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erta Müller, Atemschaukel/The Hunger Angel 추모의 글쓰기, 고통을 기억하는 방식들 일반적인 ‘수용소 문학’과는 다른 길을 가는 작품이다. 우리는 통상 이 장르 문학에서 수용소에 발을 들이게 되는 계기, 수용소에서의 처절한 삶, 거기서 만난 인물들 간의 동료애와 갈등, 불굴의 의지를 통한 위기의 극복, 수용소 밖에서의 삶과 적응에 관한 이야기 등 굵직한 서사를 기대한다. 헤르타 뮐러의 「숨그네」에도 물론... Continue Reading →
장바티스트 앙드레아의 「그녀를 지키다」
Jean-Baptiste Andrea, Veiller sur elle ◐ 스포일러 다량 함유 ◑ 더 가치 있는 일을 하거나, 더 가치 있게 죽거나 미술사에서 회자되는 전설에 따르면 미켈란젤로처럼 위대한 조각가들의 창작이란 돌을 깎아내는 행위와는 거리가 멀다. 형상은 원래부터 그 자리에 있었고, 조각가는 바로 그 형상을 발견해 끄집어낼 뿐이다. 이러한 진술은 위대한 조각가의 전기에서 공통으로 발견되는 일종의 전설이자 신화다. 여기서... Continue Reading →
김유태의 「나쁜 책: 금서기행」
금서를 구하자 서론을 읽을 때는 가슴이 두근거렸다. 문화부 기자이자 시인인 저자는 오래된 책들의 전당인 도서관에 대한 상찬으로 이야기를 시작한다. 먼지 묵은 고서 속에서 보석을 발견했을 때의 짜릿함에 대하여 절절한 어투로 웅변한다. 명저 속에 숨겨진 또 다른 명저를 만나는 일, 그야말로 하나의 보석 속에 박힌 또 다른 보석을 발견하는 일의 기쁨을 논한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Continue Reading →
리아넌 메이슨 외 2인의 「한 권으로 읽는 박물관학」
Rhiannon Mason, Alistair Robinson, and Emma Coffield, Museum and Gallery Studies: The Basics “문화유산과 전통이라는 용어는 종종 서로 치환되어 사용되면서, 암묵적으로 연속성을 본래부터 좋은 것으로 보는 보수적인 이상형을 만든다.” 81p “모든 전시는 하나의 주장이다.” 276p 지금이 박물관 문턱을 낮출 적기다. 늘 하는 얘기지만, ‘한 권으로’, ‘하루 만에’, ‘단번에’ 등 표현이 제목에 들어가는 책이 만족스러웠던 적은... Continue Reading →
이백철의 「감옥이란 무엇인가 1, 2」
이면을 생각해야 한다. 표면만 생각하며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위험하다. 모든 물질과 현상에는 이면이 있다. 비 내리는 풍경에 도취하다가도 빗물받이와 우수관로의 청소 상태를 생각해야 한다. 버스를 타다가도 준공영제의 성과와 한계를 생각해야 한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가꾸다가도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를 생각해야 한다. 다정한 눈 맞춤과 대화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대기에 흐르는 껄끄러운 기운을 감지해야 한다. 시시각각 오감을... Continue Reading →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村上春樹 Haruki Murakami, 1Q84 당신은 이런 사랑을 믿습니까? 이 소설에는 초자연적 능력을 갖추고 태곳적부터 인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온 리틀 피플이라는 군집도 나오고, 그들이 만드는 공기번데기와 복제인간도 등장하며,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이 물리법칙을 비웃듯 지구 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두둥실 떠 있는 장면도 담겨 있지만, 작품의 판타지적 측면은 그런 자잘한 설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Continue Reading →
글렌 애덤슨 & 줄리아 브라이언-윌슨의 「예술, 현재진행형: 스튜디오부터 크라우드소싱까지 예술가와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
Glenn Adamson, Julia Bryan-Wilson, Art in the Making: Artists and their Materials from the Studio to Crowdsourcing 더 복잡한 과정 속으로, 미술에 관한 담론들은 지나칠 정도로 넘쳐난다. 전공자, 비전공자 할 것 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대중이 우글거리며 떠드는 전문 영역은 드물다. “미술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원리상으로도 미술은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ontinue Reading →
김지연, 맹지영, 손옥주, 전강희의 「매개자의 동사들」
반쪽짜리 매개 예술계에서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매개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전시 기획과 드라마쿠르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은 CM(Creative Mediators)이라는 매개자 연구 그룹을 형성했다. CM은 2020년에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예술현장연구모임을 진행하였고, 지원사업을 통해 개최된 라운드테이블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책 중간에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의 결과보고서가 끼워져 있는데, 다소 생뚱맞은 감은 있지만 동사 풀이만 쭉... Continue Reading →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언더 블루 컵: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예술」
Rosalind E. Krauss, Under Blue Cup 토대로 돌아오라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전후 모더니즘의 끝자락에서,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매체의 물리적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당대의 미학적 책무라며 추상 표현주의로 대표되는 뉴욕 화파를 치켜세웠다. 마초적 개척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린버그의 페르소나들은 르네상스 이후 줄곧 또 하나의 창문 역할에 만족해야 했던 캔버스의 낡은 쓰임을 일신했다. 이제 캔버스는 그 평면 너머에서... Continue Reading →
프레더릭 스팟츠의 「히틀러와 미학의 힘: 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
Frederic Spotts, Hitler and the Power of Aesthetics “문화와 야만의 결합이야말로 히틀러 제국의 요체다.” 194p 우리 시대의 악학은 이제 막 집필되는 형국이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히틀러(Adolf Hitler)가 대중을 현혹하는데 사용한 미학적 기술들이나 책략들이 낱낱이 파헤쳐지리라고 생각했다. 외교관 출신의 문화사가인 저자는 그러한 뻔한 접근 대신에 예술가이자 폭군인 히틀러의 괴팍하고도 모순적인 측면을 집중 조명했다. 거기에는...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