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에이킨의 「피카소의 전쟁: 현대미술은 어떻게 미국에 진출했는가」

Picasso’s War: How Modern Art Came to America 제국의 성립 과정을 쓰기 위한 전제조건 어떤 의미에서는 아주 단순한 이야기다. 현대미술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 미국에서 수용되었는가를 되짚어보자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현대미술이란 프랑스를 중심으로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에 발흥했던 전위적 아방가르드들의 예술 세계를 일컫는다. 즉, 인상주의로부터 입체파와 야수파를 거쳐 표현주의와 추상으로 이어지는 모더니즘의 계보다. 이것이 미국 사회에서... Continue Reading →

경제엽 개인전, 「먹고사는 것」展 (OCI미술관 2층)

고정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꾼을 기다리며 그를 눈여겨 본 계기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오픈스튜디오였다. “대다수 동료 작가가 자기 꿈, 환상, 망상, 욕망, SNS와 씨름할 때 경제엽 작가는 홀로 이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무슨 대단한 투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휙휙 돌아가는 세상을 진득하게 바라보며 진솔하게 다뤘고, 보통 사람의 삶을 그렸다. 부조리하게 꿈틀거리는 구도, 음울한 색감, 사연을... Continue Reading →

근대미술가의 재발견2 ─ 「초현실주의와 한국근대미술」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

초현실주의, 현재진행형 거의 6년 만에 덕수궁 미술관을 다시 찾았다. 서울 살 때는 즐겨 찾던 곳 중 하나였는데, 이제는 상경이 쉽지 않고, 상경 하더라도 우선순위에서 밀렸다. 6년 전 그때도 ‘근대미술가의 재발견’의 첫 번째 시리즈를 봤었다. 어쩌다 보니 긴 간격을 두고 연속으로 재발견만 하게 됐다. 그 사이 13개의 전시가 흘러갔다. 놓친 전시는 다시 돌아오지 않고 영원히 아카이브에... Continue Reading →

피에르 위그: 리미널 展 (리움미술관 블랙박스, 그라운드갤러리)

Pierre Huyghe: Liminal, Organized by LEEUM, In partnership with Bottega Veneta 혼종의 문턱에서, 감각 기관은 우리를 둘러싼 세계를 인식하는 말단의 인터페이스로서, 신체와 세상이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자각하게 하는 핵심 경로다. 인간은 고도의 지성을 통해 탁월한 추론과 의사결정 능력을 발휘하여 지구 생태계의 최상위 포식자로 자리매김했지만, 그 지성을 가능케 한 것은 감각 기관을 통한 부단한 학습이다. 감각... Continue Reading →

제15회 광주비엔날레 본전시, 「판소리, 모두의 울림」

해상도의 변주 동시대 미술을 폭넓게 아우르는 국제 행사 유형의 전시는 아주 큰 개념적 우산을 쓸 수밖에 없다. 동시대 지구촌 전역에서 발화되는 목소리를 담을 만한 큰 그릇이 필요다. 이번 제15회 광주비엔날레에서는 호남권을 대표하는 무형문화재인 ‘판소리’를 열쇳말 삼아 거기서 파생될 수 있는 여러 종류의 ‘소리’들을 중심으로 작품을 배치했다. 전시는 크게 세 장으로 구성되었다. 부딪침 소리(feedback effect)에서는 현대... Continue Reading →

최경아 개인전,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 (오분의일, 광명)

: 2024 오분의일공모선정작가 투명한 사람들의 투명한 이야기들 KTX 광명역을 나서면 맞은편에 AK플라자가 보이고, 그 주변에 어반브릭스라는 상가가 둘러쳐져 있다. 외관만 봐서는 역세권 주상복합아파트 상권의 먹자골목을 끼고 있는 그 건물 4층에 갤러리가 있으리라고는 좀처럼 짐작되지 않았다. 거기 광명 기반의 예술프로젝트 그룹인 ‘예술협동조합 이루’가 운영하는 문화예술 공간이 있다. 현재 최경아 작가의 「이야기가 그린 초상」 展을 포함해 두... Continue Reading →

「접속하는 몸: 아시아 여성 미술가들」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샤오루가 쏘아올린 17발의 탄환 1989년 2월 5일, 중국국립미술관 앞 광장은 그간 중국 전역에서 활동한 아방가르드 예술가들을 한자리에서 만나 보려는 관람객의 물결로 문전성시를 이뤘다. 《중국/아방가르드 展(China/Avant-Garde Exhibition)》이라는 제목으로 1980년대를 대표하는 전위적 예술가 186명과 그들의 작품 300여 점이 유례없는 규모로 모였다. 개혁개방 이후 정치적 자유를 향한 관심과 열망은 그 어느 때보다 무르익어 있었고, 관람객들은 새로운 전위적 예술이... Continue Reading →

여름 열림 Open Studio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오픈스튜디오)

투사와 기념비 오픈 스튜디오 행사를 많이 다녀본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짧은 식견에 비춰볼 때 서울과학기술대학교 대학원의 전반적 시설이나 작품 수준, 행사의 준비도는 꽤 훌륭했다. 단순히 작업공간만 공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건물 구석구석에 여러 전시 공간을 마련해 두었는데, 그 안에 모인 작품들의 결이 은근히 통하는 듯, 어긋나는 듯하여 왜 이 구성으로 모아 두었을지 유추하는 재미가... Continue Reading →

에드바르 뭉크: 비욘드 더 스크림 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비욘드’는 어디에 한 사람의 예술가를 단 하나의 작품으로만 평가하지 말라. 아주 확고하고 저명한 대표작이 있는 작가의 회고전이나 특별전을 기획할 때 빠지지 않는 메시지다. 이러한 예술가를 다루는 기획자는 결국 대표작의 늪을 피할 수 없다. 그것을 언급하려니 그 외에 다른 것들을 보여줄 가능성이 가려지고, 그것을 언급하지 않으려니, 보편적 대중의 기대치와 멀어져 상업적 문제에 봉착하게 된다. <진주 귀걸이... Continue Reading →

전입신고서 展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8기 입주작가 입주보고전, +작가와의 대화)

작가의 말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길다 윌리엄스 고흐나 미켈란젤로에게 작가의 말을 써보라고 시키거나 레지던시 입주작가 선정을 위한 지원서를 써내라고 했다 치자. 결과물은 아마 형편없을 것이다. 고흐는 자기 편지에 끄적거렸던 몇 마디 개똥철학을 재탕해서 제출한 뒤 자괴감에 빠져 술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그딴 쓸데없는 짓을 왜 시키냐고 역정을...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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