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rian Forty, Object of Desire, Design and Society Since 1750 디자인 리터러시의 출발점 디자인이란 무엇인가? 시각성이라는 협의의 범주에서 디자인은 무언가를 보기 좋게, 동시에 쓰기 좋게 만드는 행위이자 그 결과물이다. 디자인은 거래 관계에서 어떤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나은 무언가로 만들어 준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원가를 절감하거나, 가치를 돋보이게 하거나, 최소한 경쟁하는 다른 무언가보다 단 하나라도 더... Continue Reading →
제인 베넷의 「생동하는 물질: 사물에 대한 정치생태학」
Jane Bennet, Vibrant Matter: A Political Ecology of Things "나는 인간중심적 형식으로 수행되어온 정치이론의 향연에서 버려진 재료들로 요리를 만들고자 한다."11p "민주주의를 다루는 생기적 유물론자의 이론은 말하는 주체와 침묵하는 객체 사이의 구분을 일련의 변별적인 경향들과 가변적인 능력들로 전환시키고자 한다"264p "인간은 기능하기 위해 비인간이 인간을 필요로 하는 것보다 더 많이 비인간을 필요로 한다."265p 보이지 않는 것을 보려는... Continue Reading →
데이비드 C. 린드버그의 「서양과학의 기원들」
: 철학·종교·제도적 맥락에서 본 유럽의 과학전통, BC 600~AD 1450 David Charles Lindberg, The Beginning of Western Science: The European Scientific Tradition in Philosophical, Religious, and Institution Context, 600 BC to AD 1450 “역사가의 본업은 과거를 이해하는 일이지, 과거에 등급을 매기는 일은 아니다(571p).” 그 시대의 눈으로, 나는 중세 미술을 이야기할 때 대성당에 걸린 제단화로 시작하곤 한다.... Continue Reading →
장-마리 셰퍼의 「미학에 고하는 작별」
Adieu à l'esthétique 신비를 걷어낸 자리에서, 특정한 대상에서 미를 느끼는 메커니즘은 우리 뇌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회문화적 과정을 통해 어떤 대상이 아름답거나 추하다는 관념을 학습하고, 그런 공통의 관념을 부지불식간에 내재화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적 대상에 대한 주의와 반응은 뇌의 지시를 따른다. 그런데 누군가의 뇌에서 아름다움과 추의 정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외부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고,... Continue Reading →
백름의 「재일조선인미술사 1945-1962」
그간 미술사에서 간과되었던 재일조선인 예술가들의 작품활동과 생활상을 추적한 연구서다. 재일조선인 3세인 연구자가 자기 박사학위 논문에 살을 붙여가며 대중서로 펴냈다. 연구자들이란 자기 정체성이 투영된 연구에 가장 몰입하는 법이다. 학술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거의 없고, 자료도 부족하고, 관련자들도 하나둘 세상을 떠나가는 시점에 저자는 반드시 그들을 기록으로 남겨야 한다는 사명감에 사로잡혀 이 작업을 완수했다. 이미 일본이나 한국 미술계에 이름이... Continue Reading →
이영욱 외 편저, 「비평으로 보는 현대 한국미술」
내 서고에 애지중지 아끼는 두 권의 선집이 있다. 하나는 도널드 프레지오시(Donald Preziosi)가 엮은 「꼭 읽어야 할 예술이론과 비평 40선」이고, 다른 하나는 로버트 S. 넬슨(Robert S. Nelson)과 리처드 시프(Richard Shiff)가 엮은 「꼭 읽어야 할 예술 비평용어 31선」이다. 둘 다 미진사에서 번역한 작품이다. 미술사와 비평사를 관통하는 굵직한 개념, 이론, 사례들을 망라한 선집이라 한창 학구열이 불탔을 시기에 시야를 넓히는 데... Continue Reading →
김경섭의 「미친놈 예술가 사기꾼」
작품으로 말할 방법은 분명 있다 “당신이 지금까지 알고 있던 예술을 완전히 뒤집는다!”라는 도발적인 캠페인 문구를 달고 있는데, 내 경우 사실 딱히 뒤집히는 것이 없었다. 저자가 새로 찾아낸 정보란 거의 없고, 그나마 얄팍한 정보도 이미 알고 있던 것들이고, 그가 주장하고자 하는 골자도 사실 내 평소 지론을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이 책을 통해 예술에 관한 통념이 뒤집힌... Continue Reading →
조새미의 「뮤지엄 게이트」
감상적 여행기의 한계 저자가 나름 전공한 연구자이길래 박물관학이나 큐레토리얼에 관한 연구서인 줄 알고 무턱대고 집어 든 내 잘못이다. 연구서가 아닌 여행기다. 저자 본인이 체류했던 미국, 영국, 일본 등지의 뮤지엄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으로 가득한 책이다. 감상적 여행기라는 정체성은 각 챕터의 서두만 보더라도 알 수 있다. 뮤지엄의 대표작 한 점이 저자에게 친군하게 말을 거는 식으로 시작하는데,... Continue Reading →
이선복의 「처음 읽는 한국고고학」
지식의 고고학, 그리고 진짜 고고학 제목에서 드러나는 저자의 의도에 충실했다. 내가 처음으로 읽은 고고학책이다. 오랜만에 선사시대로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고고학적 이미지들을 쭉 훑어보자니 학창 시절 교과서에서 봤던 오래된 도판들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때 새 교과서를 받으면 가장 설레는 마음으로 들춰봤던 과목들이 미술, 사회과 부도, 그리고 역사(혹은 국사)였다. 도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교과서들이다. 아날로그에 둘러싸인 채 태어나 서서히 디지털에... Continue Reading →
한강의 「그대의 차가운 손」
진실과 껍데기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는 진실과 껍데기 사이의 간격이 있다. 인간의 마음속 최종적 심급에서 모든 의사결정과 행동거지를 좌우하는 진실이라는 국면이 존재한다면, 그것은 사람에 따라 두터운 껍데기에 꽁꽁 싸여 철저한 보호 대상으로 관리되고 있을 수도 있고, 아주 투명한 막으로만 둘러쳐져 은은하게 반짝거리는 존재감을 언뜻언뜻 내비칠 수도 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엔 진실과 껍데기의 간격은 가까울수록 좋다....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