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rre Huyghe: Liminal, Organized by LEEUM, In partnership with Bottega Veneta 혼종의 문턱에서, 감각 기관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말단의 인터페이스로서, 신체와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핵심 경로다. 인간은 고도의 지성을 통해 탁월한 추론과 의사결정 능력을 발휘하여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지성을 가능케 한 것은 감각 기관을 통한 부단한 학습이다. 감각... Continue Reading →
장-마리 셰퍼의 「미학에 고하는 작별」
Adieu à l'esthétique 신비를 걷어낸 자리에서, 특정한 대상에서 미를 느끼는 메커니즘은 우리 뇌에 유전적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다. 사회문화적 과정을 통해 어떤 대상이 아름답거나 추하다는 관념을 학습하고, 그런 공통의 관념을 부지불식간에 내재화할 수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미적 대상에 대한 주의와 반응은 뇌의 지시를 따른다. 그런데 누군가의 뇌에서 아름다움과 추의 정동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외부자로서는 도저히 알 수가 없고,... Continue Reading →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의 「민중들의 이미지: 노출된 민중들, 형상화하는 민중들」
Georges Didi-Huberman, Peuples exposés, peuples figurants 이미지와 사유는 민중들을 다시 불러낼 수 있을까? 문법적으로 ‘민중들’이라는 말은 없다. 민중, 대중, 국민 등 집합명사는 이미 집합을 가리키므로 복수형으로 쓸 수 없다. 저자 디디-위베르만(Georges Didi-Huberman)이나 역자도 이를 모를 리 없다. 그래도 이 책은 묵직하게 끝까지 ‘민중들’을 강조한다. 저자가 주인공으로 지목한 민중들은 주목받지 못하는, 역사적 거대서사의 주인공이 아닌, 시각문화의... Continue Reading →
하워드 아일런드 & 마이클 제닝스의 「발터 벤야민 평전: 위기의 삶, 위기의 비평」
큰 집으로 이사를 하고서 가장 먼저 하고 싶었던 일은 책장 꾸미기였다. 별것 아닌 일이지만 그것을 해내는데 예상보다 훨씬 많은 시간이 걸렸다. 일단 그보다 앞서서 처리해야 하는 일이 산더미였고, 책장이 늦게 도착했고, 그중 하나는 파손되어 있었고, 그것을 돌려보내고 다시 받았다. 책장은 대체로 장르별, 주제별 정리를 따랐지만, 그 원칙을 깨는 공간도 마련해 두었다. 특정인에게 헌정하는 공간이다. 이...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