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이 작품에는 진실과 허구가 마구잡이로 뒤섞여 있음. 진실을 밝히려는 당신의 노력이 어떠한 허망한 결과를 초래하더라도 본 저자에게는 일체의 책임이 없음을 밝혀둠) 사회: 숙녀신사 여러분, 책과 예술을 사랑하시는 이 땅의 모든 교양인 여러분, 모두모두 반갑습니다. 바쁘신 와중에도 이렇게 대한민국 투고원고거절대상 시상식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는 영광스러운 이번 제1회 시상식의 사회를 맡은 권반려입니다. 여러분께 정식으로 인사드리겠습니다.... Continue Reading →
캐서린 헤일스의 「우리는 어떻게 포스트휴먼이 되었는가: 사이버네틱스와 문학, 정보 과학의 신체들」
N. Katherine Hayles, How We Became Posthuman: Virtual Bodies in Cybernetics, Literature and Informatics 가상성의 유토피아에 속지 말자 얼마 전 이런 유머 게시물을 봤다. 누군가 한 시간 동안 숨이 찰 정도의 고강도 운동을 수행했는데, 그동안 애플워치를 차고 있지 않았음을 뒤늦게 깨달았다. 분명 운동을 할 때는 몰입했고, 즐거웠지만, 기록되지 않았음을 알게 되자 억울해지기 시작한다. 디지털 매체에... Continue Reading →
알렉사 라이트의 「괴물성: 시각 문화에서의 인간 괴물」
Alexa Wright, Monstrosity: The Human Monster in Visual Culture “괴물성은 사회적, 정치적 문제를 나타낼 필요성에서 발생하는 사회적 개념이다.” 130p 눈에 보인다면 증거가 아니다. 인간은 언제부터 괴물을 묘사했나? 기이한 형체, 압도적인 힘, 오감으로 전해지는 불쾌함, 기묘한 혼종성, 위협적 존재감 등으로 버무려져 실존적 공포로 다가오는 존재가 괴물이라면, 인간이 괴물을 묘사하지 않은 시절은 없을 것이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만들어낸... Continue Reading →
스탕달의 「파르므의 수도원」
Marie-Henri Beyle (Stendhal), La Chartreuse de Parme 수도원에 갇힌 가능성 헌책방에서 작은 양장 소설 1, 2부가 나란히 꽂혀 있는 것을 보고 저절로 손이 갔다. 「파르므의 수도원」이라길래 비밀스러운 공간을 둘러싼 사랑과 음모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었는데, 그 수도원은 작품 내내 등장하지도 않는다. 수도원은 주인공 파브리스 델 동고가 질곡의 세월을 모두 보내고 스스로 유배되어 생을 마감하게 되는 곳이다.... Continue Reading →
은유의 「쓰기의 말들」
순천역 부근의 어느 책방에서 이 책을 발견했는데, 주르륵 훑어보자마자 저자와 나의 공통점들이 눈에 들어왔다. 일단은 나도 문장수집가다(11p). 태산 같은 통찰과 사유를 끌어낼 수 있는 단 한 문장의 힘을 알기에, 여기저기서 집착적으로 모아왔고, 이 개인적 공간에도 공개해 두었다. 이 홈페이지 유입의 일등공신이다. 방문자들이 여기서 퍼간 문장들을 어떻게 쓰고 있는지는 알 턱이 없지만, 그저 도움이 됐기를 바랄... Continue Reading →
움베르토 에코의 「제0호」
Umberto Eco, Numero Zero 그의 소설에 대한 첫 기억은 ‘좌절’이었다. 지금으로부터 10년도 전에 「장미의 이름」을 읽다가 포기했기 때문이다. 핑계를 대자면 일단 어려운 이름이 너무 많았고, 초반의 전개는 너무 느렸으며, 고색창연한 문체도 까다로웠다. 더 정확하게는 인쇄본이 아닌, e북으로 그 작품을 읽으려 했던 오만함이 문제였다. 그것도 최초의 ‘아이패드 미니’로! 그 조악한 디스플레이로 에코를 맞이하려 했으니 얼마나 오만한가!... Continue Reading →
「롤리타」로 돌아보는 나, 그리고 “우리”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롤리타」 Vladimir Nabokov(1955), Lolita “유한한 생명을 가진 인간의 양심이란 아름다움을 즐긴 대가로 치르는 세금 같은 것” 450p “나에게 소설이란 심미적 희열을, 다시 말해서 예술(호기심, 감수성, 인정미, 황홀감 등)을 기준으로 삼는 특별한 심리상태에 어떤 식으로든 연결되는 느낌을 주는 경우에만 존재 의미가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500p) 1. 들어가며 어떤 텍스트에서 두고두고 회자되는 대명사가 생성되었다면, 그 텍스트는... Continue Reading →
김영희의 「한국 구전서사의 부친살해」
이야기란 단순한 심심풀이 땅콩이 아니다. 모든 이야기에는 화자의 의도, 나아가 그 화자가 몸을 담고 있는 어떤 시공간의 각인이 아로새겨져 있다. 오랫동안 입에서 입으로 전해온 구전서사도 마찬가지다. 바르트의 표현에 따르면 일종의 메타 언어활동, 혹은 신화라고 부를 수 있는 그런 이야기는 그 시대의 권력이 무엇을 중요시했는지, 어떠한 삶의 양태들을 강요했는지, 그리고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란 어디인지를 보여주는 거울이다.... Continue Reading →
오자키 테츠야의 「현대미술이란 무엇인가」
이런 비슷한 제목의 책이 전에도 있었다. 테리 스미스(Terry Smith)의 「컨템포러리 아트란 무엇인가」. 꽤 많이 팔린 책이기도 하다. 표지 디자인도 은근히 비슷하다. 노린 것 같다. 제목도 사실상 같다. ‘현대미술’이나 ‘컨템포러리 아트’나 일반적인 용례상 같은 시기와 대상을 가리킨다. 다른 점이 있다면, 테리 스미스는 좀 더 이론적으로 고찰하는 편이고, 오자키 테츠야는 현장 중심의 접근에 가깝다. 그런데 현장 중심의... Continue Reading →
캐서린 스푸너의 「다크컬처」
Catherine Spooner, Contemporary Gothic 오늘날의 유령은 어디에? 헌책방의 진정한 의미는 책값의 절약 같은 단편적인 효과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보다는 의외성의 미학이라고 보는 편이 옳다. 쿰쿰한 서고가 천장까지 닿아 있고, 누리끼리한 책들은 책장에서 미어져 나와 복도까지 장악한다. 사람의 공간에 책을 둔 것이 아니라 책의 공간에 사람이 제멋대로 침입해 굽이굽이 유랑하는 맛이다. 책들은 못내 겨우 사람 하나 비집고...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