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중권의 「미학 오디세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만큼은 이미 고전이 된 진중권의 저술이다. 무엇이 고전을 만드는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이 책의 경우에는 저자가 어렵고 막연한 관념의 세계를 다수의 대중에게 쉽게 이해시키도록 노력했던 점일 것이다. '미학'이라는 철학의 물줄기 하나를 끄집어 내어 관념의 원류로 거슬러 올라가서 계보를 보여주고, 실질적인 작품의 사례 속에서 납득시키려는 저자의 노력은 응당 존중받을만 하다. 이 책과 관련한... Continue Reading →

사일런스(Silence, 2016)

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는 그 유명한 <미션(The Mission, 1986)>과의 상관관계를 고찰해야 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칸의 여왕'을 탄생시킨 <밀양(2007)>이 더 많이 생각난다. 가장 중요한 순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그 순간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밀양>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기 보다는 오히려 묵살하고, 배신한다. 기대했던 방향과 철저하게 다른 방향으로 주인공의... Continue Reading →

미술사 공부의 궤적: 어떤 책을 읽었나

미술사에 관심을 가지고 본격적으로 관련 도서들을 읽기 시작한지 1년이 조금 지났다. 애초에 거시적인 로드맵을 수립하고 시작했던 것이 아니었던만큼, '공부'라는 거창한 단어로 그 과정을 미화하는 것 조차 과분해 보인다. 그저 한 권의 책을 읽고, 거기서 느껴지는 지적 결핍을 보완하기 위해 또 다른 한 권을 읽고, 또 다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줄 책을 찾아 나섰던 나선구조일 뿐이었다. 그... Continue Reading →

페기 구겐하임: 아트 애딕트(Peggy Guggenheim: Art Addict, 2015)

전설로 남은 미술 수집가, 후원자이자 갤러리 오너였던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예술에 대한 탁월한 열정과 안목, 그리고 약간의 재정적 배경이 뒷받침 될 때, 한 사람의 예술 수집가(후원자)가 어떻게 미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은 페기 구겐하임과 그녀의 마지막 전기 작가 간의 대화이다. 여기서 나래이션으로 사용되는 작가와 페기 간의 인터뷰... Continue Reading →

뮤지엄 아워스(Museum Hours, 2012)

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하나는 내 인생 영화인 비포 선라이즈이고, 다른 하나는 뮤지엄 아워스이다. 두 영화가 바라보는 빈은 같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빈은 이상화된 공간이다. 그곳은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빈이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고풍스러운 멋과 약간은 빛 바랜듯한 청춘의 아련함, 그리고 풋풋한 에로티시즘까지 곁들여진 판타지적... Continue Reading →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 – Visions of Reality, 2013)

우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 마크 스트랜드, 「빈방의 빛」 중에서 인용하여 멋대로 수정함 그런 의미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이 인물과 풍경이 어떤 드라마 속에 있는지를 계속 묻게 만든다.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 위대했던, 미국 주도의... Continue Reading →

‘미술사 방법론’ 입문서들에 대한 소론

'미술을 알고 싶은 욕망'은 '미술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욕망'과 맞닿아 있다. 곰브리치 선생님은 이처럼 파편적인 지식들로 미술에 대하여 아는 척하면서 정작 아름다움의 정수로 들어가지 못하는 태도에 대하여 경계한 바 있지만, 만약 이 세상에 나만 항체를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서 모든 사람이 죽고 나만 살아 남아 있다면 나는 미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Continue Reading →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심각할 정도로 정직하게 독음한 한국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전형적인 국내파인 나 로 하여금 당연히 영국의 맨체스터를 연상케했다. 당연히 영국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영화 시작과 동시에 기대했던 영국 발음이 들리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고, 10분여가 지나고 나서야 미국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부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상하게 남자주인공이... Continue Reading →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展 (한가람미술관)

겨울방학의 한복판에서, 한가람 미술관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연휴가 끝난 첫번째 평일을 맞아 엄마 손 잡고 미술관에 나들이 온 아이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 많은 아이들을 흡수한 전시는 1층의 오르세미술관 전이었다. 알폰스 무하 전이 열리고 있는 2층은 너다섯명 남짓 되는 청년들만 서성거리고 있었고, 3층 타마라 렘피카... Continue Reading →

르누아르의 여인 展 (서울시립미술관)

이번 르누아르의 여인 전은 한가람미술관의 오르세미술관 전과 마찬가지로 '2016 한-불 수교 130 주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르누아르의 핵심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고찰이 이루어졌다. 전시된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말해서 높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네임 벨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예술에는 서열을 매길 수 없지만, 대중의 기대치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대표작'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도 엄연히...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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