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정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꾼을 기다리며 그를 눈여겨 본 계기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오픈스튜디오였다. “대다수 동료 작가가 자기 꿈, 환상, 망상, 욕망, SNS와 씨름할 때 경제엽 작가는 홀로 이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무슨 대단한 투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휙휙 돌아가는 세상을 진득하게 바라보며 진솔하게 다뤘고, 보통 사람의 삶을 그렸다. 부조리하게 꿈틀거리는 구도, 음울한 색감, 사연을... Continue Reading →
론 뮤익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Ron Mueck, 2025.4.11.-7.13. MMCA Seoul &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한끝차이와 천지차이 론 뮤익 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주말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은 인파는 그야말로 미술사적이었다. 안국역에서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구간은 천금 같은 우회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차들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어코 교통경찰이 출동했고, 미술관 앞 2차선 길에는 라바콘도 세워졌다. 37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를 뚫고 손에... Continue Reading →
피에르 위그: 리미널 展 (리움미술관 블랙박스, 그라운드갤러리)
Pierre Huyghe: Liminal, Organized by LEEUM, In partnership with Bottega Veneta 혼종의 문턱에서, 감각 기관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말단의 인터페이스로서, 신체와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핵심 경로다. 인간은 고도의 지성을 통해 탁월한 추론과 의사결정 능력을 발휘하여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지성을 가능케 한 것은 감각 기관을 통한 부단한 학습이다. 감각... Continue Reading →
최경아 개인전,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 (오분의일, 광명)
: 2024 오분의일공모선정작가 투명한 사람들의 투명한 이야기들 KTX 광명역을 나서면 맞은편에 AK플라자가 보이고, 그 주변에 어반브릭스라는 상가가 둘러쳐져 있다. 외관만 봐서는 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상권의 먹자골목을 끼고 있는 그 건물 4층에 갤러리가 있으리라고는 좀처럼 짐작되지 않았다. 거기 광명 기반의 예술프로젝트 그룹인 ‘예술협동조합 이루’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현재 최경아 작가의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을 포함해 두... Continue Reading →
삼청나잇 (키아프 & 프리즈 연계행사, 23.9.7.)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삼청동 갤러리들의 특별한 야간 개장 행사에 가봤다. 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과 DJ파티(LEVITATION Party)가 열리는 PKM갤러리가 가장 핫할 것 같아서 먼저 가봤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팔찌를 채워준다. 키아프/프리즈 VIP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해 우리는 못 들어갔다. 아쉬웠다. 다른 곳을 다 둘러보고 밤늦게 다시 돌아와 그 앞을 지나가는데, 비트는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Continue Reading →
박지나 개인전, 「동쪽에서 뜨는 달」 展 (디스위켄드룸)
1960년대 이후 동시대 미술은 개념주의 기치 아래 탈매체화를 향해 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눈에 드러난 한낱 외형에 허비할 시간이 없다. 붓칠 하나하나에 온 신경을 집중한 작가는 시대착오적인 장식가로 오해받기에 십상이다. 어떻게 보이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말하는지가 더 중요하다. 그런데 중요한 건 개념이라고 호언장담하는 작가들에게 진짜로 묻고 싶은 것은, 당신의 그 개념이 외형을 모두 포기할 만큼... Continue Reading →
최태훈 개인전, 「필드 field」 展 (갤러리 P21)
이면과 단면 경리단길의 수많은 카페와 레스토랑 사이에 P21이라고 적힌 흰 깃발이 나부낀다. 갤러리 P21은 P1과 P2라는 서로 이어지지 않는 독립된 두 공간을 아우른다. 코딱지만한 P1에는 친절한 관리자가 상주하고 있고, 무인으로 상시 운영되는 P2는 전시공간 자체가 P1보다 조금 더 크다. 예술과 무관한 전이지대로서 와인바 하나를 사이에 끼고 분리된 두 공간은 ‘따로 또 같이’라는 운영 전략을 취하고... Continue Reading →
최민경, 「매끄럽지 않은」 展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한 여정을 시작한다. 촉각적인 관점에서 그 여정은 매끄러움이 거침으로 변하는 과정이다. 갓 태어난 아기의 살결은 향긋하고 촉촉하고 보드랍다. 반면 노인의 살결은 비릿하고 뻣뻣하고 거칠다. 이처럼 거친 속성은 시간의 흐름을 대변하고, 결국에는 죽음과 맞닿는다. 필멸의 존재에게 영생은 필연적 갈망이다. 거칠고 주름진 것에서 벗어나 매끄럽고 촉촉한 것으로 거슬러 올라가고자 하는 욕망은 그야말로... Continue Reading →
권여현 개인전, 「일탈자의 장소」 展 (갤러리 인사아트)
일탈의 상대성 바닷가에 다다르면 그제야 답답한 도시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또렷이 밀려온다. 비릿한 물 내음, 생경한 새소리, 시시각각으로 역동하는 자연의 정경은 회색조의 도시와 대조된다. 이러한 해방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은 그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청춘들이다. 그들은 파도에 맞서 물장구를 치고, 셀카를 찍고, 짝 찾기에 여념이 없다. 탁 트인 수평선과 청량한 바람이 주는 해방감은 청년들의 자유분방함과 닮았다. 권여현은 일상적... Continue Reading →
노동집약적 환대,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 (CR Collective, 22.8.4. ~ 8.27.)
지난 8월에 CR Collective(CR콜렉티브)에서 열렸던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여 '비평웹진 퐁'에 게재하였다. 여러 사정으로 정말 오랜만에 본 누군가의 개인전이었는데, 훑어 보자마자 여러 시상이 떠올랐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 졸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비평웹진 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https://pong.pub/critic/view/%eb%85%b8%eb%8f%99%ec%a7%91%ec%95%bd%ec%a0%81-%ed%99%98%eb%8c%8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