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장의 사진이 천 마디 말을 대신하는 게 아니라, 한 장의 사진이 증거로서 기능하려면 천 마디 말의 뒷받침이 필요한 것이다."293p 우리나라에서 기계비평의 시작을 알린 저작이다. 저자는 기계를 향한 남다른 애정으로 서울대학교 자연과학대학에 입학했지만, 이내 테크놀로지를 저버리고 대학원 미학과로 전향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한때 하이데거에게 빠져서 그간 애지중지했던 기계 모형(프라모델) 컬렉션을 박살 내버리기도 했지만, 이내 사진비평을... Continue Reading →
美하원 국제기구소위원회의 「프레이저 보고서: 악당들의 시대」
Investigation of Korean-American relations: report of the Subcommittee on International Organizations of the Committee on International Relations, U.S. House of Representatives 美하원 국제관계위원회 국제기구소위원회가 1978년 10월 31일에 국제관계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다. 소위원회 위원장인 도널드 M. 프레이저(Donald MacKay Fraser)의 이름을 따서 ‘프레이저 보고서’라고 일컫는다. 미국은 법안이나 보고서를 제출한 특정인의 이름을 따서 명칭 붙이기를 유난히 좋아한다. 저자성에 대한... Continue Reading →
홍세연의 「명화로 읽는 미술 재료 이야기: 템페라에서 아크릴까지」
미술재료사와 즉물성 재료로 읽는 미술사다. 미술사 전반을 아우르지는 않는다. 부제가 암시하듯 회화사에 집중한다. 미술이 물질의 한계를 벗어난 시점부터는 간단히 암시만 하고 마무리한다. 최근에 이소영의 책이 비슷한 주제를 다뤘던 적이 있는데, 이 책의 저자 홍세연은 미술재료학을 전공했던 사람이라 그보다는 더 깊게 들어간다. 구체적인 안료와 색깔 하나하나까지 세분하여 설명해 준다. 미술 전공자는 학교에서 이미 배웠을 내용이고, 비전공자라면... Continue Reading →
최열의 「옛 그림으로 본 서울: 서울을 그린 거의 모든 그림」
나에게 서울은, 나에게 서울은 어떤 의미였는지 생각한다. 강원도 태백에서 산 타고 놀다가 초등학교 3학년 2학기가 끝나갈 무렵 의정부로 이사 왔다. 경기 북부에서도 낙후된 동네였는데, 지붕이 맞닿을 듯 오밀조밀한 다세대 주택 천지였고, 동네에 단 한 동뿐이던 아파트는 이제 막 삽을 뜬 참이었다. 나는 그전까지 집과 사람이 그렇게 빼곡하게 밀집된 동네에는 발 디딘 적조차 없이 살았다. 전신주마다... Continue Reading →
마틴 베일리의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고독한 안식처, 생폴드모졸에서의 1년」
Martin Bailey, Starry Night: Van Gogh at the Asylum 제목만 보면 발에 채는 ‘반 고흐로 눈물 짜내기’, ‘반 고흐 신화 부추기기’, ‘반 고흐 앞세워 미술 입문자 지갑 털기’ 중 하나로 느껴진다. 출판사 아트북스는 이런 일에 워낙 전문가인지라 심증이 더 커진다. 하지만 실제로는 나름 진지하게 고흐(Vincent van Gogh)의 행적을 조사한 연구서가 맞다. 문제는 이와 같은 ‘반... Continue Reading →
루이 알튀세르의 「미래는 오래 지속된다」
Louis Pierre Althusser, L'avenir dure longtemps, suivi de Les Faits “가장 위대한 철학자들은 아버지 없이 태어났으며 이론적으로 고립되어 있는 고독 속에서, 그리고 자신들이 이 세상과 마주해 맞게 된 고독한 위험 속에서 살았다.”229p 다시 한번 이름에 관한 생각이 나를 사로잡는다. 이게 다 이름을 짓지 않고 ‘고르는’ 양놈들 때문이다. 푸코(Michel Foucault)는 아버지의 이름을 거부하고 자신의 이름을 선택했다.... Continue Reading →
쇠오리 가족
충북혁신도시의 작은 실개천에서 쇠오리 가족을 만났다. 며칠전부터 여기서 목격되는 것을 보면 아예 이곳에서 올 겨울을 나기로 작정한 모양이다. 경계병 하나를 세워 두고 먹이 찾기에 여념이 없다. 겨우내 부지런히 살을 찌워야 봄이 오면 새로운 여정에 오를 수 있다. 물 속에 머리를 박고 먹을 것을 찾거나, 짚 더미를 헤집으며 작은 곤충 따위를 게걸스럽게 먹어 치운다. 먹이가 나오는... Continue Reading →
고동연, 신현진, 안진국의 「비평의 조건: 비평이 권력이기를 포기한 자리에서」
비평만으로도 먹고살 수 있도록 ‘예술의 위기’가 심심치 않게 거론되지만, ‘비평의 위기’에 비하면 허상에 가깝다. 이브 미쇼(Yves Michaud)에 따르면, “소위 말하는 현대 예술의 위기는 예술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고, 그의 기능에 대해 생각하는 바의 위기이다.” 이 말은 우리에게 두 가지 함의를 전하는데, 첫째는 예술의 위기가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고, 둘째는 우리가 예술의 위기라고 인식하는 것이 어쩌면... Continue Reading →
데즈먼드 모리스의 「포즈의 예술사: 작품 속에 담긴 몸짓 언어」
Desmond John Morris, Postures: Body Language in Art 거짓말은 쉬운 편이다. 하지만 몸짓을 가장하기란 여간 어렵지가 않다. 우리는 그 사실을 잘 알고 있으므로 악의적으로 거짓말을 하거나 단순히 본심을 숨기고자 할 때 몸짓이나 표정을 통제하기 위해 애쓴다. 그럴수록 몸은 오히려 부자연스럽게 뻣뻣해지거나 아예 간과했던 부위에서 본심을 드러내곤 한다. 동물학자이자 초현실주의 화가인 데즈먼드 모리스(Desmond Morris)는 선사 시대부터... Continue Reading →
스티븐 킹의 창작론, 「유혹하는 글쓰기」
Stephen Edwin King, On Writing (‘글쓰기에 관하여’라는 쌈빡한 원어 제목은 저자의 명성과 맞물려 강한 인상을 남기는데, 한국어판 제목은 엉뚱하게도 글쓰기로 잔재주 부리고 싶은 사람들에게 소구하고 있다. 저자가 “글쓰기는 유혹”이라고 선언하기는 한다(163p). 하지만 이는 좋은 글이 지니는 속성에 대한 묘사일 뿐이다. 글쓰기로 유혹하고 싶은 사람은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 성공한 사람이 부러운 이유는 무언가로 성공하고 나서 성공한...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