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킨의 「과학 잔혹사: 약탈, 살인, 고문으로 얼룩진 과학과 의학의 역사」

Sam Kean, The Icepick Surgeon 피로 쓴 풍요와 번영의 역사 나도 과학계 변두리에 발을 붙이곤 있지만, 내 연구는 어디까지나 과학기술에 관한 사회과학적 연구이므로 실제 연구 대상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일은 거의 없다. 연구의 주장을 통해 대상자의 삶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칠 순 있겠지만, 연구 자체의 영향력이나 파급력을 생각해 보면 ‘간접적’이라는 표현조차 과대평가되었다고 느낀다. 이 책을 읽고 나니... Continue Reading →

15년 만의 하프마라톤 도전기: 2026 금산인삼축제 마라톤(26.9.19.)

무려 15년 만에 다시 도전하는 하프마라톤이다. 2011년에 여성지 퀸이 주관하는 ‘제6회 퀸 가족마라톤대회’에서 처음으로 도전했었다. 자발적인 도전은 절대 아니었다. 당시 회사 대표의 반강압에 못 이겨 여러 직원과 함께 단체로 도전했었다. 도전의 미끼로 계열사 스포츠 브랜드에서 판매하던 티셔츠, 반바지, 러닝화를 받았다. 그 러닝화는 올여름까지 신다가 폐기했고, 반바지는 이번 대회에서도 입었다. 매일 같이 습관적으로 야근을 했었고, 토요일에도... Continue Reading →

마크 롤랜즈의 「철학자와 달리기: 중년의 철학자가 달리면서 깨달은 인생의 지혜와 성찰」

Mark Rowlands, Running with the Pack “달리기는 기억하는 방법이다. 정신이 기억할 수 없는 것을 육체가 기억하는 방식이다.” 62p “달리기는 사유가 들어오는 열린 공간이다.” 90p   이번 달에 하프마라톤을 나가기 위해 7월 말부터 지금까지 틈틈이 훈련하고 있다. 뛰다 보면 느끼는 것들이 있다. 막막했던 것도 막상 하다 보면 금방 는다, 세상에는 밤낮으로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다, 심폐지구력을 늘리는 것보다 국소적 신체 부위들의... Continue Reading →

클로드 레비스트로스 회고록, 「가까이 그리고 멀리서」

Claude Lévi-Strauss and Didier Eribon, Conversations with Claude Levi-Strauss 20세기 말 지성계를 휩쓸었던 구조주의의 선각자이자, 프랑스의 참여 지식인 계보에서 거의 끝자락을 장식했던 인물, 클로드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의 회고록이다. 대담은 푸코(Michel Foucault) 전기로 잘 알려진 디디에 에리봉(Didier Eribon)이 진행했다. 당대 눈부시게 발전했던 언어학적 방법론을 차용해 원시 부족의 친족 및 혈연 체계를 설명하고, 특히 여러 인류 문명에서 공통으로... Continue Reading →

카를 브루노 레더의 「세계사형백과: 사형의 기원과 역사, 그 희생자들」

Karl Bruno Leder, Todesstrafe: Ursprung, Geschiche, Opfer 사형에 사형을 선고하라 천인공노할 범죄 앞에서 ‘닥치고 사형’을 외치기란 쉽다. 거기엔 단기적으로 어떠한 비용이나 희생도 요구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에 의한 제도적 살인인 사형이 사회 구성원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의미에 대해서, 나아가 그 제도가 확립된 과정과 온갖 시행착오에 대해서 숙고하기란 어렵다. 카를 브루노 레더(Karl Bruno Leder)는 그 작업을 제법... Continue Reading →

김영민의 「인간의 글쓰기: 혹은 글쓰기 너머의 인간」

“끝없이 복잡해지는 속성을 지닌 현실을 끝없이 단순해지는 속성을 지닌 글 속에 어떻게 옮길 것인가?”185p 나 대신 울어줄 이 하나 없다. 그러니 여기에, 이렇게, 오늘도 쓴다. 살다 보면 너무나 절묘한 시점에 어떤 책과 마주하게 되는 순간이 있다. 인생의 궤적이 한 권의 책과 공명하며 기묘한 반향을 불러일으키는 순간이 있다. 정말 놀라운 것은, 그 절묘한 찰나를 눈치챈 것은... Continue Reading →

대니얼 액스트의 「자기 절제 사회: 유혹 과잉 시대, 어떻게 욕망에 대항할 것인가」

당신은 자기 절제를 위한 표어가 있습니까? 매일 여섯 시 반에 기상하고, 정시에 삼시세끼만 먹으며, 야식과 술담배를 하지 않고, 매일 1시간씩 운동하며, 걸어서 출퇴근하고,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지 않으며, 하루 총시간의 1/12을 오롯이 씻는 데 할애하는 나에게 자기 절제를 다룬 이 책은 딱히 큰 울림을 주지 못했다. 이 책에 소개된 실패 사례들을 종합해 볼 때 나는 동시대 선진국... Continue Reading →

티노 세갈 展 (리움미술관 M2, 로비)

Tino Sehgal, 2026.3.3.-6.28. 고품격 반응 실험 전시장 정문에 들어서기 전부터 전시가 시작된다. 유니폼과 명찰을 패용한 안내원들이 우두커니 서 있다가 관람객들과 마주하는 순간 갑자기 공연자로 돌변한다. 만면에 희번덕거리는 미소를 띠고 “This is so contemporary”를 외치며 막춤을 추기 시작한다(<이건 너무 현대적이야, 2004>). 전시장에 들어서려는 관람객으로서는 어떻게든 그들과 마주할 수밖에 없고, 사람인 이상 뭐라도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다.... Continue Reading →

데스몬드 모리스의 「벌거벗은 여자」

Desmond Morris, The Naked Woman: A Study of the Female Body 폭력적 신체 훼손은 문화가 될 수 없다 동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이자 불세출의 베스트셀러 작가인 데스몬드 모리스(Desmond Morris)가 인간의 신체 각 부를 흥미롭게 해부해 2004년 출간한 대중서다. 머리끝에서부터 발끝까지, 신체를 22개 장으로 구분하여 각 부의 진화 원리를 살펴보고, 그 외양을 꾸미는 방식이 얼마나 다채롭고 변화무쌍했는지를 폭넓게... Continue Reading →

엘렌 디사나야케의 「미학적 인간: 호모 에스테티쿠스」

Ellen Dissanayake, Homo Aestheticus: Where Art Comes From and Why 초광의적 예술 개념의 딜레마 예술이 인간의 동물적 본성에 가까운 행동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많은 이들이 공감할 것이다. 인간에게는 무언가를 공들여 만들고, 그것을 남들에게 보여주고,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자 하는 욕망이 있다. 여기서 인간은 어떻다는 식의 보편화된 진술은 대게 진술 주체인 나의 욕망에서 비롯되기 마련이다. 나에게...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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