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엽 개인전, 「먹고사는 것」展 (OCI미술관 2층)

고정되지 않는 세계의 이야기꾼을 기다리며 그를 눈여겨 본 계기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일반대학원 조형예술과 오픈스튜디오였다. “대다수 동료 작가가 자기 꿈, 환상, 망상, 욕망, SNS와 씨름할 때 경제엽 작가는 홀로 이 세상과 싸우고 있”었다. 그가 무슨 대단한 투사라는 의미는 아니다. 적어도 휙휙 돌아가는 세상을 진득하게 바라보며 진솔하게 다뤘고, 보통 사람의 삶을 그렸다. 부조리하게 꿈틀거리는 구도, 음울한 색감, 사연을... Continue Reading →

글렌 애덤슨 & 줄리아 브라이언-윌슨의 「예술, 현재진행형: 스튜디오부터 크라우드소싱까지 예술가와 그들이 사용하는 재료들」

Glenn Adamson, Julia Bryan-Wilson, Art in the Making: Artists and their Materials from the Studio to Crowdsourcing 더 복잡한 과정 속으로, 미술에 관한 담론들은 지나칠 정도로 넘쳐난다. 전공자, 비전공자 할 것 없이 이렇게 광범위한 대중이 우글거리며 떠드는 전문 영역은 드물다. “미술에 대해서는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누려 하고 원리상으로도 미술은 모든 사람들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Continue Reading →

영화 「카라바조의 그림자(Caravaggio’s Shadow)」

키아로스쿠로에도 회색지대가 있다. 미켈란젤로 메리시 다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 바로크 회화의 창시자이자 낭만적 천재 예술가의 극단화된 초기 프로토콜 같은 인물이다. 미술사의 숱한 막장 드라마 가운데서도 살인자라는 최악의 경지까지 도달한 인물은 카라바조와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뿐이다. 그는 지극히 세속적인 인물들을 통해 지극히 성스러운 인물을 그려냈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로마에서 가장 큰 대중적 찬사를 받는 화가였음에도 가장 어두운... Continue Reading →

삼청나잇 (키아프 & 프리즈 연계행사, 23.9.7.)

키아프 서울과 프리즈 서울에 참여하는 삼청동 갤러리들의 특별한 야간 개장 행사에 가봤다. 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과 DJ파티(LEVITATION Party)가 열리는 PKM갤러리가 가장 핫할 것 같아서 먼저 가봤다. 직원들이 입구에서 팔찌를 채워준다. 키아프/프리즈 VIP 티켓 소지자만 입장할 수 있다고 해 우리는 못 들어갔다. 아쉬웠다. 다른 곳을 다 둘러보고 밤늦게 다시 돌아와 그 앞을 지나가는데, 비트는 은은하게 울려 퍼지고,... Continue Reading →

권여현 개인전, 「일탈자의 장소」 展 (갤러리 인사아트)

일탈의 상대성 바닷가에 다다르면 그제야 답답한 도시를 벗어났다는 해방감이 또렷이 밀려온다. 비릿한 물 내음, 생경한 새소리, 시시각각으로 역동하는 자연의 정경은 회색조의 도시와 대조된다. 이러한 해방감을 더욱 극대화하는 것은 그곳을 자유롭게 누비는 청춘들이다. 그들은 파도에 맞서 물장구를 치고, 셀카를 찍고, 짝 찾기에 여념이 없다. 탁 트인 수평선과 청량한 바람이 주는 해방감은 청년들의 자유분방함과 닮았다. 권여현은 일상적... Continue Reading →

[에세이] 기호와 호흡: 이채은의 2022년 회화

다양성이 시대적 화두가 된 세상에서, 그것을 거스르려는 조그마한 움직임일지라도 조리돌림을 각오해야 한다. ‘민주주의=절대선’이라는 제국주의적으로 강요된 등식에 다양성이 무비판적으로 침습되면서 단순한 의견이나 취향의 표명마저도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비평의 영토까지 침범한다. “존재를 정당화하기 위해서, 비평은 편파적이고 열의에 차고 정치적이어야 한다.”[1]는 것이 기존의 패러다임이었다면, 이제는 “모든 것에 좋은 이유가 하나 이상은 있을 것이다. 고로 무슨... Continue Reading →

[에세이] 혼돈에서 사후생으로: 양은영의 2022년 회화

예술가는 자신의 눈으로 본 세상을 작품의 형태로 투사한다. 그 작품은 미술계, 혹은 그 울타리 밖 더 넓은 세상의 한 가운데에 놓여 소통의 가능성을 만들어 낸다. 작품이 세상에 나오기 전까지는 그 소통이 성공할지, 혹은 실패할지 아무도 알지 못한다. 많은 예술가가 그 성공의 여부에 관심이 없다는 듯 짐짓 초연한 표정으로 작업실을 지키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소통의 가능성이 완전히... Continue Reading →

양은영 개인전, 「행복이가득한집」 展 (아트로직스페이스)

비평가가 갖추어야 할 기본적인 덕목에는 무엇이 있을까? 탁월한 지성과 빛나는 감각, 그리고 예술을 향한 끝없는 열정... 그 밖에도 무수한 덕목이 있겠지만,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전제조건은 그 모든 덕목에 앞선다. 비평가가 사적으로나 공적으로나 긴밀히 얽혀 있는 누군가의 작품을 비평할 때, 비평가의 가치판단은 절대로 작품 외적인 이해관계와 무관할 수 없다. 우리는 그러한 비평을 제대로 된 비평이라고 받아들이지... Continue Reading →

허버트 리드의 「현대회화의 역사」

Herbert Read, A Concise History of Modern Painting (초1959, 개1968, 개1974, 번1990) 꼴 같지 않게 미학, 비평, 예술철학 같은 묵직한 책들만 읽어대다가 오랜만에 미술사 책을 펼쳤더니 그야말로 술술 읽힌다. 마치 모래주머니를 차고 뛰다가 벗어던진 기분이다(물론 실제로 모래주머니를 차고 뛴 적이 있을 리 만무하고 비유 상 그렇다는 것). 하나의 미술 양식이 새로운 경향을 만나서 변해가는 과정,... Continue Reading →

이채은 개인전, 「The Moment Your Smile Fades Away」 (송은아트큐브)

시각예술에서 회화의 왕좌가 찬탈당한 역사는 어느덧 반세기를 거슬러 올라가는 진부한 수사(rhetoric)가 됐다. 테리 스미스(Terry Smith)는 1970년경 이후로 어떤 경향도 시각예술에서 지배적 양식이 될 정도의 두각을 나타낸 적이 없다고 했는데, 여기서 ‘경향’을 ‘매체’로 바꿔 써도 이질감이 없다. 수많은 갤러리들과 경매장에서는 여전히 거래의 중심에 서 있지만, 보도지면을 장식하는 각종 비엔날레, 미술상, 블록버스터 전시에서 미디어와 개념미술을 걷어 내면...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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