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기 구겐하임: 아트 애딕트(Peggy Guggenheim: Art Addict, 2015)

전설로 남은 미술 수집가, 후원자이자 갤러리 오너였던 페기 구겐하임의 삶을 다룬 다큐멘터리다. 예술에 대한 탁월한 열정과 안목, 그리고 약간의 재정적 배경이 뒷받침 될 때, 한 사람의 예술 수집가(후원자)가 어떻게 미술사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작품을 이끌어 가는 것은 페기 구겐하임과 그녀의 마지막 전기 작가 간의 대화이다. 여기서 나래이션으로 사용되는 작가와 페기 간의 인터뷰... Continue Reading →

뮤지엄 아워스(Museum Hours, 2012)

빈의 아름다움을 담아낸 두 편의 영화가 있다. 하나는 내 인생 영화인 비포 선라이즈이고, 다른 하나는 뮤지엄 아워스이다. 두 영화가 바라보는 빈은 같은 도시임에도 불구하고 큰 차이가 있다. 비포 선라이즈에서의 빈은 이상화된 공간이다. 그곳은 세계적인 관광지이자 유럽을 대표하는 도시 중 하나인 빈이며, 합스부르크 왕가의 고풍스러운 멋과 약간은 빛 바랜듯한 청춘의 아련함, 그리고 풋풋한 에로티시즘까지 곁들여진 판타지적... Continue Reading →

셜리에 관한 모든 것(Shirley – Visions of Reality, 2013)

우리는 지극히 비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앞으로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궁금해하고, 지극히 현실적인 이미지를 보면서 그 전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를 궁금해 한다. - 마크 스트랜드, 「빈방의 빛」 중에서 인용하여 멋대로 수정함 그런 의미에서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들은 이 인물과 풍경이 어떤 드라마 속에 있는지를 계속 묻게 만든다. 에드워드 호퍼의 세계는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기 때문이다. 그 위대했던, 미국 주도의... Continue Reading →

‘미술사 방법론’ 입문서들에 대한 소론

'미술을 알고 싶은 욕망'은 '미술에 대해 아는 척 하고 싶은 욕망'과 맞닿아 있다. 곰브리치 선생님은 이처럼 파편적인 지식들로 미술에 대하여 아는 척하면서 정작 아름다움의 정수로 들어가지 못하는 태도에 대하여 경계한 바 있지만, 만약 이 세상에 나만 항체를 가지고 있는 치명적인 전염병이 돌아서 모든 사람이 죽고 나만 살아 남아 있다면 나는 미술에 대해서 관심을 갖지 않을... Continue Reading →

맨체스터 바이 더 씨(Manchester by the Sea, 2016)

심각할 정도로 정직하게 독음한 한국 제목 '맨체스터 바이 더 씨'는 전형적인 국내파인 나 로 하여금 당연히 영국의 맨체스터를 연상케했다. 당연히 영국영화인 줄 알았다. 그래서 영화 시작과 동시에 기대했던 영국 발음이 들리지 않는 것에 상당한 의아함을 가지게 되었고, 10분여가 지나고 나서야 미국영화일 수도 있겠다는 심증이 굳어졌다. 영화에 대한 사전 정보 부족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상하게 남자주인공이... Continue Reading →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展 (한가람미술관)

겨울방학의 한복판에서, 한가람 미술관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연휴가 끝난 첫번째 평일을 맞아 엄마 손 잡고 미술관에 나들이 온 아이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 많은 아이들을 흡수한 전시는 1층의 오르세미술관 전이었다. 알폰스 무하 전이 열리고 있는 2층은 너다섯명 남짓 되는 청년들만 서성거리고 있었고, 3층 타마라 렘피카... Continue Reading →

르누아르의 여인 展 (서울시립미술관)

이번 르누아르의 여인 전은 한가람미술관의 오르세미술관 전과 마찬가지로 '2016 한-불 수교 130 주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르누아르의 핵심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고찰이 이루어졌다. 전시된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말해서 높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네임 벨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예술에는 서열을 매길 수 없지만, 대중의 기대치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대표작'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도 엄연히... Continue Reading →

메탈리카 콘서트(Metallica WorldWired Tour 2017) with 베비메탈

2017년 첫번째 콘서트였던 메탈리카 내한 공연은 나의 문화예술 역사상 가장 힘들었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이다. 일단 메탈리카라는, 메탈 장르와 동의어와도 같은 존재인 이 전설적인 밴드가 나의 취향에서 벗어나 있다. 아무리 '때려 부수는' 음악이라도 그 안에서 명확한 기승전결의 구조와 멜랑꼴리한 감성을 기대하는 나에게 있어서 메탈리카의 음악은 너무 강하다. 어쩌면 '메탈'이라는 키워드를 포함하고 있는 밴드 중에 나의 취향에... Continue Reading →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 전국투어 콘서트(서울)

조용필 콘서트를 관람했다. 이것은 하나의 의무처럼 느껴졌다. 내 차 보조석에 탑승했던 사람들이 나에게 종종 묻는 말이 있다. "이 차에는 한국 노래는 없나 봐요?" "딱 두 팀 있어요. 조용필하고 어반자카파." 내 대답은 항상 이랬다. 그냥 하는 말이 아니라 사실이다. 조용필의 음악에서는 알 수 없는 힘이 느껴진다. 음악적 완성도, 테크닉의 원숙함, 보컬의 기교와 짜임새 등을 떠나서 감정을... Continue Reading →

영화 속 세잔, 그리고 에곤 쉴레

2016년 12월은 위대한 화가를 다룬 영화 두 편이 개봉했던 시기로 기억될 것 같다. 두 화가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을 재구성했던 '현대미술의 아버지' 세잔과 '빈1900' 시대의 표현주의적 예술혁명의 결정체인 에곤 쉴레이다. 화가를 다룬 영화는 더러 있었다. 진주귀걸이 소녀, 데니쉬걸, 클림트 등 화가의 삶을 이야기하는 영화는 높은 흥행 성적을 거두지는 못할지언정, 어느 정도 고정팬은 확보하고 있다. 미술애호가, 미술전공자,...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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