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수아 도스의 「구조주의의 역사」

François Dosse, Histoire du structuralisme 역자의 죽음: 중도 하차할 용기 지금까지 이 홈페이지에 올린 서평 중 어떤 책을 다 읽지도 않은 채 쓴 글은 없었다. 아무리 어려운 책이라도 중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자랑스럽게 지켰던 셈인데, 이번에는 그 원칙을 포기한다. 총 네 권의 시리즈 중 3권 중반부에서 하차한다(참고: 원서는 2권짜리임). 도저히 읽을 수가 없다. 변명처럼 들린대도... Continue Reading →

니샤 맥 스위니의 「만들어진 서양: 서양이란 이름에 숨겨진 진짜 역사」

Naoíse Mac Sweeney, THE WEST "역사 이론으로서 서양 문명의 기원은 탐험, 계몽, 제국을 연결하는 데 있다."247p 서양을 부술 연장통 이제는 ‘오래도록 견고한 원칙으로 여겼던 것들이 알고 보니 허상이고 신화에 불과했더라’, 라는 진술조차 진부해졌다. 우리는 그동안 포스트모던의 광풍을 거치며 의심해 볼 수 있는 거의 모든 허울에 대해 의심의 화살을 이미 겨눠봤다. 베네딕트 앤더슨(Benedict Anderson)은 국가를 ‘상상된... Continue Reading →

휴 에이킨의 「피카소의 전쟁: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Picasso’s War: How Modern Art Came to America 제국의 성립 과정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현대미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미국에서 수용되었는가를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대미술이란 프랑스를 중심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발흥했던 전위적 아방가르드들의 예술 세계를 일컫는다. 즉, 인상주의로부터 입체파와 야수파를 거쳐 표현주의와 추상으로 이어지는 모더니즘의 계보다. 이것이 미국 사회에서... Continue Reading →

서장원의 「토텐탄츠와 바도모리: 중세 말 죽음의 춤 원형을 찾아서」

죽음과 동행하는 법 서구 시각 예술에서 해골 도상은 나름의 두터운 문화적 체계를 갖추고 있다. 가장 널리 알려진 예가 바니타스(Vanitas) 정물이다. 더없이 안락하고, 아름답고, 풍요롭고, 윤택한 곳에 해골이 난데없이 등장해 떡 하니 자리를 잡는다. 해골과의 불편한 동거는 음산하지만 한편으로 해학적이다. 가장 아름답고 풍요로운 순간에도 ‘메멘토 모리(memento mori)’, 즉 죽음을 기억하라는 메시지는 생의 헛됨을 강조하며 삶을 되돌아보라... Continue Reading →

아서 I. 밀러의 「충돌하는 세계: 과학과 예술의 충돌이 빚어낸 전혀 새로운 현대예술사」

Arthur I. Miller, Colliding Worlds 두 문화를 만나게 하려면 예술과 과학은 본디 한 몸이었다. 근대에 이르러 개별적 학문 분야의 전문성이 심화하면서 두 문화는 제도적으로 분화되기 시작했고, 분화된 체계 안에서 각기 기득권적 구조가 견고해지면서 오늘날에는 그것이 한 몸이었다는 사실조차 잊혔다. 과학은 예술이 실용적 가치가 없는 신선놀음이라 생각하고, 예술은 과학을 감성이 메마른 숫자놀음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미술사의 흐름을... Continue Reading →

김숨의 「떠도는 땅」

지금으로부터 고작 100여 년 전쯤에 어떻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들이 벌어졌을까? 황폐화된 조국에서는 도무지 살아갈 길이 없어서, 혹은 영문도 모른 채 그저 강제로 붙들려 극한의 추위가 휘몰아치는 이역만리로 내몰린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거기서도 가장 혹독하고 버려진 땅을 불하받아 죽을 둥 살 둥 아득바득 밭을 갈고 가축을 쳤다. 숱한 희생 끝에 그나마 살아갈 만한 땅이 되었다 싶으면... Continue Reading →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

Herta Müller, Atemschaukel/The Hunger Angel 추모의 글쓰기,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들 일반적인 ‘수용소 문학’과는 다른 길을 가는 작품이다. 우리는 통상 이 장르 문학에서 수용소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 수용소에서의 처절한 삶, 거기서 만난 인물들 간의 동료애와 갈등, 불굴의 의지를 통한 위기의 극복, 수용소 밖에서의 삶과 적응에 관한 이야기 등 굵직한 서사를 기대한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도 물론... Continue Reading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

Jean-Baptiste Andrea, Veiller sur elle ◐ 스포일러 다량 함유 ◑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거나, 더 가치 있게 죽거나 미술사에서 회자되는 전설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처럼 위대한 조각가들의 창작이란 돌을 깎아내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형상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조각가는 바로 그 형상을 발견해 끄집어낼 뿐이다. 이러한 진술은 위대한 조각가의 전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일종의 전설이자 신화다. 여기서... Continue Reading →

김유태의 「나쁜 책: 금서기행」

금서를 구하자 서론을 읽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화부 기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오래된 책들의 전당인 도서관에 대한 상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지 묵은 고서 속에서 보석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에 대하여 절절한 어투로 웅변한다. 명저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명저를 만나는 일, 그야말로 하나의 보석 속에 박힌 또 다른 보석을 발견하는 일의 기쁨을 논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Continue Reading →

리아넌 메이슨 외 2인의 「한 권으로 읽는 박물관학」

Rhiannon Mason, Alistair Robinson, and Emma Coffield, Museum and Gallery Studies: The Basics “문화유산과 전통이라는 용어는 종종 서로 치환되어 사용되면서, 암묵적으로 연속성을 본래부터 좋은 것으로 보는 보수적인 이상형을 만든다.” 81p “모든 전시는 하나의 주장이다.” 276p 지금이 박물관 문턱을 낮출 적기다. 늘 하는 얘기지만, ‘한 권으로’, ‘하루 만에’, ‘단번에’ 등 표현이 제목에 들어가는 책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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