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입신고서 展 (청주미술창작스튜디오 18기 입주작가 입주보고전, +작가와의 대화)

작가의 말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말에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게 더 중요하다.길다 윌리엄스 고흐나 미켈란젤로에게 작가의 말을 써보라고 시키거나 레지던시 입주작가 선정을 위한 지원서를 써내라고 했다 치자. 결과물은 아마 형편없을 것이다. 고흐는 자기 편지에 끄적거렸던 몇 마디 개똥철학을 재탕해서 제출한 뒤 자괴감에 빠져 술집으로 향했을 것이다. 미켈란젤로는 그딴 쓸데없는 짓을 왜 시키냐고 역정을... Continue Reading →

그리고 나서 더 멀리: Afterglow 展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회화과 석사학위청구전, 홍익대학교 문헌관 4층 현대미술관)

참조점 없는 예술에 대한 증명할 수 없는 가설들: 졸업전시라는 특수한 제도적 맥락에서 아마추어 미술사 연구회를 운영하던 당시 회원 중에는 작품 구매와 그에 수반되는 부수적인 경제적 이윤에 대한 관심이 큰 이들도 더러 있었다. 그들은 어떤 작품을 구매해야 하는지 나에게 종종 묻곤 했다. 번지수를 잘못 짚은 질문이었다. 나는 작품을 구매해 본 적도 없고(딱 한 작품을 구매했지만, 해당... Continue Reading →

영남청년작가전: 누벨바그 展 (포항시립미술관)

안효찬의 디스토피아와 탈출구 환여횟집에서 물회를 먹고 포항시립미술관에 갔다. 두 개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는데, 하나는 ‘지역원로작가전’이었고, 다른 하나는 ‘영남청년작가전’이었다. 이런 걸 두고 신구의 격돌이라고 하던가. 경쟁 붙이려는 의도는 아니었겠지만 어쨌든 두 세대의 대표선수들이 나와서 겨루는 모양새가 됐다. 지역 화단을 오랜 시간 묵묵히 지켜온 한 원로작가의 따뜻한 미감을 <김정숙: 나의 에세이> 展에서 느낄 수 있었다. 여인과 자연을... Continue Reading →

가덕면 창작실험실 개관전 – “창작실험실: THE TRAKTeR” 展

담백한 첫 걸음 요즘 소멸위기에 직면한 어느 지역이나 마찬가지겠지만, 문화예술 토양이 특히나 척박하기 이를 데 없던 충북에 새로운 전시 공간이 생겼다는 반가운 소식을 듣고 다녀왔다. 그간 농기계훈련관으로 사용되다가 최근 약 4년 동안은 소임을 마친 채 방치되어 있던 충북자치연수원 내 한 건물을 충북문화재단이 전시 공간으로 탈바꿈시켰다. 마을과 전답에 둘러싸인 적막한 지역에 아무런 맥락도 없이 갑작스럽게 문화예술... Continue Reading →

프리즈 서울 (Frieze Seoul 2023, 코엑스)

그 유명하다는 프리즈 서울에 가봤다. 온갖 작품들의 홍수를 헤엄칠 수 있어서 좋았으나, 아무리 생각해도 입장료 8만 원은 좀 심했다. 입장권도 팔고, 작품도 팔고, 커피와 도넛도 판다. 작품도 많이 팔렸겠지만, 안 팔리더라도 크게 밑질 것 같지는 않다. 원래 아트페어를 찾아서 가는 편은 아니다. 작품들이 맥락 없이 우주를 떠다니는 느낌이라 산만하고 피곤하다. 맥락이 없으니 요점과 맹점을 짚어내는... Continue Reading →

노동집약적 환대,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 (CR Collective, 22.8.4. ~ 8.27.)

지난 8월에 CR Collective(CR콜렉티브)에서 열렸던 정승규 개인전, <Fragmentation> 展에 대한 리뷰를 작성하여 '비평웹진 퐁'에 게재하였다. 여러 사정으로 정말 오랜만에 본 누군가의 개인전이었는데, 훑어 보자마자 여러 시상이 떠올랐고, 무언가를 쓰고 싶어졌다. 졸고를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주신 '비평웹진 퐁' 관계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전문은 아래 링크에, https://pong.pub/critic/view/%eb%85%b8%eb%8f%99%ec%a7%91%ec%95%bd%ec%a0%81-%ed%99%98%eb%8c%80/

시대의 얼굴: 셰익스피어에서 에드 시런까지 展 (국립중앙박물관)

보통사람을 위한 목 좋은 귀퉁이 하나 정도는 이미지를 남기는 기술이 발달하고 대중화될수록 개별 이미지의 가치는 계속 하락해 왔다. 종교개혁 이전에 템페라나 유화로 어떤 인물을 그렸다면, 그 대상은 대체로 고전 속 영웅이거나 신적 존재였다. 하나의 작품을 그리는데 엄청난 노동력과 재능, 그리고 재료비가 투입되던 시기였다. 그 비용을 감수하고 무언가를 만든다면, ‘적절한’ 대상을 다뤄야 했다. 신의 시대가 끝난... Continue Reading →

이우환과 그 친구들 II – 빌 비올라, 조우 展 (부산시립미술관)

Bill Viola, ENCOUNTER 처음으로 부산시립미술관을 찾았다. 미술관에서 영상 보기를 워낙 싫어하는 탓에, 동반자에게는 찢어져서 서로 다른 전시를 보고 만나면 안 되냐고 몽니를 부렸으나, 이내 잠자코 따라갔다. 전시는 초기작과 근작으로 나뉘어 ‘이우환 공간’과 본관에서 각각 진행되었다. 우리는 최근작이 중심인 본관에서 출발하였다. <아니마_Anima(2000)>, <인사_The Greeting(1995)>, <관찰_Observance(2002)> 등 세 작품으로 구성된 공간이 출발점이었는데, 우리가 앞으로 이 전시에서 마주하게... Continue Reading →

[에세이] 전시장의 토르소: 비평적 전시문화를 위하여

"시간이 흐르고 초기의 매력이 점점 약해지다보면 언젠가는 아예 새로 태어나야 하는 때가 온다. 한때 아름다웠던 것이 모두 떨어져나가고 작품 그 자체만 남아 폐허의 형태로 서 있게 되는 때다."1) "진짜 귀중품들은 아주 꼼꼼한 탐사를 통해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모든 과거의 연관관계로부터 벗어난 상들이 일종의 귀중한 물건들로─수집가의 갤러리에 있는 파편 혹은 토르소─ 나타나는 곳은 현재 우리의 성찰이... Continue Reading →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의 큐레이터 되기」

Hans Ulrich Obrist, Ways of Curating "전시라는 개념은 이곳이 우리가 서로 함께 사는 세상이라는 것이며 배열, 연대, 접속, 말없는 제스처를 할 수 있고, 그리고 그 모든 것을 이러한 미장센을 통해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41p 전설적인 큐레이터 한스 울리히 오브리스트(Hans Ulrich Obrist)가 자유분방한 형식으로 써내려 간 에세이 모음집이다. 제목이 가리키는 '길(ways)'이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해 걸어온 길,...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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