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n Mueck, 2025.4.11.-7.13. MMCA Seoul & Fondation Cartier pour l'art contemporain 한끝차이와 천지차이 론 뮤익 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든 주말에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을 찾은 인파는 그야말로 미술사적이었다. 안국역에서 미술관으로 진입하는 구간은 천금 같은 우회전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는 차들의 미묘한 신경전으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기어코 교통경찰이 출동했고, 미술관 앞 2차선 길에는 라바콘도 세워졌다. 37도에 육박하는 무더위를 뚫고 손에... Continue Reading →
근대미술가의 재발견2 ─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초현실주의, 현재진행형 거의 6년 만에 덕수궁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서울 살 때는 즐겨 찾던 곳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상경이 쉽지 않고, 상경 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6년 전 그때도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의 첫 번째 시리즈를 봤었다. 어쩌다 보니 긴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재발견만 하게 됐다. 그 사이 13개의 전시가 흘러갔다. 놓친 전시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원히 아카이브에... Continue Reading →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샤오루가 쏘아올린 17발의 탄환 1989년 2월 5일, 중국국립미술관 앞 광장은 그간 중국 전역에서 활동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보려는 관람객의 물결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국/아방가르드 展(China/Avant-Garde Exhibition)》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전위적 예술가 186명과 그들의 작품 300여 점이 유례없는 규모로 모였다. 개혁개방 이후 정치적 자유를 향한 관심과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새로운 전위적 예술이... Continue Reading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2: 최우람 「작은 방주」 展
1층 로비의 물품 보관함이 꽉 찼을 정도로 붐볐다. 황금 같은 주말에 어떻게 이렇게 많은 젊은이가 미술관을 찾았을까? 영하 1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속에 갈만한 선택지가 별로 없어서였을까? 날씨만을 이유로 꼽기에는 궁색하다. 작품을 보는 것 외에도 강추위 속에서 선택할만한 즐거움은 얼마든지 있다. 진정 볼만한 것들이 있었다. 그저 미술에 대해 아는 척하고 싶은 몇몇, 혹은 인스타에 올릴만한 소재를... Continue Reading →
국립현대미술관의 「한국미술 1900-2020」
정론 미술사 생성 기관의 책무 국립현대미술관이 우리나라 근현대 미술사의 정론을 만드는 공식적 기관이라는 점은 부정할 수 없다. 기관은 가장 방대한 컬렉션, 가장 많은 인재,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앞세워 미술사 담론을 주도해 나간다. 국립 기관으로서 자국 미술사를 긴 호흡으로 직접 정리하겠다는 야심이 그동안 왜 없었겠느냐 만은, 2021년에야 이 책으로 결실을 맺었다. 1969년 경복궁 미술관 개관... Continue Reading →
올해의 작가상 2021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오미크론 변이 바이러스의 대유행에 따라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진자 수는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삼청동에 자리한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이러한 위기 상황을 전혀 의식할 수 없다. 입춘을 지나 다소 주춤해진 한파에 젊은이들은 저마다 한껏 치장한 채 손에 손잡고 미술관 로비를 가득 메웠다. 저마다 생기 넘치는 표정들이 무미건조한 마스크에 가려진 것이 못내 아쉬울 따름이다. 작년 7월에 오픈한 「MMCA 이건희컬렉션... Continue Reading →
MMCA 현대차 시리즈 2020: 양혜규─O2 & H2O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조언: 시간이 별로 없으면 전시 속 전시만 보세요. 두 개의 팔과 다리와 눈과 콧구멍과 젖꼭지를 가지고 태어난 우리는 이항(二項)에 너무도 익숙한 탓에 그 밖의 가능성을 충분히 사유하지 못한다. 하지만 젖꼭지와 달리 인간이 구축한 문화적 구조에는 경계가 있기 마련이고, 그 경계는 누군가에게 삶의 무대가 된다. 경계나 변두리에 내몰린 삶의 무대를 복원하기 위한 대대적인 투쟁이 20세기 전반에... Continue Reading →
올해의 작가상 2019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코끝이 매콤한 가을이 오면 올해는 ‘올해의 작가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그렇게 올해도 서울관을 찾았다. 올해의 작가상이 어떤 의미인지는 2018년에 이미 주저리주저리 다 썼으니까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올해의 ‘올해의 작가상’은 조금 남다른 구석이 있는데, 첫째로, 이 전시가 막이 오르기 직전에 ‘작년의 작가상’ 유력 후보 중 하나가 자살했다. 나는 2018년의 리뷰에서 그들이 내 취향과는 달리... Continue Reading →
근대미술가의 재발견 1 – 「절필시대: 정찬영, 백윤문, 정종여, 임군홍, 이규상, 정규」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기억해야 할 이름들, 특히 정종여 근대사의 격랑 속에서 붓을 놓아야만 했거나 잊혀야만 했던 여섯 명의 화가들을 조명한 전시다. 정찬영은 화가로서의 삶과 가정주부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사랑하는 자녀를 잃고 붓을 놓았다. 백윤문은 전성기에 건강을 잃고 화단을 떠나야 했다. 정종여는 북한을 선택했고, 거기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기 때문에 우리 미술사에서 지워졌었다. 임군홍에 대해서는 월북인지 납북인지 합의를 이루지... Continue Reading →
가짜 수장고를 거닐며: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아스팔트마저 녹아 버릴 것 같은 날에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을 찾았다. 미술관 자체는 지난해 12월에 개관했지만 주변은 여전히 공사 중이었다. 번듯한 주차장이 없기에 건물과 건물 사이 자그마한 자투리 공간에 마련한 임시주차장을 이용해야 했고, 그마저도 주차선 같은 것 없이 관람객들의 암묵적 룰로 운영되고 있었다. 관람객들은 건설자재 무더기를 위태롭게 지나 미술관으로 입장했다. 지게차와 포크레인 같은 중장비들이 육중한 재료들을 운반했고,...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