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네스 클라크의 「누드의 미술사: 이상적인 형태에 관한 연구」

우리의 눈은 늘 그 곳에 멈춘다. 늘 그것을 보고 싶어 하고 또 이야기하고 싶어한다. 하지만 이내 입을 다물고 만다. 그것에 늘 매혹되면서도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거나 차라리 거부한다. 아니, 거부 당한다. '몸'은 이처럼 우리를 강하게 매혹하며, 동시에 매몰차게 배반한다. 늘 우리의 머리 속을 떠나지 않는 바로 그것에 관하여 이토록 온전히 집중하고 있는 미술사 저술은 찾아보기... Continue Reading →

니키 드 생팔 展: 마즈다 컬렉션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예술가로서 미술사에 이름을 남기려면 두 가지 방법에 주목해야 한다. 첫째는 개념의 주창자가 되는 것이고, 둘째는 불멸의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니키 드 생팔(Niki de Saint-Phalle)은 '슈팅페인팅(1961)'이라는 표현방식을 제안했고, 스트라빈스키 광장의 <분수(1983)>를 남겼기 때문에 두 가지 조건을 모두 충족시킨 몇 안되는 예술가로 기억될 것이다. 그녀의 슈팅페인팅은 한 예술가가 내면의 고통을 극복하는 가장 극적인 방식을 보여준 사례이다. 또한... Continue Reading →

Summer Love: 송은 아트큐브 그룹展 (송은 아트스페이스)

"전시 타이틀인 "Summer Love"는 젊은 시절의 열정적이고 잊지 못할 아름다운 사랑을 상징하며,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 역시 첫 사랑과 같이 잊혀지지 않는 기억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고 하는데, 누구나 눈치 챌 수 있 듯, 이런 설명은 좀 억지스러운게 미덕이다. 그냥 송은아트큐브에서 선정되었던 작가들의 하이라이트 모음집이라고 보면 된다. 전시 포스터의 타이포그래피는 90년대 말 쯤에 남대문 시장에서... Continue Reading →

서현욱, 오세린, 오화진 – Tricksters 展 (신한갤러리 역삼)

'경계 허물기'는 현대 미술의 사명이다. 다다(dadaim)를 필두로 20세기의 미술 운동은 주류 권력에 대한 저항을 당연시 했고, 일종의 '선언문'을 발표하면서 경계와 권력에 명시적으로 도전했다. 모더니즘의 선명한 인식적 경계는 포스트모더니즘의 분투를 거쳐 점차 흐려졌지만, 이제는 되려 탈구조주의와 해체가 또 하나의 이데올로기로 군림하려는 조짐마저 감돈다. 신한갤러리에서 열린 「트릭스터스 展('18.6.25.~7.28.)」은 제목 자체가 이미 '경계 허물기'에 온전히 집중하고 있다. 크게... Continue Reading →

리처드 숀 & 존-폴 스토나드(엮음)의 「미술사를 만든 책들」

한 권의 책만 읽은 사람을 주의하라. 토마스 아퀴나스 미술사라는 '유사과학'을 만든 것은 무엇일까? 시각과 관념이라는 모호함으로 점철된 미술사를 만들어 온 것은 자명한 진실들이 아니었다. 그것을 향해 가고 싶은 열망에 날카로운 직관과 치열한 논쟁이 더해진 결과였다. 「벌링턴 매거진(Burlington Magazine)」의 리처드 숀(Richard Shone)과 존-폴 스토나드(John-Paul Stonard)가 엮은 「미술사를 만든 책들(The Books that Shaped Art History)」은 미술사에서 가장... Continue Reading →

아르놀트 하우저의 「문학과 예술의 사회사」

영문판 출간 1951 / 국문 번역 1974 / 개정 1999, 2016 유물론적 관점에서 써내려 간 예술사의 역작이다. 예술사 전반을 아우르기 위해서 문학과 조형예술을 동시에 들고 나왔으며, 상호 간의 긴밀한 관계도 조명하였다.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체감상 문학과 미술의 비중은 4:6정도 된다. 뒤로 갈수록 조형예술의 비중이 점점 더 높아지다가 마지막 4권에서는 다시 문학의 비중이 높아진다. 미술사의 동인은 무엇인가?... Continue Reading →

노트르담 드 파리(Notre-Dame de Paris): 한국어버전 10주년 (세종문화회관)

노래와 춤의 분업, 송스루(Song-through) 형식, 대극장용 연출 등 내가 사랑하는 프랑스 뮤지컬의 전형적인 특징들을 고스란히 갖추고 있는 대작이다. 이번 공연은 한국어 버전이 처음으로 소개된지 10년만에 초연과 같은 장소에서 다시 열린다는 남다른 의미가 있다. 2008년 당시, 나도 그 자리에 있었다. 에스메랄다 役의 바다는 완전히 제 옷을 입은 것처럼 날렵하게 무대 위를 누볐고, 아이돌 출신 가수가 아닌... Continue Reading →

기민정 개인전: 돌아와 보니, 이상한 곳이었다 展 (송은아트큐브)

이성과 감성, 여성과 남성, 추상과 구상, 동양화와 서양화 ─ 경계를 재고하고 이내 허무는 것이 예술의 사명이 된지 오래지만, 그러한 시도들이 여전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것은 경계가 여전히 굳건함을 반증한다. 마치 서로 완전히 다른 것을 표현해야 한다고 종용하듯 제각기 신입생을 모집하고 있는 동양화과와 서양화과처럼, 경계는 사고의 내밀한 영역에 조용히 자리를 잡고 신체와 행위를 재단한다. 이같은 경계 사이의... Continue Reading →

알렉산더 데만트의 「시간의 탄생: 순간에서 영원으로 이어지는 시간과 문명의 역사(2015/2018)」

712페이지로 시간에 대한 모든 관념과 문화를 아우르는 이 책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시간은 언제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이 지금과 같은 모습으로 자리를 잡고 모두에게 통일된 형태로 지배력을 발휘하게 된 것은, 권력의 영속성과 정통성을 확립하려는 정치적 의도와 경제/산업의 효율성을 도모하기 위한 전략적 의사결정이 맞물린 결과이다. 실상 이런 말은 누구나 할 수 있다. 하지만 같은 말이라도 고대사에 정통한... Continue Reading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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