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책을 쓰기 위해서는 적어도 세 가지 자질이 필요하다. 의미 없어 보이는 이미지에서 무한한 사유를 끄집어 낼 수 있는 섬세한 눈, 역사/철학/종교에 대한 방대한 지식, 생각나는 무슨 말이건 내뱉을 수 있는 용기. 여기서 가장 중요한 덕목은 용기일지도 모르는데, 왜냐하면 우리가 섬세한 눈과 지식을 가지고 있더라도 떠오른 생각이나 주장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전혀 별개의 일이기 때문이다.... Continue Reading →
콜드플레이: 헤드 풀 오브 드림스 (Coldplay: A Head Full Of Dreams, 2018, 메가박스)
벌써 그렇게 됐나 싶은데, 이제는 그럴 때가 된 듯도 하다. 콜드플레이(Coldplay)도 그들의 일대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하나 쯤 가질 때가 된 것이다. 이 작품은 맷 화이트크로스(Mat Whitecross)가 20년 동안 콜드플레이를 따라다니면서 촬영한 매우 사적인 영상들과 기존의 라이브 공연 영상들을 한데 엮어서 만든 다큐멘터리다. 20년 전부터 이들이 슈퍼스타가 될 것을 어떻게 알고 촬영하기 시작했는지 모르겠지만, 극장을 나서면... Continue Reading →
피카소와 큐비즘: 파리시립미술관 소장 걸작展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정확한 것은 진실이 아니다."앙리 마티스 마티스가 남겼다는 이 말을 이번 전시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이 말은 마치 이번 전시를 두고 남긴 것처럼 느껴진다. 이 전시를 대중에게 내어 놓는 방식이 '정확'하지 않기 때문에 '진실'하다고 보기 어렵다. 이번 「피카소와 큐비즘」展에서 피카소(Pablo Ruiz Picasso)의 채색화는 단 세 점이 출품되었다. 내가 직접 세어보았기 때문에 정확하다. 대신 그와 함께 입체주의를 열어 젖힌... Continue Reading →
커피사회 展 (문화역서울284)
커피로 보는 사회사이다. 이 사회사는 단순히 통시적 계보학에 그치지 않고 공시적 현상학으로 확장된다. 커피가 우리 사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혹은 우리 사회가 커피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되짚어보고, 공동체와 나 자신에게 커피가 어떠한 의미를 갖는지 질문할 수 있는 전시였다. 박길종, <커피, 케이크, 트리>, 사진을 못찍어서 이투데이의 김소희 기자 사진을 가져왔다.(http://www.etoday.co.kr/news/section/newsview.php?idxno=1703079) 약간은 키치적인 르네상스 양식의 구 서울역 청사로 들어가면,... Continue Reading →
마르셀 뒤샹 展 + MMCA 뮤지엄 나잇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현대미술의 본격적인 미국 상륙을 알렸던 그 유명한 1913년 아모리쇼(Armory Show)의 중심에 뒤샹(Marcel Duchamp)이 있었다. 서명한 변기로 소동을 일으킨 것도 뒤샹이다. 모나리자 엽서에 수염을 그리고 감히 성희롱한 것도 뒤샹이다. 페르소나로 여성적 자아를 끄집어내서 젠더를 비튼 것도 뒤샹이다. 그러고 보니 현대미술의 모든 문헌이 서두에서 그의 이름을 인용할 수 밖에 없다. 잭슨 폴락은 피카소를 두고, "제기랄, 저 인간이... Continue Reading →
김겸의 「시간을 복원하는 남자」
올해 나의 미술사 공부에서 ‘복원’은 가장 관심을 끈 키워드였다. 지난 가을 베네치아 여행에서 스쿠올라 디 산 로코(The Scuola grande di San Rocco)에 방문했을 때 틴토레토의 작품을 전시 현장에서 복원하는 과정을 지켜본 적이 있다. 틴토레토 탄생 50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의 일환이었다. 피렌체의 산타 크로체 성당(Basilica di Santa Croce)에서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미켈란젤로의 이름으로(In the Name of Michelangelo)’라는... Continue Reading →
하선규의 「서양 미학사의 거장들: 감성과 예술을 향한 사유의 시선」
개별 사상가들의 핵심을 추려 모은 책들이 시중에 깔려 있다. 나도 원전을 읽을 용기는 없기 때문에 그런 책들을 많이 읽어 봤지만 사실상 만족했던 적이 없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유의 세계란 깊고도 넓은데다가 여러 추상적 관념들이 다층적으로 뒤얽혀있는지라, 요점만 모아 놓으면 온전한 맥락에서 괴리되기 십상이다. 게다가 니체 이후로 넘어오면 글의 ‘내용’이 아닌 ‘형식’으로 어떤 진리를 체감하게끔 의도한... Continue Reading →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보물 展 (국립고궁박물관)
영토는 작지만 존재감은 작지 않은 나라, 리히텐슈타인 왕가의 컬렉션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렸다. 국립고궁박물관의 3개 전시실에서 진행된 이번 전시는 왕가의 미술, 가구, 무기, 도자기, 취미용품 등 온갖 사치품들이 망라되었다. ‘리히텐슈타인’은 대공 집안의 성(姓)이면서 동시에 그 대공이 다스리는 국가의 명칭이기도 하다. 이처럼 군주의 이름과 국가명이 일원화된 형태는 역사적으로도 흔치 않다고 한다. 이는 신성로마제국... Continue Reading →
위켄드(The Weeknd) 내한공연 (현대카드 컬처프로젝트 28 고척스카이돔)
트렌디한 R&B에 섬세한 미성과 몽롱한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절묘하게 뒤섞으며 단숨에 대세로 떠오른 위켄드(The Weeknd)가 내한했다. 나는 고등학교 때부터 보이즈투맨(Boyz II Men)에 빠져 흑인음악을 엄청 즐겨들었으면서도 정작 내한공연은 거르곤 했는데, 아마도 흑인음악은 굳이 현장성을 느낄 필요가 없다는 편견 때문이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이번에는 위켄드의 음악에 대한 동경 반, 대세에 대한 편승욕구 반이 더해져 오랜만에 고척스카이돔을 찾게... Continue Reading →
이소영의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 미술의 역사를 바꾼 위대한 도구들」
나는 이소영의 전작인 「실험실의 명화」도 흥미롭게 읽었었다. 그때는 미술사적 지식이 너무나 일천했던 3년 전이었다. 미술과 과학의 접점에 대한 관심이 많았던 시절이어서 그 책이 큰 도움이 되었다. 당시 다른 관련 도서들도 추가로 참고하여 ‘예술과 과학’이라는 주제로 회사와 동호회에서 세미나를 했었다. 이번 책 「화가는 무엇으로 그리는가」는 재료로 보는 미술사라는 주제에 관심이 있어서 집어 들었는데 알고 보니 같은... Continue Reading →