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준의 「페가서스 10000마일」

한 번 더 갔다 오세요. ‘기계비평가’라는 정체성을 앞장서서 개척하고 있는 이영준의 본격적인 기계비평서로서, 「기계비평」에 이은 두 번째 시도다. 이번에는 기계 전반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기계, 육중한 컨테이너선에만 집중하여 다양한 각도에서 평론을 전개했다. 그는 이 프로젝트를 위해 5년에 걸쳐 끈질기게 컨테이너선 승선을 요청했고, 어렵사리 승낙을 얻어 상하이에서부터 사우샘프턴까지 10,000마일의 여정을 완주했다. 그가 탑승한 ‘CMA CGM... Continue Reading →

서머싯 몸의 「달과 6펜스」

유미주의자의 승리 살면서 한때나마 예술가를 꿈꾸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만약 사회적 조건이나 제약을 고려하지 않고 순수하게 자신이 원하는 직업을 무엇이라도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존재한다면, 대다수는 락앤롤 스타가 될 것이고, 그들을 위해 음반을 사주기만 하는 사람은 소수에 그칠 것이다. 정말 고리타분해 보이는 아무개라도 예술가로서의 정체성 한 조각쯤은 마음속에 품고 산다. 재능이 남들에 못미처서, 먹고 살아야... Continue Reading →

조슈아 스펄링, 「우리 시대의 작가: 존 버거의 생애와 작업」

Joshua Sperling, A Writer of Our Time: The Life and Work of John Berger 이야기꾼의 시대는 끝났나? 주인공의 이름은 부제에 숨었다. 표지에 대문짝만하게 들어가곤 하는 초상사진도 없다. 주인공의 첫 번째 소설 제목을 딴 ‘우리 시대의 작가’라는 찬사만이 전면에 드러났다. 새삼 그가 우리와 동시대에 함께했음이 실감 난다. 동시에 그가 벌써 평전의 주인공이 될 정도로 오래 전에... Continue Reading →

다큐멘터리, 「루카스 그레이엄의 7 Years(2020)」, 제천국제음악영화제

루카스 그레이엄과의 대화 퇴근하고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뉴스를 본다. 서울에서와 달리 여기서는 지역 뉴스를 눈여겨보게 된다. 사실 서울에는 지역 뉴스라는 것 자체가 없다. 서울의 뉴스는 그냥 대한민국의 뉴스다. 서울의 기쁨은 대한민국의 기쁨이고, 서울의 재난은 대한민국의 재난이다. 이렇게 모두의 삶에서 비슷한 무게감으로 다가오는 사건은 정작 물리적으로 가까이 있는 나를 멀어지게 만든다. 동작구에서 벌어진 일을 화양동에서... Continue Reading →

지오반나 보라도리, 「테러 시대의 철학: 하버마스, 데리다와의 대화」

Giovanna Borradori, Philosophy in a Time of Terror: Dialogues with Jurgen Habermas and Jacques Derrida 테러리즘의 시대, 우리가 해야 할 일 그 시기를 살아간 모두에게 그날의 기억이 있다. 가장 현실적인 상이 맺히던 뉴스 화면 너머로 영화보다 더 영화 같은 장면이 끝없이 되풀이되던 그 순간의 기억이. 거대한 빌딩이 화염에 휩싸이고 연기 너머로 사람들이 무기력하게 손을 휘젓다가... Continue Reading →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展 (국립중앙박물관)

보통사람을 위한 목 좋은 귀퉁이 하나 정도는 이미지를 남기는 기술이 발달하고 대중화될수록 개별 이미지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 왔다. 종교개혁 이전에 템페라나 유화로 어떤 인물을 그렸다면, 그 대상은 대체로 고전 속 영웅이거나 신적 존재였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는데 엄청난 노동력과 재능, 그리고 재료비가 투입되던 시기였다. 그 비용을 감수하고 무언가를 만든다면, ‘적절한’ 대상을 다뤄야 했다. 신의 시대가 끝난... Continue Reading →

에밀리 브론테의 「폭풍의 언덕」

Emily Brontë, Wuthering Heights 집요함과 복수에 관하여, 여러 권위 있는 기관으로부터 ‘꼭 읽어야 할 고전’의 위상을 부여받고 있는 이 작품에서 오늘날 우리가 되새겨야 할 진리는 무엇일까? ‘머리 검은 짐승은 거두는 것이 아니다’라는 선조들의 가르침을 되새기면 되는 것일까? 사실 이 작품에서 머리 검은 짐승을 거두는 행위 자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이왕 거두었다면, 그 후에 어떻게 보살펴야... Continue Reading →

류병학의 「일그러진 우리들의 영웅: 한국현대미술 자성록」

바로잡아야 할 것은 연대가 아니라 자세다. 우선 이 글의 제목에는 오류가 있다. 공식적으로 이 책은 류병학과 정민영, 두 저자의 공저고, 엮은이로 박준헌이 끼어 있다. 정민영은 「미술세계」 편집장으로서 류병학의 섭외와 의제 설정에 관여하였고, 이 책에서는 서문과 마지막 장(고양이와 방울과 쥐)을 작성하였다. 하지만 서문은 류병학을 소개하는 내용이고, 마지막 장도 류병학의 논의에 대한 보충이므로 분량상 차지하는 지분은 미미하다(내용이... Continue Reading →

캐롤 던컨의 「권력의 미학: 18세기 회화부터 퍼포먼스 아트까지 미술로 본 사회, 정치, 여성」

Carol Duncan (1993), The Aesthetics of Power 그 작품은 누구에게 충성하고 있는가? "이론상으로 미술관은 모든 방문객의 정신적인 함양을 위해 헌정된 공적인 공간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권위 있고, 강력한 이데올로기의 엔진이다."- 253p 우리나라에서 번역된 캐롤 던컨(Carol Duncan)의 저서는 「미술관이라는 환상」 하나뿐이었는데, 작년 말에 「권력의 미학」이 뒤늦게 출간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다. 대전엑스포 개최하던 당시 발표되었던 책이 30여 년... Continue Reading →

샬롯 홀릭의 「한국미술: 19세기부터 현재까지」

Charlotte Horlyck, Korean Art from the 19th Century to the Present 타자의 시선, 우리의 정체성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라는 질문은 언제나 화두가 된다. 일반적으로 남의 시선에 신경을 많이 쓴다는 것은 그만큼 스스로 자신감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자기 자신을 독자적인 기준으로 확고하게 정의 내리지 못했다는 말이다. 한 민족이 타자의 시선에 눈을 돌리는 경향은 정신없는 고도성장이 어느 정도...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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