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Caravaggio’s Shadow)」

키아로스쿠로에도 회색지대가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바로크 회화의 창시자이자 낭만적 천재 예술가의 극단화된 초기 프로토콜 같은 인물이다. 미술사의 숱한 막장 드라마 가운데서도 살인자라는 최악의 경지까지 도달한 인물은 카라바조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뿐이다. 그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들을 통해 지극히 성스러운 인물을 그려냈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에서 가장 큰 대중적 찬사를 받는 화가였음에도 가장 어두운... Continue Reading →

한병철 유니버스: 「피로사회(2010)」, 「투명사회(2012)」, 「아름다움의 구원(2015)」

Mudigkeitsgesellschaft; Transparenzgesellschaft; Die Errettung des Schönen 진단서 말고 연장통을 주세요. 딱히 대단한 원칙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 홈페이지에서 책을 정리할 때 대체로 하나의 글로 한 권의 책을 다뤘다. 이번에는 세 개의 책을 한 번에 엮어 정리해 본다. 일단 이 책들이 모두 소책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얇고, 하나의 대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대주제를 한병철 유니버스라고 규정해... Continue Reading →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구스타프 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展 (국립중앙박물관)

아무튼, 느닷없이, 다짜고짜 '혁신' ‘빈1900’은 단순히 특정한 도시와 시기를 싸잡아 지칭하는 개념이 아니다. 신성로마제국의 수도로서 유럽 정치권력의 중심이었던 빈이 급격하게 모더니즘의 혁명을 맞이하며 학문과 문화예술의 중심지로 탈바꿈했던 1890년부터 1920년 정도까지의 시기를 ‘빈1900’이라고 부른다(이 이름은 레오폴트미술관의 상설전시 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이 명명이 철학, 의학, 심리학, 예술, 정치경제학 등 다방면에 걸쳐 통용될 수 있을 정도로 그... Continue Reading →

에이드리언 포티의 「욕망의 사물, 디자인의 사회사」

Adrian Forty, Object of Desire, Design and Society Since 1750 디자인 리터러시의 출발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시각성이라는 협의의 범주에서 디자인은 무언가를 보기 좋게, 동시에 쓰기 좋게 만드는 행위이자 그 결과물이다. 디자인은 거래 관계에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나은 무언가로 만들어 준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가치를 돋보이게 하거나, 최소한 경쟁하는 다른 무언가보다 단 하나라도 더... Continue Reading →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 사물에 대한 정치생태학」

Jane Bennet, Vibrant Matter: A Political Ecology of Things "나는 인간중심적 형식으로 수행되어온 정치이론의 향연에서 버려진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고자 한다."11p "민주주의를 다루는 생기적 유물론자의 이론은 말하는 주체와 침묵하는 객체 사이의 구분을 일련의 변별적인 경향들과 가변적인 능력들로 전환시키고자 한다"264p "인간은 기능하기 위해 비인간이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비인간을 필요로 한다."265p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Continue Reading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

해상도의 변주 동시대 미술을 폭넓게 아우르는 국제 행사 유형의 전시는 아주 큰 개념적 우산을 쓸 수밖에 없다. 동시대 지구촌 전역에서 발화되는 목소리를 담을 만한 큰 그릇이 필요다. 이번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호남권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인 ‘판소리’를 열쇳말 삼아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소리’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했다. 전시는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었다.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에서는 현대... Continue Reading →

데이비드 C. 린드버그의 「서양과학의 기원들」

: 철학·종교·제도적 맥락에서 본 유럽의 과학전통, BC 600~AD 1450 David Charles Lindberg, The Beginning of Western Science: The European Scientific Tradition in Philosophical, Religious, and Institution Context, 600 BC to AD 1450 “역사가의 본업은 과거를 이해하는 일이지, 과거에 등급을 매기는 일은 아니다(571p).” 그 시대의 눈으로, 나는 중세 미술을 이야기할 때 대성당에 걸린 제단화로 시작하곤 한다.... Continue Reading →

최경아 개인전,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 (오분의일, 광명)

: 2024 오분의일공모선정작가 투명한 사람들의 투명한 이야기들 KTX 광명역을 나서면 맞은편에 AK플라자가 보이고, 그 주변에 어반브릭스라는 상가가 둘러쳐져 있다. 외관만 봐서는 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상권의 먹자골목을 끼고 있는 그 건물 4층에 갤러리가 있으리라고는 좀처럼 짐작되지 않았다. 거기 광명 기반의 예술프로젝트 그룹인 ‘예술협동조합 이루’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현재 최경아 작가의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을 포함해 두... Continue Reading →

장-마리 셰퍼의 「미학에 고하는 작별」

Adieu à l'esthétique 신비를 걷어낸 자리에서, 특정한 대상에서 미를 느끼는 메커니즘은 우리 뇌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회문화적 과정을 통해 어떤 대상이 아름답거나 추하다는 관념을 학습하고, 그런 공통의 관념을 부지불식간에 내재화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적 대상에 대한 주의와 반응은 뇌의 지시를 따른다. 그런데 누군가의 뇌에서 아름다움과 추의 정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외부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고,... Continue Reading →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샤오루가 쏘아올린 17발의 탄환 1989년 2월 5일, 중국국립미술관 앞 광장은 그간 중국 전역에서 활동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보려는 관람객의 물결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국/아방가르드 展(China/Avant-Garde Exhibition)》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전위적 예술가 186명과 그들의 작품 300여 점이 유례없는 규모로 모였다. 개혁개방 이후 정치적 자유를 향한 관심과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새로운 전위적 예술이...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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