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orges Didi-Huberman, Peuples exposés, peuples figurants 이미지와 사유는 민중들을 다시 불러낼 수 있을까? 문법적으로 ‘민중들’이라는 말은 없다. 민중, 대중, 국민 등 집합명사는 이미 집합을 가리키므로 복수형으로 쓸 수 없다. 저자 디디-위베르만(Georges Didi-Huberman)이나 역자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도 이 책은 묵직하게 끝까지 ‘민중들’을 강조한다. 저자가 주인공으로 지목한 민중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역사적 거대서사의 주인공이 아닌, 시각문화의... Continue Reading →
핼 포스터의 「소극 다음은 무엇?: 결괴의 시대, 미술과 비평」
Hal Foster, What Comes After Farce?: Art and Criticism at a Time of Debacle 백전노장의 충언에 귀를 기울이며, 고백하자면 나는 부끄럽게도 ‘소극’이라는 말도, ‘결괴’라는 말도 처음 들어 봤다. 그러니까 책 제목에서 핵심이 되는 두 단어의 뜻도 제대로 모른 채 저자의 이름만 보고 이 책을 집어 든 셈이다. 물론 그 선택 자체는 옳았다. 칠순을 바라보는 포스터의... Continue Reading →
잭 하트넬의 「중세 시대의 몸: 몸을 통해 탐색한 중세의 삶과 죽음, 예술」
Jack Hartnell, Medieval Bodies 여느 동물처럼 인간도 몸에 의존해 세상과 관계를 맺고 사유한다. 한때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으로 사고하는 존재로서 인간에 대한 믿음이 너무 커서 그와 대비되는 측면인 물리적 실체로서 육체의 중요성은 간과되었던 때도 있었지만, 이제는 유물론자든 관념론자든 모두가 안다. 우리의 이성이나 심지어 영성까지도 몸의 일부라는 것을. 몸 바깥의 세상에 대한 인식이 그러하듯, 우리 몸에 대한 인식도... Continue Reading →
조너선 크레리의 「지각의 정지: 주의·스펙터클·근대문화」
Jonathan Crary, Suspensions of Perception: Attention, Spectacle, and Modern Culture “19세기 말 이후 제도적 권력에서 중요한 문제는 생산적이면서 관리와 예측이 가능하고 사회적으로 통합될 수 있으며 적응 가능한 주체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지각이 기능하는 것뿐이다.” 17p “주의는 다양한 사회적-기계적 기계들에 부합되는 주체를 생산하는 데 줄곧 필수적 역할을 해왔다.” 137p 억측의 향연, 억측의 맥락 ‘우리 시대의 고전 27’... Continue Reading →
미셸 푸코의 「말과 사물」
Michel Foucault, Les mots et les choses: Une archéologie des sciences humaines // The Order of Things: An Archaeology of the Human Sciences 알아야 바꾸지 내가 감히 이 작품에 한 자라도 덧붙일 수나 있을까. 덧붙인다고 한들 뭐라도 달라질까. 전 세계 인문사회학계를 통틀어 가장 많이 인용되는 저자에 관해, 심지어 그 저자의 가장 유명한 작품에 이제와서 뭐라도... Continue Reading →
프란스 드 발의 「침팬지 폴리틱스: 권력 투쟁의 동물적 기원」
Frans De Waal(1982), Chimpanzee Politics: Power and Sex among Apes 동물원은 야생과 다르다. 앞으로도 그래야 한다. 과학적 지식은 끊임없이 진보한다. 캄캄했던 어둠은 언젠가 걷힌다. 어떤 대상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때와 많은 것을 알고 난 후 그 대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전혀 다를 수밖에 없다. 동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불과 수십 년 전만 하더라도 동물이 감정을 느끼는지, 복잡한... Continue Reading →
강수미의 「까다로운 대상: 2000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비평은 싫다고 말할 권리를 갖는가? 조금은 무책임한 제목이다. 저자는 나름대로 오랜 시간 한국 동시대 미술의 현장에서 여러 인물, 작품, 현상을 두루 살펴보고 해체한 후 이것을 ‘까다로운 대상’이라 명명했다. 최고급 사치품에서부터 시민운동에 가까운 처절한 몸부림까지─, 한계 없는 다원주의의 최첨단을 달리고 있는 동시대 미술계를 생각할 때, 이들을 하나의 개념으로 규정하려는 시도는 무용한 것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Continue Reading →
박정근의 입도조, 소니아 샤의 「인류, 이주, 생존」
Sonia Shah, The Next Great Migration "토착민과 이주자라는 정체성은 영구적인 존재 상태가 아니다." 366p "우리는 신참자를, 이주자를, 침입자를 예외로 여기는 압도적인 정주의 감각에 빠져들기 쉽다." 495p 이주에 관한 두 가지 시선 작년 가을에 출장차 찾은 제주에서 어렵사리 시간을 내어 도립미술관에 들렀다. 「이주하는 인간 – 호모 미그라티오」 展이 한창이었다. 역사적, 문화적, 생태적, 우발적 이주의 다양한 양태를... Continue Reading →
래리 샤이너의 「예술의 발명」
Larry E. Shiner, The Invention of Art 오늘의 눈으로 어제의 작품을 논하지 말라 “발전이 점진적으로 이루어진다고 해서 급진적 분열이 안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52p 우리가 미술관에서 마주하는 작품들은 입구에서부터 출구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선형적 연표를 따라 배치된다. 구석기 시대의 조악한 토기에서 출발해 급진적인 퍼포먼스 영상으로 마무리되는 그 여정은 인류가 미에 눈을 뜨기 시작한 여명기로부터 오늘날 눈알이... Continue Reading →
프랜시스 보르젤로의 「The Naked Nude」
지난 9월에 네덜란드에 다녀왔다. 짧은 기간 레이덴과 암스테르담만 찍고 왔다. 가계 사정상 최대한 소비를 억제하려 했으나, 책방에서 예기치 못한 출혈이 있었다. 다녀본 대다수 서점이 신간과 중고책을 함께 다루는 구조였다. 신간 코너의 그 어마어마한 다양성에도 물론 눈이 돌아갔지만, 중고책 중에도 숨겨진 보석이 많았다. 어디서 이런 책을 다 모아 놨을까. 심지어 안산시 공공미술 프로젝트 보고서까지 ‘한글판 원서’로...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