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조점 없는 예술에 대한 증명할 수 없는 가설들: 졸업전시라는 특수한 제도적 맥락에서 아마추어 미술사 연구회를 운영하던 당시 회원 중에는 작품 구매와 그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경제적 이윤에 대한 관심이 큰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어떤 작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나에게 종종 묻곤 했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질문이었다. 나는 작품을 구매해 본 적도 없고(딱 한 작품을 구매했지만, 해당... Continue Reading →
영남청년작가전: 누벨바그 展 (포항시립미술관)
안효찬의 디스토피아와 탈출구 환여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포항시립미술관에 갔다.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지역원로작가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남청년작가전’이었다. 이런 걸 두고 신구의 격돌이라고 하던가. 경쟁 붙이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두 세대의 대표선수들이 나와서 겨루는 모양새가 됐다. 지역 화단을 오랜 시간 묵묵히 지켜온 한 원로작가의 따뜻한 미감을 <김정숙: 나의 에세이> 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인과 자연을... Continue Reading →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Michel Foucault, Les mots et les choses: Une archéologie des sciences humaines // The Order of Things: An Archaeology of the Human Sciences 알아야 바꾸지 내가 감히 이 작품에 한 자라도 덧붙일 수나 있을까. 덧붙인다고 한들 뭐라도 달라질까. 전 세계 인문사회학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자에 관해, 심지어 그 저자의 가장 유명한 작품에 이제와서 뭐라도... Continue Reading →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Frans De Waal(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동물원은 야생과 다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끊임없이 진보한다. 캄캄했던 어둠은 언젠가 걷힌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때와 많은 것을 알고 난 후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동물이 감정을 느끼는지, 복잡한... Continue Reading →
강수미의 「까다로운 대상: 2000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비평은 싫다고 말할 권리를 갖는가? 조금은 무책임한 제목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오랜 시간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장에서 여러 인물, 작품, 현상을 두루 살펴보고 해체한 후 이것을 ‘까다로운 대상’이라 명명했다. 최고급 사치품에서부터 시민운동에 가까운 처절한 몸부림까지─, 한계 없는 다원주의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동시대 미술계를 생각할 때, 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무용한 것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Continue Reading →
박정근의 입도조, 소니아 샤의 「인류, 이주, 생존」
Sonia Shah, The Next Great Migration "토착민과 이주자라는 정체성은 영구적인 존재 상태가 아니다." 366p "우리는 신참자를, 이주자를, 침입자를 예외로 여기는 압도적인 정주의 감각에 빠져들기 쉽다." 495p 이주에 관한 두 가지 시선 작년 가을에 출장차 찾은 제주에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도립미술관에 들렀다.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 展이 한창이었다.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우발적 이주의 다양한 양태를... Continue Reading →
가덕면 창작실험실 개관전 – “창작실험실: THE TRAKTeR” 展
담백한 첫 걸음 요즘 소멸위기에 직면한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예술 토양이 특히나 척박하기 이를 데 없던 충북에 새로운 전시 공간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그간 농기계훈련관으로 사용되다가 최근 약 4년 동안은 소임을 마친 채 방치되어 있던 충북자치연수원 내 한 건물을 충북문화재단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을과 전답에 둘러싸인 적막한 지역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문화예술... Continue Reading →
래리 샤이너의 「예술의 발명」
Larry E. Shiner, The Invention of Art 오늘의 눈으로 어제의 작품을 논하지 말라 “발전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급진적 분열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52p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입구에서부터 출구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선형적 연표를 따라 배치된다. 구석기 시대의 조악한 토기에서 출발해 급진적인 퍼포먼스 영상으로 마무리되는 그 여정은 인류가 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여명기로부터 오늘날 눈알이... Continue Reading →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The Naked Nude」
지난 9월에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짧은 기간 레이덴과 암스테르담만 찍고 왔다. 가계 사정상 최대한 소비를 억제하려 했으나, 책방에서 예기치 못한 출혈이 있었다. 다녀본 대다수 서점이 신간과 중고책을 함께 다루는 구조였다. 신간 코너의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에도 물론 눈이 돌아갔지만, 중고책 중에도 숨겨진 보석이 많았다. 어디서 이런 책을 다 모아 놨을까. 심지어 안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보고서까지 ‘한글판 원서’로... Continue Reading →
[팩션] 제1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
(주의: 이 작품에는 진실과 허구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음. 진실을 밝히려는 당신의 노력이 어떠한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본 저자에게는 일체의 책임이 없음을 밝혀둠) 사회: 숙녀신사 여러분, 책과 예술을 사랑하시는 이 땅의 모든 교양인 여러분,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광스러운 이번 제1회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권반려입니다. 여러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