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에로니무스 보쉬의 기이한 세계(The Curious World of Hieronymus Bosch, 2016)

탈정형의 욕망이 발작 수준에 이르는 신인상주의 이후를 논외로 하면, 히에로니무스 보쉬는 서양미술사에서 가장 파격적, 진보적, 급진적, 내면적 양식을 선보였던 화가이다. 단순한 자연의 모사에서 벗어나 내면의 가장 깊은 곳에서 길어올린 욕망과 상상력의 창조물들은 거의 비견할 대상이 없을 정도이다. 엘 그레코의 뒤틀린 메너리즘적 판타지가 겨우 보쉬의 턱 밑에 다다를 수 있는 정도일까. 물론 보쉬가 보여준 세계가 까마득한... Continue Reading →

신여성 도착하다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사회적 취약 계층의 삶은 그 민족이 시련을 겪을 때 더더욱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조선의 왜곡된 유교적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던 우리네 여성의 삶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대변되는 혹독한 근현대사의 비극을 겪으며 더더욱 참담한 낭떠러지로 내몰려야 했다. 자기 육신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강인한 여성들은 부당한 가부장제에 순응하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억척 같이 살림을 꾸려 나가며... Continue Reading →

코코(Coco, 2017)

공교롭게도 사후세계를 다루고 있는 두 작품이 동시에 극장에 내걸려 서로 수위를 다투고 있다. 디즈니 픽사의 <코코>와 웹툰이 원작인 <신과 함께: 죄와 벌, 2017>가 동시에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현 상황은 그저 우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 보면, 사후세계에 대한 대중의 보편적이면서도 지대한 관심이 빚어낸 순간일수도 있다. 죽음, 그 이후에 대해서 알고 싶은 욕구는... Continue Reading →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알렉산더 지라드의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는 검색을 해도 도통 나오지 않는다. 추측컨데, 유년 시절에 유럽으로 이주하였고, 영국왕립건축학교를 졸업하였고, 뉴욕에서 개인 디자인 사무실을 차린 때가 고작 25살인 것을 보면, 아마도 금수저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시는 금수저 디자이너가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하면 어떤 성과들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는 전자제품, 가구, 텍스타일은 물론, 예쁘다는 것 외에는 쓰잘데기... Continue Reading →

2018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Vienna Philharmonic Orchestra New Year’s Concert 2018, 2018)

메가박스에서 '클래식 소사이어티' 라는 기품 있는 이름으로 진행하는 클래식 생중계 콘텐츠 중 하나이다. 새해 첫 날 아침에 펼쳐지는 빈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 신년 음악회를 상영하는 것이다. 신년을 고급 예술로 고급스럽게 시작하면, 그에 걸맞는 고급스러운 한 해가 펼쳐질 수 있을 것만 같다는 기대가 자극되어 극장을 찾았다. 공연은 총 2부로 나뉘는데, 1부는 빈을 상징하는 왈츠와 폴카가 서로 교대로... Continue Reading →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국립중앙박물관)

눈과 귀에 너무나도 선명히 남아 있는 '에르미타주'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예르미타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품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현지 발음을 최대한 준용하는 것이 최근의 한글 표기 경향인 것은 알지만, 예르미타시가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익숙해져야겠지. 이번 전시는 상당히 영리하게 테마를 잡고 있다. 18~20세기... Continue Reading →

위대한 쇼맨(The Greatest Showman, 2017)

영화판 「레미제라블(2012)」의 대성공 이후로 크리스마스 시즌에 뮤지컬영화나 음악영화가 개봉하는 것이 정석처럼 굳어지고 있다. 뮤지컬영화 마니아로서는 그 어느 시즌에나 흔히 볼 수 있는 장르가 아닌 것처럼 되어 버린 현실이 아쉽기만 하다. 1년에 한 편 씩이라도 찾아와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하나. 작년 겨울에 「라라랜드(2016)」에 크게 실망을 한 후로 이번 작품에 거는 기대가 컸다. 다른 것은 몰라도 음악에서... Continue Reading →

고야: 살과 피의 환상(Goya: Visions of Flesh and Blood, 2015)

'Exhibition on Screen(국내명: 스크린 뮤지엄)' 다큐멘터리 시리즈 중 메가박스에서 정식 수입/상영하는 것으로는 세 번째 작품이다. 이제 히에로니무스 보쉬와 미켈란젤로만 남았다. 부제의 작명법은 거장에 대한 섬뜩한 진실을 야심차게 드러낼 것처럼 기대감을 갖게 하지만 실상을 들여다 보면 거의 사기에 가깝다. 다큐멘터리가 주제로서 담아내고 있는 전시 자체는 내셔널갤러리에서 2015년 10월 7일 부터 2016년 1월 10일까지 진행된 '고야: 초상화들(Goya:... Continue Reading →

베르메르와 음악(Vermeer and Music: The Art of Love and Leisure, 2013)

메가박스에서 '스크린 뮤지엄'이라는 제목으로 수입하고 있는 'Exhibition on Screen' 시리즈 중 하나로, 2013년 6월 26일부터 9월 8일까지 영국 내셔널갤러리에서 열렸던 특별전을 촬영한 다큐멘터리이다. 본 편은 메가박스에서 공개하는 다섯 편에서 제외되어 있다. 다른 'Exhibition on Screen' 시리즈와 달리, 진행자가 전면에 나서서 인터뷰와 작품 소개를 이끌고 가는 형식이 독특하다. 영국 태생의 미술사학자이자 방송인인 Tim Marlow가 진행자를 맡아... Continue Reading →

마거릿 애트우드의 「시녀 이야기(출1985, 역2002)」

대학교때 까지는 소설을 많이 읽었다. 주로 집어 들던 소설들은 전쟁, 민주화 운동 등 급박한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목숨이 경각에 달린 인물들의 고뇌에 관한 것들이었다. 그런 책을 읽으면서 '나라면 이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라는 식으로 성찰을 하다가 이내 '그래도 지금은 평화로운 시대여서 참 다행이야'라는 막연하고 비겁한 결론으로 귀착하곤 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지적인 읽기에 비하여 감성적 읽기를...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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