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세 개의 샤갈 展이 동시에 벌어지고 있는 이례적인 상황에서, 각 전시는 필연적으로 서로에게 비교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런 점에서 한가람미술관에서 열린 이번 「샤갈 러브 앤 라이프 展」은 매우 이상적인 대진운을 타고 났다고 볼 수 있다. 이 전시가 서울에서 유일한 샤갈 展이라면, 혹은 M컨템포러리의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展」보다 일찍 개최했다면... Continue Reading →
내가 사랑한 미술관: 근대의 걸작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미술관은 리미널리티(liminality)의 공간이다. 이는 우리가 호흡하고, 먹고, 마시는 현실과 다소 거리를 둔, 미(美)와 지(知)의 세계로 들어가는 전이 지대를 의미한다. 무심한 눈빛들만 가득한 거리에서 멀찍이 떨어져 광장과 정원, 조각상과 열주를 전방에 내세우고, 그 심연에 일상보다 더 위대하고 가치있는 것이 존재함을 암시한다. 그 안에 들어서면 문화권 내의 보편적인 구성원들의 입장에서 찬사를 받기 합당하며, 배우고 보존할만한 가치가 있다고... Continue Reading →
마르크 샤갈 특별전: 영혼의 정원 展 (M컨템포러리 아트센터)
이름 자체가 신화가 되어버린 빈센트 반 고흐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우리나라에서 샤갈의 인기도 만만치는 않다. 그의 몽환적이고 다채로운 색감과 신비로운 상징들, 인생역정의 이야기는 우리를 감동시킨다. 그 감동에는 서양미술사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한 여자만을 향했던 대가의 지고지순한 사랑 이야기도 결부되어 있다. 그러한 인기 때문인지, 올해는 샤갈을 둘러싼 이례적인 사건이 벌어질 예정이다. 그의 특별전이 두 장소에서 동시에... Continue Reading →
김수호 개인展 – 젖은자 (space 9)
우리는 모체에서 따뜻하고 풍요로운 생명의 물에 푹 잠겨 있다가 불가항력적으로 세상에 나온다. 태어나 처음으로 맛보는 슬픔은 물로부터의 처절한 분리에서 비롯된다. 하나의 생명체로 태어나 죽어가는 과정은 물을 잃어가는 과정이다. 나이가 들수록 피부는 거칠어지고, 혈관은 좁아진다. 주검은 모든 구멍을 통해 물과 피를 분출한다. 결국 죽어가는 과정은 메말라가는 과정이다. 서울문화재단의 지원을 받은 김수호의 개인전이 문래동 space 9에서 열렸다.... Continue Reading →
제3의 풍경 展 (문래동사진관 빌딩, Art studio + gallery)
오래된 철공소들이 즐비한 문래동에서 소규모 그룹 전시 「제3의 풍경 展(18.3.31.~4.15.)」이 열렸다. 녹슨 철 자재들과 빈티지한 그래피티들이 뒤섞인 을씨년스러운 뒷골목에 'Art Studio + Gallery' 라는 너무나 직관적인 간판을 달고 있는 공간이 보인다. 6.5미터 너비의 이 작은 지하 공간은 이번 전시의 기획자이자 출품 작가이기도한 현소영 작가가 직접 관리하고 있는 곳이다. 그녀는 지역복원대책의 산물인 문래창작촌과 오래된 철공소들이 이질적으로... Continue Reading →
신여성 도착하다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사회적 취약 계층의 삶은 그 민족이 시련을 겪을 때 더더욱 취약해지기 마련이다. 조선의 왜곡된 유교적 가부장제의 속박에서 겨우 벗어나는가 싶었던 우리네 여성의 삶은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으로 대변되는 혹독한 근현대사의 비극을 겪으며 더더욱 참담한 낭떠러지로 내몰려야 했다. 자기 육신 하나도 건사하기 힘든 역사의 풍파 속에서도 강인한 여성들은 부당한 가부장제에 순응하면서 아이를 양육하고, 억척 같이 살림을 꾸려 나가며... Continue Reading →
알렉산더 지라드: 디자이너의 세계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알렉산더 지라드의 부모님이 어떤 직업을 가지셨는지는 검색을 해도 도통 나오지 않는다. 추측컨데, 유년 시절에 유럽으로 이주하였고, 영국왕립건축학교를 졸업하였고, 뉴욕에서 개인 디자인 사무실을 차린 때가 고작 25살인 것을 보면, 아마도 금수저일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전시는 금수저 디자이너가 재능과 성실함을 겸비하면 어떤 성과들이 나올 수 있는지 잘 보여주었다. 그는 전자제품, 가구, 텍스타일은 물론, 예쁘다는 것 외에는 쓰잘데기... Continue Reading →
예르미타시박물관展: 겨울 궁전에서 온 프랑스 미술(국립중앙박물관)
눈과 귀에 너무나도 선명히 남아 있는 '에르미타주'라는 단어가 언제부터 '예르미타시'가 되었는지 모르겠다는 의문을 품고 국립중앙박물관을 찾았다. 현지 발음을 최대한 준용하는 것이 최근의 한글 표기 경향인 것은 알지만, 예르미타시가 익숙해지기 위해서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권위 있는 기관인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그렇게 하기로 했으니 익숙해져야겠지. 이번 전시는 상당히 영리하게 테마를 잡고 있다. 18~20세기... Continue Reading →
올해의 작가상 2017 展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SBS문화재단과 국립현대미술관이 선정하는 '올해의 작가상'은 2012년부터 올해까지 6회째 이어지고 있으며, 그 뿌리는 1995년 '올해의 작가 展' 부터이다. 나름대로 전통과 공신력이 있는 행사이니 현대미술에 대한 공포증도 극복할 겸, 동시대 평단에서 인정 받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 동향도 알아볼 겸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으로 향했다. '본격적인 시상식 시즌이 시작되는 것인가....' 라는 계절감도 느끼고 싶었다. 전시된 '올해의 작가상' 후보는 4명이며, 써니킴,... Continue Reading →
팀 아이텔: 멀다. 그러나 가깝다 展 (학고재갤러리)
현대인은 고독하다. 아니 '현대' 이전부터 인간은 원래 고독했다. 그 고독은 생존에 불비한 태생적 요건들을 극복하기 위해 궁여지책으로 무리지어 생활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연스럽게 채득한 것이다. 역설적이지만 무리지을수록 고독하다. 왜냐하면 우리는 허다한 무리 속에서 나 자신이 진정 독립된 현존재(Dasein)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자각하기 때문이다. 타자와 관계 속에서 순간의 위로와 공감은 얻을 수 있지만, 결국 생의 궤적 전반에...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