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상반기 최고 기대 전시가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이었다면, 하반기 최고 기대 전시는 '테이트 명작전'이었다. 비록 테이트 미술관의 무수히 많은 근현대 명작 중에서 극히 일부분일 뿐이겠지만, 한국에서 좀처럼 보기 드문 거장들의 작품을 한 자리에서 즐길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기 때문이다. 거기다가 주제가 "누드"라니. "누드"라니. 더 이상의 설명은 사치이다. 누드, 아니 누군가의 알몸을 보고 싶은... Continue Reading →
제주비엔날레 2017: 투어리즘(中 제주도립미술관)
애초에 산과 들을 누비며 제주의 자연을 폐부 깊숙히 이식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목적이었다. 하지만 도시의 운송수단에 전적으로 의지하며 살아가던 나의 육신에 이상 신호가 들려온 것은 여행 중반부가 지나던 시점에서부터였다. 그래서 욕심을 버리고 제주도립미술관을 찾았다. 원래 제주도립미술관의 모던하면서 도도한 분위기를 좋아했다. 그래서 이 섬에 올 때마다 잠깐씩 들르긴 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첫 번째 제주비엔날레가 개최되고 있다는... Continue Reading →
PLASTIC FANTASTIC: 상상 사용법 展(디뮤지엄)
자본은 예술을 만나서 스스로를 정화한다. 예술이 품고 있는 이상과 철학에 자신의 욕망을 투영한다. 고대이집트 왕의 무덤에서부터 메디치 가문의 컬렉션에 이르기까지 권력과 자본은 언제나 예술을 매개로 세상과 소통하며 미술사에 자신의 이름을 우겨넣는다. 오늘날의 기업도 마찬가지인데, 대림그룹이 보여주는 행보는 그 중에서도 뛰어난 편에 속한다. 대림그룹의 사회공헌 기관인 대림문화재단은 대림미술관과 디뮤지엄을 통해 젊은이들에게 '핫'한 전시를 성공적으로 기획해 왔다.... Continue Reading →
그림의 마술사, 에셔 특별展(세종문화회관 미술관)
이번 에셔 전은 홍보가 미진한 것 같다. 장르가 장르이니만큼, 우리나라에서 에셔의 인지도가 낮을 수 밖에 없는 것은 당연하겠지만, 그래도 그가 지닌 독자성과 중요도를 생각할 때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적극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어 보인다. (나도 7월 말에야 에셔 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 같다.) 사실 에셔의 개인전이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린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일지... Continue Reading →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한가람디자인미술관)
어떤 작가를 보다 깊이 알기 위한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그 작가를 다루고 있는 책을 읽는 것이고, 또 다른 하나는 개인전을 찾는 것이다. 두 방법을 누리는 데 있어서 비용은 거의 비슷하다. 책을 읽는다면 소소한 텍스트 기반의 정보들과 관련된 심화 문헌들로 뻗어 나갈 수 있는 길잡이를 얻게 되는 것이고, 개인전을 찾는다면 정보적 접근 보다는 감성적... Continue Reading →
예술이 자유가 될 때: 이집트 초현실주의자들 展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
세상의 모든 습기를 온 몸으로 흡수 한 것처럼 몸이 무거웠지만, 그래도 서울에서의 귀한 주말을 침대에서 헛되이 보낼 수는 없다는 절박함으로 길을 나섰다. 바쁘고 피곤해서 어떤 전시를 볼 것인지 진지하게 성찰하지 못했다. 매우 입문자스럽게 포털사이트에 "미술 전시"라는 얄궂은 검색어를 입력한 후 친절하게 떠먹여주는 리스트에서 내 마음을 잡아 끄는 것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집트 초현실주의'라니, 이 얼마나 생경한... Continue Reading →
2017 아틀리에 STORY 展 (예술의전당 – 한가람디자인미술관)
꽃가루가 흩날리는 주말, '현대미술의 거장 14인'이라는 다소 과도한 포장에 이끌려 한가람디자인미술관을 찾았다. 여러 전시 중에서도 귀한 휴가를 할애하여 이 전시를 찾은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동시대 우리나라에서 평단과 대중의 높은 평가를 얻고 있는 대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접할 수 있는 기회라는 점이 컸다. 전시에 출품한 14명의 화가 중 단 몇 분의 이름만이라도 새겨갈 수 있다면,... Continue Reading →
클림트 인사이드 展 (성수 S-FACTORY)
인스타그램은 그것을 집어삼킨 모체, 페이스북과는 또 다르다. 그것은 태생부터 감성이 점철된 사진, 그 시각적 이미지에 의존하였으므로, 개별 유저들의 삶의 가장 아름다운 단면을 보여주는 것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최근 여러 차례의 업데이트를 거쳐 유저들이 페이스북에서 진저리를 쳤던 성가셨던 요소들을 답습하려하는 경향이 느껴지지만, 대세인, 쿨한, 핫한, 감성적인, 뉴제너레이션을 위한 SNS라는 인스타그램의 아성은 아직 건재하다. 최근 몇 년... Continue Reading →
아르데코의 여왕, 타마라 렘피카 展 (한가람미술관)
겨울방학의 한복판에서, 한가람 미술관은 오전 이른 시간부터 많은 인파로 북적이고 있었다. 연휴가 끝난 첫번째 평일을 맞아 엄마 손 잡고 미술관에 나들이 온 아이들은 누구를 위한 것인지 모를 인증샷 남기기에 여념이 없었다. 물론 그 많은 아이들을 흡수한 전시는 1층의 오르세미술관 전이었다. 알폰스 무하 전이 열리고 있는 2층은 너다섯명 남짓 되는 청년들만 서성거리고 있었고, 3층 타마라 렘피카... Continue Reading →
르누아르의 여인 展 (서울시립미술관)
이번 르누아르의 여인 전은 한가람미술관의 오르세미술관 전과 마찬가지로 '2016 한-불 수교 130 주년'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르누아르의 핵심적 주제라고 할 수 있는 '여성'에 대한 다양한 각도의 고찰이 이루어졌다. 전시된 작품의 수준은 솔직히 말해서 높지 않다. 서울시립미술관이라는 네임 벨류를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예술에는 서열을 매길 수 없지만, 대중의 기대치라는 것은 엄연히 존재한다. 그리고 '대표작'이라는 폭력적인 단어도 엄연히... Continue Readin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