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혁신도시의 작은 실개천에서 쇠오리 가족을 만났다. 며칠전부터 여기서 목격되는 것을 보면 아예 이곳에서 올 겨울을 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경계병 하나를 세워 두고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겨우내 부지런히 살을 찌워야 봄이 오면 새로운 여정에 오를 수 있다.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먹을 것을 찾거나, 짚 더미를 헤집으며 작은 곤충 따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먹이가 나오는... Continue Reading →
뜨거운 볕 아래
6월이 온 것을 못 믿을까봐서 그런지 볕이 뜨겁다 못해 따갑다. 볕을 피해 그늘로 몸을 숨긴 청년기의 고양이다. 호기심과 경계심이 뒤섞인 표정이 재밌다. 전에도 만났었던 이 녀석의 이름을 찾기 위해 "몸은 초록색이고 머리에 붉은 점이 있는 새" 따위를 검색창에 넣어 보았다. 어떤 블로거가 친절하게도 청딱따구리라고 알려줬다. 붉은 점은 숫컷에게만 있다. 비둘기, 까치, 참새에는 못미치겠지만, 서울에 꽤... Continue Reading →
서울에 산다
요며칠 산책을 하며 눈에 띈 녀석들을 담아봤다. 우리는 세계적으로도 손꼽히는 인간 친화적인 도시에 고밀도로 모여 살면서 녀석들의 존재를 잊거나, 애써 모른척하며 살아간다. 비둘기야 흔하다 못해 혐오스러운 조류로 자리매김한지 오래지만, 산에서 만나는 녀석들은 조금 다르다. 인간이 버린(혹은, 토한) 것들에 연연하지 않는 도도함이 느껴진다고 할까. 내 시선에 대항하듯, 매서운 눈빛을 보내고 있는 이 녀석은 번식기를 맞아 몸을... Continue Reading →
초겨울 전주에서
2년 만에 전주에 간다. 제한된 시간 동안 전주에 머무른다면, 진부하겠지만 결국 또 한옥마을일 수 밖에 없겠지. 예전에도 느꼈는데, 한옥마을은 의외로 길고양이가 많은 곳이다. 어떤 장소를 찾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그들에게 기생해서 살아가는 고양이도 자연스레 많아지나보다. 만약 인류가 어떤 질병에 의해 갑작스럽게 멸종한다면 도시의 고양이들도 멸종할까? 아마 그건 아닐게다. 분명 몇몇은 생존경쟁에서 불가피하게 탈락하겠지만, 결국 녀석들은 어떻게든... Continue Reading →
제주의 초가을 정경
때늦은 휴가를 내고 제주도로 날아갔다. 이번 여행의 주제는 #야생동물 #풍경 #자연 이었으나,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해야 할 것 같다. 야생동물을 보기에는 탐험심과 사전준비가 미흡했고, 풍경을 담기에는 안목이 부족했고, 자연에 오래 거하기에는 체력이 부족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순간의 인상들을 담기 위해 노력하며 여유로운 마음으로 한껏 거닐었기에 후회 없는 여행이었다. 제주도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새는 직박구리였다. 산 속에서... Continue Reading →
자연의 색감
어떤 최고급 안료를 사용하더라도 자연의 풍요로운 색감을 그대로 모사할 수는 없다. 1709 베어트리파크에서
가을 하늘
가을 하늘이 청명하다는 것은 구태의연한 수식어 인 줄 알았는데, 청명함과는 거리가 먼 하늘에 점차 익숙해지다보니 그 수식어가 얼마나 소중한 진리였는지를 새삼 깨닫게 된다. 가을 하늘이 정말 아름답다. 높고 구름 없는 새파란 하늘도 아름답지만, 구름이 소복하게 덮여서 석양이 비치는 풍경도 아름답다. 아름다움은 멀리 여행을 가야만 찾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일상 속에서 섬세한 눈으로 찾아보면 바로... Continue Reading →
보이지 않는 공존
인적이 드문 고요했던 캠퍼스에서 참새들이 자기 세상을 만난 듯 후두두둑 거리며 떼지어 다니고 있었다. 크고 단단한 가지도 지천인데, 참새들은 아직 파릇한 기운이 감도는 여린 가지에 옹망졸망 모여들었다. 위태롭게 출렁이는 중력과 탄성을 유희로 삼은 것일까? 작은 일에도 호들갑을 떠는 사춘기 소녀같은 여린 조류와, 마찬가지로 여린 가지의 조화가 귀엽게 느껴졌다. 호수 한 켠에 물이 흐르지 않아 마치... Continue Reading →
엇갈린 시선
벌을 보면 인간이 얼마나 현격한 생산수단의 혁신을 이룬 존재인지 새삼 깨닫는다. 벌은 깨어있는 모든 순간 동안 일한다. 먹기 위해, 살기 위해. 전부라고는 할 수 없지만, 다수의 인간은 기술혁신에 힘입어 삶의 전부를 생산에 매몰시키지 않아도 된다. 우리는 유희적, 쾌락적, 영적 행위에 귀중한 열량과 시간을 소모하고도 그럭저럭 먹고 산다. 지난 주 KBS 인간극장에서 양봉인들이 나왔다. 철원군 DMZ... Continue Reading →
놀라운 균형 감각 이 녀석의 배합은 흡사 F1레이싱카를 보는 듯 하다. 초점이 살짝 어긋나서 아쉽다. 반면 초점이 어긋난 구름은 아득한 느낌을 준다. 뽀송뽀송 역삼동 일대를 찍어보았다. 서울 한복판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외국 도시 같은 느낌을 준다. 단지 고대비의 흑백사진이어서 그런 것은 아닌 것 같다. 아마도 휘황찬란한 간판이 보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하늘이 텅 빈 것이...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