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훈 개인전, 「필드 field」 展 (갤러리 P21)

이면과 단면 경리단길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사이에 P21이라고 적힌 흰 깃발이 나부낀다. 갤러리 P21은 P1과 P2라는 서로 이어지지 않는 독립된 두 공간을 아우른다. 코딱지만한 P1에는 친절한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고, 무인으로 상시 운영되는 P2는 전시공간 자체가 P1보다 조금 더 크다. 예술과 무관한 전이지대로서 와인바 하나를 사이에 끼고 분리된 두 공간은 ‘따로 또 같이’라는 운영 전략을 취하고... Continue Reading →

최민경, 「매끄럽지 않은」 展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촉각적인 관점에서 그 여정은 매끄러움이 거침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살결은 향긋하고 촉촉하고 보드랍다. 반면 노인의 살결은 비릿하고 뻣뻣하고 거칠다. 이처럼 거친 속성은 시간의 흐름을 대변하고, 결국에는 죽음과 맞닿는다. 필멸의 존재에게 영생은 필연적 갈망이다. 거칠고 주름진 것에서 벗어나 매끄럽고 촉촉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그야말로... Continue Reading →

합스부르크 600년, 매혹의 걸작들 展: 빈미술사박물관 특별전 (국립중앙박물관)

존경을 표하는 두 개의 행렬 서울에 살 때야 제아무리 인기 있는 블록버스터 전시라도 평일에 휴가 내고 보면 되니 딱히 부담이 없었다. 지방에 오고 나니 서울에 모든 문화 시설이 몰려 있다는 사실이 제대로 실감이 난다. 이 전시도 하마터면 못 볼 뻔했다. 예매 사이트에 내가 서울로 올라가는 날 운 좋게도 딱 한 자리 공석이 있어서 냉큼 예약했다.... Continue Reading →

권여현 개인전, 「일탈자의 장소」 展 (갤러리 인사아트)

일탈의 상대성 바닷가에 다다르면 그제야 답답한 도시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또렷이 밀려온다. 비릿한 물 내음, 생경한 새소리, 시시각각으로 역동하는 자연의 정경은 회색조의 도시와 대조된다. 이러한 해방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은 그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청춘들이다. 그들은 파도에 맞서 물장구를 치고, 셀카를 찍고, 짝 찾기에 여념이 없다. 탁 트인 수평선과 청량한 바람이 주는 해방감은 청년들의 자유분방함과 닮았다. 권여현은 일상적... Continue Reading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展

1층 로비의 물품 보관함이 꽉 찼을 정도로 붐볐다. 황금 같은 주말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미술관을 찾았을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갈만한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였을까? 날씨만을 이유로 꼽기에는 궁색하다. 작품을 보는 것 외에도 강추위 속에서 선택할만한 즐거움은 얼마든지 있다. 진정 볼만한 것들이 있었다. 그저 미술에 대해 아는 척하고 싶은 몇몇, 혹은 인스타에 올릴만한 소재를... Continue Reading →

[에세이] 기호와 호흡: 이채은의 2022년 회화

다양성이 시대적 화두가 된 세상에서, 그것을 거스르려는 조그마한 움직임일지라도 조리돌림을 각오해야 한다. ‘민주주의=절대선’이라는 제국주의적으로 강요된 등식에 다양성이 무비판적으로 침습되면서 단순한 의견이나 취향의 표명마저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비평의 영토까지 침범한다.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비평은 편파적이고 열의에 차고 정치적이어야 한다.”[1]는 것이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것에 좋은 이유가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고로 무슨... Continue Reading →

[에세이] 혼돈에서 사후생으로: 양은영의 2022년 회화

예술가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작품의 형태로 투사한다. 그 작품은 미술계, 혹은 그 울타리 밖 더 넓은 세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소통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 소통이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많은 예술가가 그 성공의 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듯 짐짓 초연한 표정으로 작업실을 지키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가능성이 완전히... Continue Reading →

노동집약적 환대,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 (CR Collective, 22.8.4. ~ 8.27.)

지난 8월에 CR Collective(CR콜렉티브)에서 열렸던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여 '비평웹진 퐁'에 게재하였다. 여러 사정으로 정말 오랜만에 본 누군가의 개인전이었는데, 훑어 보자마자 여러 시상이 떠올랐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 졸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비평웹진 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https://pong.pub/critic/view/%eb%85%b8%eb%8f%99%ec%a7%91%ec%95%bd%ec%a0%81-%ed%99%98%eb%8c%80/

올해의 작가상 2021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삼청동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전혀 의식할 수 없다. 입춘을 지나 다소 주춤해진 한파에 젊은이들은 저마다 한껏 치장한 채 손에 손잡고 미술관 로비를 가득 메웠다. 저마다 생기 넘치는 표정들이 무미건조한 마스크에 가려진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작년 7월에 오픈한 「MMCA 이건희컬렉션... Continue Reading →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展 (국립중앙박물관)

보통사람을 위한 목 좋은 귀퉁이 하나 정도는 이미지를 남기는 기술이 발달하고 대중화될수록 개별 이미지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 왔다. 종교개혁 이전에 템페라나 유화로 어떤 인물을 그렸다면, 그 대상은 대체로 고전 속 영웅이거나 신적 존재였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는데 엄청난 노동력과 재능, 그리고 재료비가 투입되던 시기였다. 그 비용을 감수하고 무언가를 만든다면, ‘적절한’ 대상을 다뤄야 했다. 신의 시대가 끝난...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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