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백철의 「감옥이란 무엇인가 1, 2」

이면을 생각해야 한다. 표면만 생각하며 살기에는 이 세상이 너무 복잡하고 위험하다. 모든 물질과 현상에는 이면이 있다. 비 내리는 풍경에 도취하다가도 빗물받이와 우수관로의 청소 상태를 생각해야 한다. 버스를 타다가도 준공영제의 성과와 한계를 생각해야 한다. 육체의 아름다움을 가꾸다가도 장내 미생물의 생태계를 생각해야 한다. 다정한 눈 맞춤과 대화 속에서도 순간적으로 대기에 흐르는 껄끄러운 기운을 감지해야 한다. 시시각각 오감을... Continue Reading →

무라카미 하루키의 「1Q84」

村上春樹 Haruki Murakami, 1Q84 당신은 이런 사랑을 믿습니까? 이 소설에는 초자연적 능력을 갖추고 태곳적부터 인류에 적잖은 영향을 미쳐온 리틀 피플이라는 군집도 나오고, 그들이 만드는 공기번데기와 복제인간도 등장하며, 하늘에 뜬 두 개의 달이 물리법칙을 비웃듯 지구 중력에 영향을 미치지 않으면서 두둥실 떠 있는 장면도 담겨 있지만, 작품의 판타지적 측면은 그런 자잘한 설정에서 오는 것이 아니다. 이... Continue Reading →

글렌 애덤슨 & 줄리아 브라이언-윌슨의 「예술, 현재진행형: 스튜디오부터 크라우드소싱까지 예술가와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

Glenn Adamson, Julia Bryan-Wilson, Art in the Making: Artists and their Materials from the Studio to Crowdsourcing 더 복잡한 과정 속으로, 미술에 관한 담론들은 지나칠 정도로 넘쳐난다. 전공자, 비전공자 할 것 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대중이 우글거리며 떠드는 전문 영역은 드물다. “미술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원리상으로도 미술은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ontinue Reading →

김지연, 맹지영, 손옥주, 전강희의 「매개자의 동사들」

반쪽짜리 매개 예술계에서 창작자와 관객 사이의 다리 역할을 하는 매개자들을 조명한 책이다. 전시 기획과 드라마쿠르그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저자들은 CM(Creative Mediators)이라는 매개자 연구 그룹을 형성했다. CM은 2020년에 서울문화재단의 후원으로 예술현장연구모임을 진행하였고, 지원사업을 통해 개최된 라운드테이블의 결과물 중 하나가 바로 이 책이다. 책 중간에 서울문화재단 지원사업의 결과보고서가 끼워져 있는데, 다소 생뚱맞은 감은 있지만 동사 풀이만 쭉... Continue Reading →

로절린드 크라우스의 「언더 블루 컵: 포스트미디엄 시대의 예술」

Rosalind E. Krauss, Under Blue Cup 토대로 돌아오라 작용은 반작용을 부르기 마련이다. 전후 모더니즘의 끝자락에서,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는 매체의 물리적 본질로 돌아가는 것만이 당대의 미학적 책무라며 추상 표현주의로 대표되는 뉴욕 화파를 치켜세웠다. 마초적 개척정신으로 똘똘 뭉친 그린버그의 페르소나들은 르네상스 이후 줄곧 또 하나의 창문 역할에 만족해야 했던 캔버스의 낡은 쓰임을 일신했다. 이제 캔버스는 그 평면 너머에서... Continue Reading →

프레더릭 스팟츠의 「히틀러와 미학의 힘: 대중을 현혹한 파괴의 예술가」

Frederic Spotts, Hitler and the Power of Aesthetics “문화와 야만의 결합이야말로 히틀러 제국의 요체다.” 194p 우리 시대의 악학은 이제 막 집필되는 형국이다.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다. 제목만 보고서는 히틀러(Adolf Hitler)가 대중을 현혹하는데 사용한 미학적 기술들이나 책략들이 낱낱이 파헤쳐지리라고 생각했다. 외교관 출신의 문화사가인 저자는 그러한 뻔한 접근 대신에 예술가이자 폭군인 히틀러의 괴팍하고도 모순적인 측면을 집중 조명했다. 거기에는... Continue Reading →

마틴 켐프의 「레오나르도 다빈치: 그와 함께한 50년」

Living with Leonardo: Fifty Years of Sanity and Insanity in the Art World and Beyond 진실의 수호자 이 책은 르네상스의 아이콘 레오나르도 다빈치(Leonardo da Vinci)가 어떤 화가인지, 어떤 작품을 남겼는지 논하지 않는다. 그가 어떤 삶을 살았는지 전기적으로 따라가지도 않는다. 저자는 주인공의 주변부를 맴도는 단순한 평자가 아니다. 저자는 이 회고록에서 중심에 선다. 생물학 전공 출신의 미술사학자... Continue Reading →

고종희의 「불멸의 화가 카라바조」

12만 원짜리 연구서가 가야할 길 정가 12만 원에 달하는 이런 ‘초호화판 & 특대형 & 양장’ 전기를 소장할 만한 사람이라면 아무래도 주인공에 대한 엄청난 팬심을 품은 사람일 것이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이다. 그리고 이 정도 투자를 결심한 배경에는 단순히 커피 테이블에 올려놓을 만한 멋진 인테리어 소품이 필요하다는 일차원적 동기가 아닌, 진정 흠모하는 한 화가의 삶에 대해... Continue Reading →

손의식의 「미술디자인 논문쓰기」

바른 언어의 게릴라를 모집합니다. 미술 분야 글쓰기에 관한 책이라면 일단 덮어 놓고 장바구니에 넣어 둔다. 그간 비평이나 작가의 말 따위를 어떻게 써야 할지 가르쳐 주는 책은 몇 권 있었으나(예시: 1, 2, 3, 4), 전문적 학술논문에 온전히 초점을 맞춘 국내 저자의 책은 없었기에 이 책이 반가웠다. 자랑은 아니지만, 이미 여러 편의 논문을 출판한 나에게는 크게 도움이... Continue Reading →

한병철 유니버스: 「피로사회(2010)」, 「투명사회(2012)」, 「아름다움의 구원(2015)」

Mudigkeitsgesellschaft; Transparenzgesellschaft; Die Errettung des Schönen 진단서 말고 연장통을 주세요. 딱히 대단한 원칙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이 홈페이지에서 책을 정리할 때 대체로 하나의 글로 한 권의 책을 다뤘다. 이번에는 세 개의 책을 한 번에 엮어 정리해 본다. 일단 이 책들이 모두 소책자라고 부를 수 있을 만큼 얇고, 하나의 대주제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이 대주제를 한병철 유니버스라고 규정해...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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