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noit Peeters, Derrida: A Biography 철학한다는 것, 그것은 죽는 법을 배우는 것입니다.1038p 나는 미셸 푸코(Michel Foucault)의 평전을 읽고 남긴 글에서 ‘아버지의 이름을 거부한 아들’이라는 주제를 논의의 출발점으로 삼았다. 여기서 아들은 푸코 자신이다. 푸코의 오이디푸스적 개명은 혈연과 성장배경, 구시대의 전통을 떠나 자신만의 이름으로, 자신만의 이야기를 세상에 전하겠다던 당당한 지식인의 모습과 겹친다. 흥미롭게도, 같은 시대를 거쳐 간... Continue Reading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조언: 시간이 별로 없으면 전시 속 전시만 보세요. 두 개의 팔과 다리와 눈과 콧구멍과 젖꼭지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이항(二項)에 너무도 익숙한 탓에 그 밖의 가능성을 충분히 사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젖꼭지와 달리 인간이 구축한 문화적 구조에는 경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경계는 누군가에게 삶의 무대가 된다. 경계나 변두리에 내몰린 삶의 무대를 복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쟁이 20세기 전반에... Continue Reading →
그레이슨 페리의 「미술관에 가면 머리가 하얘지는 사람들을 위한 동시대 미술 안내서」
Grayson Perry, Playing to the Gallery: Helping Contemporary Art in Its Struggle to Be Understood 대중이 ‘예술가’라는 존재를 상기하는 이미지는 우수에 찬 낭만주의적 천재와 구제불능의 괴짜 사이를 오간다. 저자는 후자에 가깝지만, 예술계의 견지에서 절대 비주류는 아니다. 오히려 터너상 수상자라는 가장 명예로운 위치에 앉아 있다. 아리송한 동시대 예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를 높일 목적으로 기획된 이 소책자는... Continue Reading →
이우환과 그 친구들 II – 빌 비올라, 조우 展 (부산시립미술관)
Bill Viola, ENCOUNTER 처음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에서 영상 보기를 워낙 싫어하는 탓에, 동반자에게는 찢어져서 서로 다른 전시를 보고 만나면 안 되냐고 몽니를 부렸으나, 이내 잠자코 따라갔다. 전시는 초기작과 근작으로 나뉘어 ‘이우환 공간’과 본관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우리는 최근작이 중심인 본관에서 출발하였다. <아니마_Anima(2000)>, <인사_The Greeting(1995)>, <관찰_Observance(2002)> 등 세 작품으로 구성된 공간이 출발점이었는데, 우리가 앞으로 이 전시에서 마주하게... Continue Reading →
마거릿 애트우드의 「증언들(The Testaments)」
Margaret Atwood, The Testaments: The Sequel to the Handmaid’s Tale 좋은 문학 작품은 하나의 결론을 내리기보다는 백 개의 질문을 남긴다. 이 기준에 입각하면 「시녀 이야기」는 더없이 탁월한 작품이었다. 「시녀 이야기」는 인류가 궁지에 몰린 순간에 어떻게 악마적 본능이 분출될 수 있는지, 극단주의적인 종교적 맹신이 교활한 권력과 결탁할 때 어떠한 비극이 벌어지는지, 그리고 그 비극 속에서 원래... Continue Reading →
앤 드루얀의 「코스모스: 가능한 세계들」
Ann Druyan, COSMOS: Possible Worlds "최종 목적지, 즉 절대적 진리를 가정하지 않는 태도야말로 과학이 성스러운 탐색에 걸맞은 방법론이 되어주는 이유다."32p 고전의 반열에 오른 「코스모스」의 후속작으로, 칼 세이건(Carl Edward Sagan)의 배우자인 앤 드루얀(Ann Druyan)이 집필했다. 이번 작품도 전작과 마찬가지로 다큐멘터리와 연계하여 제작되었는데, 그 다큐멘터리의 제작과정에는 두 저자의 아들인 새뮤엘 세이건(Samuel Sagan)이 보조 제작자로 참여했다. 칼은 세상을... Continue Reading →
[에세이] 전시장의 토르소: 비평적 전시문화를 위하여
"시간이 흐르고 초기의 매력이 점점 약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아예 새로 태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작품 그 자체만 남아 폐허의 형태로 서 있게 되는 때다."1) "진짜 귀중품들은 아주 꼼꼼한 탐사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과거의 연관관계로부터 벗어난 상들이 일종의 귀중한 물건들로─수집가의 갤러리에 있는 파편 혹은 토르소─ 나타나는 곳은 현재 우리의 성찰이... Continue Reading →
폴 오닐의 「동시대 큐레이팅의 역사: 큐레이팅의 문화, 문화의 큐레이팅」
Paul O’Neil, The Culture of Curating and the Curating of Culture(s) "우리가 살펴봐야 할 것의 한도를 다시 주목하고 확대하는 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것이다. 우리는 누가 보는지, 그들이 어떻게 하는지, 새로운 종류의 상대주의적/수사적 메타 서사 생산을 통해 무엇이 정당화되는지 의문을 가져야 한다." 65p 미술관사, 전시사 분야는 일부 대학 교재를 제외하고는 번역 출판이 그리 활발하지 않은 편인데,... Continue Reading →
우베 레비츠키의 「모두를 위한 예술?」
: 공공미술, 참여와 개입, 그리고 새로운 도시성 사이에서 흔들리다 Uwe Lewizky, Kunst für Alle? "모두를 위한 문화란 모토는 오늘날 대체로 오직 자격 있는 부분공중만이 심미적이고 문화적인 부가가치를 지닌 삶을 누리기 위해 특출나고 배타적인 여가를 형성할 수 있다는 것을 역설적으로 의미한다."221p 작년 여름, 옥수역 고가 인근에서 공공예술가 젤리장이 진행하는 <고가 아래 모든 목소리(19.6.15.)>라는 워크숍에 참여했던 적이... Continue Reading →
휘트니미술관의 「20세기 미국 미술: 현대 예술과 문화 1950~2000」
Lisa Phillips et al.(Whitney Museum of American Art), The American Century: Art and Culture, 1950-2000 휘트니미술관 테라스에서 거센 바람을 맞으며 인증샷을 찍고, 1층 레스토랑 "Untitled" 에서 만족스러운 식사를 마치고, 호퍼(Edward Hopper) 기념품을 잔뜩 샀던 것이 불과 10개월 전인데, 마치 10년은 지난 것 같다. 짧은 시간 동안 (우리 모두에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이...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