽힌다. 40년 이상을 회화에 오롯이 투신한 민정기가 보여주는 풍경은 이 땅을 거쳐온 선조들의 시각을 현재의 질감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이를테면 수묵담채화에서 튀어 나온 기암괴석들이 연립주택과 빨간벽돌 빌라, 편의점과 주유소처럼 우리 주변에 산재한 일상적 구조물들을 집어 삼킬 듯이 달려온다. 부감법으로 도식화된 풍경 속에 장방형의 철근-콘트리트 건축물이 자리를 잡고 있다. 거친 사선형의... Continue Reading →

2019 조쉬 그로반 내한공연 (Josh Groban Bridge Tour 2019, Seoul, Korea, 잠실실내체육관)

팝페라나 크로스오버 보컬을 좋아하지만 정작 내가 그를 처음 만난 계기는 데뷔한지 15년 가까이 지나서 발매된 <The Stages(2015)> 앨범이었다. 그때 당시 내 관심은 온통 뮤지컬에 꽂혀 있었기에 뮤지컬 명곡들을 다시 부른 이 앨범에 관심이 갈 수 밖에 없었고, 이내 조쉬 그로반(Josh Groban)의 풍성한 음색에 매료되었다. 이 앨범에서 특히 'What I Did for Love'를 가장 좋아했고 뮤지컬... Continue Reading →

조중걸의 「비트겐슈타인 논고 해제」

철학을 완성하고, 이내 박살낸 후, 홀연히 사라졌던 불세출의 천재 비트겐슈타인은 두 권의 주옥같은 저작을 남겼다. 「논리철학논고(1922)」와 「철학적 탐구(1953)」이다. 각기 1, 2차 세계대전의 상흔을 겪은 후 세상에 나왔다는 것이 무색할 정도로 완전무결함을 자랑하는 두 저작은 이른바 형이상학뿐만 아니라 철학이라는 학문 자체마저도 종결지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그의 이름을 입에 올리는 이들은 발에 치일지언정 실제로 그를 읽은... Continue Reading →

WordPress.com.

위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