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시놉시스를 접했을 때는 그 유명한 <미션(The Mission, 1986)>과의 상관관계를 고찰해야 할 것 같았지만, 실제로 보고 나니 '칸의 여왕'을 탄생시킨 <밀양(2007)>이 더 많이 생각난다. 가장 중요한 순간, 하나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었던 그 순간에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다는 공통점 때문이다. <밀양>에서 하나님의 목소리는 들리지 않는다기 보다는 오히려 묵살하고, 배신한다. 기대했던 방향과 철저하게 다른 방향으로 주인공의... Continue Reading →
페기 구겐하임: 아트 애딕트(Peggy Guggenheim: Art Addict, 2015)
전설로 남은 미술 수집가, 후원자이자 갤러리 오너였던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예술에 대한 탁월한 열정과 안목, 그리고 약간의 재정적 배경이 뒷받침 될 때, 한 사람의 예술 수집가(후원자)가 어떻게 미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은 페기 구겐하임과 그녀의 마지막 전기 작가 간의 대화이다. 여기서 나래이션으로 사용되는 작가와 페기 간의 인터뷰... Continue Reading →
뮤지엄 아워스(Museum Hours, 2012)
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하나는 내 인생 영화인 비포 선라이즈이고, 다른 하나는 뮤지엄 아워스이다. 두 영화가 바라보는 빈은 같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빈은 이상화된 공간이다. 그곳은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빈이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고풍스러운 멋과 약간은 빛 바랜듯한 청춘의 아련함, 그리고 풋풋한 에로티시즘까지 곁들여진 판타지적... Continue Reading →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 – Visions of Reality, 2013)
우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 마크 스트랜드, 「빈방의 빛」 중에서 인용하여 멋대로 수정함 그런 의미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이 인물과 풍경이 어떤 드라마 속에 있는지를 계속 묻게 만든다.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 위대했던, 미국 주도의... Continue Reading →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심각할 정도로 정직하게 독음한 한국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전형적인 국내파인 나 로 하여금 당연히 영국의 맨체스터를 연상케했다. 당연히 영국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영화 시작과 동시에 기대했던 영국 발음이 들리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고, 10분여가 지나고 나서야 미국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부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상하게 남자주인공이... Continue Reading →
영화 속 세잔, 그리고 에곤 쉴레
2016년 12월은 위대한 화가를 다룬 영화 두 편이 개봉했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두 화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재구성했던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과 '빈1900' 시대의 표현주의적 예술혁명의 결정체인 에곤 쉴레이다. 화가를 다룬 영화는 더러 있었다. 진주귀걸이 소녀, 데니쉬걸, 클림트 등 화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고정팬은 확보하고 있다. 미술애호가, 미술전공자,... Continue Reading →
라라랜드(La La Land)
2004년에 개봉했던 영화판 '오페라의 유령'을 본 이후로 뮤지컬영화의 매력에 흠뻑 빠져버렸다. 시대를 막론하고 닥치는대로 찾아보고 뮤지컬영화 전문 블로그도 운영했을 정도로... 사실 뮤지컬영화를 사랑하지 않을 수는 없다. 뮤지컬도 좋고 영화도 좋은데 뮤지컬영화라니! 90년대 이전 출생자라면 누구나 코흘리개 시절에 TV에서 가끔 틀어주던 50~60년대 고전영화를 보며 '와... 미국 사람들은 원래 저렇게 노래로 말하나?' 이런 의문을 가져보지 않았을까? 물랑루즈... Continue Reading →
오아시스, 슈퍼소닉
난 영국 락음악을 좋아한다. 비틀즈를 필두로, U2, 퀸, 콜드플레이, 스크립트, 킨 등등.. 영국 및 아일랜드의 락 밴드들은 뭔가 설명할 수 없지만 분명히 미국과는 다른 감성이 있다. 마치 그것이 깊이인양 착각하게 하는... 마냥 명랑해야 할 것 같은 팝에서도 그런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파이브, 웨스트라이프, 보이존 등 보이밴드지만 어딘가 모르게 아티스틱 했다. 하지만 브릿락의 대표주자들이라 할... Continue Reading →
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
지난 2014년에 현지에서 공연했던 '미스사이공 25주년 특별 공연'이 개봉했다. 소위 '4대 뮤지컬'이라고 포장되는 작품 중 막내 격인 미스사이공도 초연한지 25년이나 지났다. (사실 카메론 매킨토시 경이 제작한 80년대 태생의 작품들을 4대 뮤지컬로 묶어 버리면, 그 시기 전후의 주옥같은 작품들에게 너무나도 미안해진다. 따라서 차라리 '매킨토시의 4대 뮤지컬'이라고 하는 것이 타당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킨토시 4대 뮤지컬을 능가하는 작품이...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